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골목마다 대부업자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다 떨어져 나갔어요. 상당수가 불법 사채시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명동 골목, 그 많던 대부업체 다 어디 갔나"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가 지난 7월 연 24%에서 연 20%로 떨어진 후 3개월이 흘렀다. 한때 ‘대부업 메카’로 통했던 서울 명동에서 19일 만난 15년차 대부업자 A씨는 “명동 대부업계는 완전히 끝났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요즘 명동 거리에서 대부업 흔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전봇대와 길바닥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대부업체 광고전단은 사라졌다. A씨는 “매년 중구청에서 시행하는 대부업 교육에 가보면 3년 전에 비해 참석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얼어붙은 명동 대부업계

이는 비단 명동만의 일이 아니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대부업체는 2018년 1500개에서 작년 1077개로, 2년 새 28.2% 쪼그라든 실정이다. 2016년부터 명동에서 영업 중인 또 다른 대부업자는 “2019년까지 소액 대출을 해오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부담이 늘어 작년 3월 신규 대출을 중단했다”며 “금융위에 등록한 업주 중 상당수는 나처럼 3년마다 돌아오는 사업자 등록 만기만 기다리는 사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이 활성화됐던 2016년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이 많은데, 이들이 2022년 재차 만기를 맞으면 그때는 사업 중단이 속출할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명동 대부업계에 직격탄을 날린 건 법정 최고금리 인하다. 2000년대 이후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연 66%→2010년 연 44%→2018년 연 24%로 빠른 속도로 하락해 급기야 연 20%로 떨어졌다. 한국대부금융협회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경우 조달금리가 최고 8%대에 달하고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회수할 수 없는 금액인 대손비용도 만만치 않다”며 “법정 최고금리가 대출 원가(21%)보다 낮아지면서 대부업체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급전을 찾는 수요는 늘었지만, 고착화한 역마진으로 인해 대부업자에게 공격적 영업은 언감생심이다. 명동의 한 대부 중개업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폐업한 자영업자가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주로 저축은행에 연결해 주고 있다”며 “대출이 가능한 대부업체를 찾지 못해 불법 사채시장으로 간 자영업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불법 사채로 밀리는 서민

합법 대부시장에서 끝내 돈을 빌리지 못한 사람은 불법 사채에 손을 빌리는 처지다.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생산직 최모씨(34)는 불법 사채 이자율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그는 앱을 이용해 신분을 숨기고 돈을 빌려주는 불법 사채업자에게 총 5000만원가량을 빌리고, 원금을 포함해 1억원을 상환했다. 최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3년 전 대비 단기 일자리가 절반으로 줄고, 수입도 40% 감소했다”며 “대출이 절실한 상황이었는데, 대부업체조차 대출을 거절해 불법 사채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자영업자도 최씨처럼 대부업체를 찾고 있지만 대출 심사를 통과하긴 쉽지 않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대부중개업을 하는 김모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창업을 위한 대출 문의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경영 악화 상황 속에서 견디기 위한 대출 문의가 대부분”이라며 “폐업한 자영업자가 생계 자금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고 말했다.

수요는 느는데 대출 문턱은 높아지면서 대부업 이용자 수는 2018년 221만3000명에서 지난해 138만9000명으로 37.2% 감소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 중 상위 20곳을 제외하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한계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는 결국 불법 사금융에 손을 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