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인공지능(AI) 로보어드바이저 기업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투자 규모가 작은 고객에게도 투자 성향과 나이에 따라 ‘맞춤형 PB(프라이빗뱅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방치 상태인 고객의 퇴직연금을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독] 증권가, AI 자산관리 스타트업에 '러브콜'
하나금융투자는 최근 로보어드바이저 스타트업 파운트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파운트에는 하나금융투자뿐 아니라 산업은행, 신한캐피탈, NICE투자파트너스 등도 100억원을 태웠다. 하나금융투자는 퇴직연금 시장 공략을 위해 파운트와 협업할 예정이다. 김영빈 파운트 대표는 “퇴직연금에 한 번 투자하면 투자 상품을 바꾸지 않는 고객이 대다수”라며 “AI가 운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투자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 없이 적극적인 퇴직연금 운용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장기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노후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게 회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전문성이 없어도, 자산 규모가 작아도 자산 배분과 장기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파운트 투자자 중 2년 이상 투자자의 100%, 1년 이상 투자자의 98%가 수익을 내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은 단돈 10만원이다. 3년 이상 투자자의 평균 누적 수익률은 24%다.

파운트 AI 자산관리 기술은 기업 간 거래(B2B) 솔루션으로도 활용된다. 우리은행, 삼성생명, 메트라이프, 현대차증권 등 20여 개 금융회사에 AI 로보어드바이저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우리로보’ 서비스는 자산 관리는 물론 퇴직연금에 대해서도 수익률 관리, 리밸런싱 알림, 포트폴리오 변경 추천 등을 해준다. 파운트 AI 솔루션이 그 역할을 한다.

세계 각국의 실업률, 각종 생산지표부터 철도 물동량까지 500여 개 지표를 조합해 글로벌 경기를 예측하는 ‘파운트 마켓스코어’를 산출한다. 마켓스코어와 개인 투자 성향을 고려해 자산 간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적중률은 높은 편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중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금융사들에 파운트 마켓스코어를 토대로 ‘주식 비중 축소’를 추천했고, 고객사들은 지수 급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운트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AI 엔진 기술 투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2024년까지 총 1000억원을 AI 기술에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내년에는 맞춤형 PB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중국 헝다 사태가 터졌을 때 고객의 투자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기 전망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흐름과 전망을 제시할 계획”이라며 “고객들이 장기 투자를 하는 동안 불안해하지 않도록 파운트가 ‘안전핀’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