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혁 감독, 이정재 주연의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현지시간 13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오징어게임의 시청 가구 수가 1억 1,100만을 돌파, 역대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기존 영국을 배경으로한 작품 `브리저튼`이 갖고 있던 기록(8,200만 가구)을 훌쩍 뛰어넘은 건데, 지난달 17일 공개 뒤 28일 만이다.
오징어게임 포스터

오징어게임 포스터

전 세계를 강타한 오징어게임의 흥행은 주식시장으로 이어졌다. 최근 3천피(코스피 3천)가 무너지는 가운데서도 콘텐츠 관련주들은 고공행진하고 있는 것. 오징어게임에 앞서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D.P`, `갯마을 차차차` 등 국내 제작 경쟁력이 인정받은 데다, 넷플릭스와 함께 글로벌 공룡 OTT로 꼽히는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상륙이 임박하면서 K-콘텐츠를 향한 기대감이 치솟는 모습이다.

실제로 K-콘텐츠 대장주로 꼽히는 스튜디오드래곤은 오징어게임 공개 이후 8.14% 올랐는데(9/17대비 10/14 종가 기준) 같은 기간 코스닥이 5.39% 역성장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오징어게임의 제작사인 싸이런픽쳐스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주로 묶인 쇼박스는 이 기간 74.91% 급등했다. 이 외에도 오징어게임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마이네임`의 제작사 스튜디오산타클로스(22.26%), NEW(23.11%), 제이콘텐트리(25.31%) 등도 강세를 보였는데, 이 중 스튜디오산타클로스의 경우 해당 기간 52주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투자 심리가 K-팝에서 K-드라마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양한 한국 작품들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면서, 우연이 아닌 현상임을 증명한 만큼 OTT 공룡들의 러브콜이 쏟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시기 K-culture 내 독보적 성장을 이뤄온 K-pop은 이제 `오징어게임`을 시작으로 전세계적 관심도가 높아지는 K-contents에게 바통을 넘겨줄 시기"로 판단했다.
드라마 `빈센조` 中(위), 조선구마사 포스터(아래)

드라마 `빈센조` 中(위), 조선구마사 포스터(아래)

오징어게임의 성공을 두고 국내 제작사들 사이에선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해외 OTT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둘러 전체 파이를 눈에 띄게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제작비회수(리쿱) 환경을 만들어, 고질적으로 문제시된 간접광고(PPL) 부담에서도 벗어날 기회라는 판단이다.

올 초 있었던 tvN 드라마 빈센조의 비빔밥 논란이 대표적인데, 등장인물이 중국 즉석식품 브랜드 `즈하이궈`가 만든 상품을 먹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시청자들의 반발을 샀다. 극의 전개와 관계가 없을뿐더러, 한국 문화를 침탈·폄하하려는 중국 자본에 국내 제작사들이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SBS `조선구마사`는 중국풍 소품과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리며 방송 2회 만에 폐지되기도 했는데, 이후 방송가에 `차이나머니` 경계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제작사들이 줄곧 요청해 온 `콘텐츠 제값 받기`에도 성큼 다가설 전망이다. 과거 지상파가 편성을 독점하던 시기에서 통신사 IPTV로, 이제는 OTT로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공급자들의 협상력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 콘텐츠에는 헐값을 지불하면서 넷플릭스에는 차별 대우를 일삼던 행위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제작업계는 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로고

디즈니플러스 로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재주는 한국이 넘고 돈은 넷플릭스가 챙긴다`는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경을 넘나드는 작금의 콘텐츠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주장이라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넷플릭스 외에도 디즈니플러스나 아마존비디오, 국내로는 티빙, 왓챠, 웨이브 등이 경쟁하는 환경에서 특정 사업자로 권한이 쏠릴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고정민 홍익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전세계 드라마 관계자들이 안다면 해외 다양한 국가 방송 채널에도 수출될 수 있다"면서 "공중파가 제작비를 다 주지 않다 보니 억지로 광고를 싣고, 그러다 보니 중국풍이 나오고 했는데,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승완기자 pswa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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