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발 `기적의 항암제`...첫 임상시험 돌입
면역 항암제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 치료제가 개발돼 국내 첫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생명과학과 김찬혁 교수 연구팀이 김 교수가 공동 창업한 큐로셀에 CAR-T 세포 치료제 기술을 이전, 삼성서울병원의 `미만성 거대 B 세포 림프종`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임상 1b상 시험을 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는 단계로, 내년 7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추진한다.

면역 항암제(우리 몸의 면역 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치료제)의 일종인 CAR-T 세포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에 CAR 유전자를 도입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적으로 변형시킨 유전자 세포 치료제다.

말기 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80% 이상의 높은 치료 효과를 보여 `기적의 항암제`라고도 불린다.

미국에서 2017년 처음으로 2종의 CAR-T 치료제가 허가를 받은 뒤 현재까지 5종의 치료제가 나왔고, 중국은 전 세계에서 이뤄지는 500여건의 임상시험 중 절반가량을 수행할 정도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동안 임상시험 사례가 없었다.

연구팀은 CAR-T 세포 치료제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면역관문 수용체에 주목했다.

면역관문 수용체는 T세포의 과활성화를 억제해 부작용을 막는 단백질인데, 암세포가 이를 악용해 면역관문 수용체에 대한 리간드(꼬리)를 과발현시켜 T세포의 공격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연구팀은 2종의 면역관문 수용체 `PD-1`과 `티짓`(TIGIT)의 발현을 동시에 억제하는 CAR-T 세포를 개발해 적용한 결과, 백혈병·림프종 유발 생쥐에서 CAR-T 세포의 항암 기능이 향상된 모습을 확인했다.

다양한 조합의 면역관문 수용체 발현을 억제해본 결과, PD-1과 티짓의 조합이 유독 CAR-T 세포의 기능 향상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제1 저자인 이영호 KAIST 박사후 연구원은 "CAR-T 세포 치료제의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진 림프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치료`(Molecular Therapy) 이달 호 온라인판에 실렸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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