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0일 서울 남대문로 신한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에서 전통 은행에 필요한 변화 방향을 말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20일 서울 남대문로 신한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에서 전통 은행에 필요한 변화 방향을 말하고 있다. /김영우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성장 비결이 일체감, 통일성, 일관성이던 때가 있었다. 규제 울타리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펼쳐온 은행들에 이런 덕목은 신념과도 같았다. 돈을 다루는 업(業)의 특성상 ‘사고가 나지 않는 게 첫 번째고, 변화는 그 뒤 문제’라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은행권에서 이런 생각은 화석화하고 있다. 변화에 보수적이던 은행들 사이에 ‘전환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무엇이 은행권을 뒤흔든 것일까.

진옥동 신한은행장(사진)은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빅테크 등 혁신적인 시장 참여자가 계속 등장하면서 전에 없던 시대로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며 “덩치 큰 하나의 조직이 힘을 발휘하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고 진단했다. 그는 은행의 미래 생존을 위해 더해야 할 요소로는 유연성을 꼽았다.

“구글, 애플 등 미국 실리콘밸리발(發) 혁신이 세계 산업계를 뒤흔들 때도 은행들은 안일했습니다. 기업들이 절박함에 전환을 서두를 때 뒷짐 지고 있다가 2017년 7월 카카오뱅크가 등장하고 나서야 충격을 받았지요.”

금융은 필요하지만 은행은 사라질 것…치열하게 전환해야 살아남는다
진 행장은 “‘카카오뱅크를 써 본 고객이 신한은행을 다시 이용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며 “빠르게 전환해 변화를 주도하지 않으면 새로운 질서에 의해 존재감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몇 년 뒤 은행이 해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며 “은행뿐 아니라 전환에 소극적인 조직이라면 어디든 하루빨리 생존 전략을 다시 짜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