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열리나..."삼성전자·네이버에 할말 한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대형 기관투자자에게 주주투표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랙록은 이날 고객들에게 보낸 안내문을 통해 내년부터 연금과 대학기금 등과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에게 자신들의 투자와 관련된 주주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를 통해 펀드를 사들이면 통상 투표권은 고객을 대신한 자산운용사가 행사했지만, 이제부터는 대형 기관투자자에 한해 직접 투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블랙록의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블랙록이 기관투자자용 계좌를 통해 관리하는 지수 추종 자산 가운데 40% 정도인 2조달러(약 2천389조원)의 투자에 대한 직접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록은 이전에도 일부 고객이 4천800억달러 투자에 대한 투표권을 행사했으나, 대상 확대를 위한 기술적 기반이 부족했다면서 지난 1년여에 걸쳐 이를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블랙록을 비롯한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그동안 광범위한 투표권을 통해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블랙록은 운영 펀드 투자를 통해 S&P 500대 기업의 80%가 넘는 기업에서 3대 주주 안에 들어가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런 비판을 감안해 지난달 자산운용사들이 고객을 대신해 행사한 투표권에 대한 정보공개를 확대하는 규정을 제안한 바 있다.

세계 2위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그룹은 지난 2019년 투자한 회사에 대한 주주투표권 일부를 고객에게 넘겼다.

국내에서도 블랙록은 삼성전자(지분율 5.03%), 네이버(지분율 5.04%), 삼성SDI(지분율 5.01%) 등 주요 대기업 지분을 대량 보유한 증시의 `큰손`이어서 이번 결정은 국내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블랙록이 지분 5%를 보유한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은 3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대형투자자들이 직접 국내 대표기업에 주주권을 발동해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져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경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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