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시작으로 지역별 ‘메가시티 육성안’을 세웠다. 기존 시·도는 그대로 둔 채 ‘특별지방자치단체’라는 행정조직을 새로 만들어 지역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대전·세종·충남·충북, 대구·경북, 광주·전남에도 순차적으로 같은 특별지자체를 발족시켜 수도권과 경쟁을 촉진시킨다는 의도다. 특별지자체의 법적 성격이나 조직 등이 구체화되진 않았으나 특별지자체 의회까지 만들겠다는 것을 보면 규모부터 만만찮게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조직을 새로 만들려는 이유는 경제·교통 등 지역 공통 관심사를 전담시키겠다는 것이다.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가 갈수록 더 심해지니 지역별로 ‘발전 블록’을 유도해 제대로 경쟁이 되게 해보자는 취지는 좋다. 수도권 단극 체제로 쏠림이 심화되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렵다. 지역별로 ‘규모의 경제’가 되게 하고, 수도권의 산업과 인구 집중 극복은 국가적 과제다.

그럼에도 기존 광역시와 도, 개별 광역의회는 그대로 둔 채 추가로 행정조직부터 만들겠다는 방법론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옥상옥(屋上屋)에 중복행정이 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지면서 추동력 확보도 어려워질 개연성이 커진다. 시·도마다 경제·산업 부서는 말할 것도 없고 교통·문화·관광 조직이 충분히 있다. 해당 업무를 잘 알고 이미 해온 이런 현업 부서끼리 ‘협의체’ 형식으로 공통 현안의 해법을 찾고, 주요 사안은 단체장들이 머리를 맞대 결정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더욱 아쉬운 점은 균형발전을 위한 중장기 전략이 임기가 5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야 왜 나오는가 하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지자체 통폐합 논의도 그렇게 공론(空論)으로 끝났다. 정권 초반에 ‘힘’이 있을 때도 버거운 일을 물러나면서 그럴듯한 청사진이나 내놓는다고 다 되는 사안이 아니다.

진정한 지역 발전과 명실상부한 다극 체제의 균형성장을 도모하자면 4개 권역 시·도가 말 그대로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교부금이나 더 주는 정도가 아니라, 재정·과세권에서부터 독립 권한을 과감하게 준다면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 논의만 무성한 대구·경북, 광주·전남의 통합이 부진한 이유가 주민 동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지역 공무원, 지방의회, 지역 국회의원의 기득권 고수 탓은 아닌지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쿄와 오사카, 베이징과 상하이 정도의 분권 발전을 꾀한다면 ‘부울경 단일 시’가 나오도록 정부와 지역이 뜻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