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구용(먹는 알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출시가 임박했다는 소식과 증시 급락이 맞물리면서 국내 바이오 종목들이 줄줄이 추락했다. 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개발되면 백신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백신을 비롯해 치료제, 진단키트 등 관련종목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특히 정맥주사 제형인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레그단비맙)를 개발한 셀트리온그룹의 상장 계열사 3곳은 모두 10% 넘게 빠졌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셀트리온은 12.10% 내린 21만8000원에,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2.84% 빠진 9만300원에, 셀트리온제약은 10.21% 하락한 12만57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다국적제약사 머크앤컴퍼니(MSD)가 미국 리지백바이오와 함께 개발 중인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몰누피라비르’에 대한 임상 결과를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한 데 이어, 세계 각국 정부가 앞 다퉈 아직 긴급승인도 받지 못한 이 약을 확보하려고 나선 영향으로 보인다.

MSD는 코로나19 환자 775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몰누피라비르 투여군의 7.3%만 입원했다고 밝혔다. 반면 위약 투여군에서 입원하거나 사망한 환자의 비율은 14.1%에 달했다. 이를 토대로 몰누피라비르가 코로나19 환자의 입원·사망률을 약 50% 감소시킨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전 세계 13개국에서 경증·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 13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3상에서 렉키로나는 고위험군 환자군에서 중증환자 발생률을 위약군 대비 72%, 전체 환자에서 70%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경구용 치료제는 편의성이 높다. 정맥주사 제형의 약은 환자가 의료기관에 누워서 길게는 몇 시간 동안 약물을 투약해야 하지만, 경구용 치료제는 물과 함께 먹으면 된다.

이에 세계 각국은 몰누피라비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몰누피라비르가 승인을 받으면 170만회분을 12억달러에 구입하기로 이미 합의했다. 호주도 30만회분 구입 계획을 발표했다.

나쁘지 않은 효능에 편의성이 높은 치료제 후보가 부상하자 전일 한국 증시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8.41%), 진원생명과학(-8.02%), 유바이오로직스(-16.70%), 셀리드(-13.55%)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기업들의 주가도 타격을 받았다. 뒤늦게 백신을 개발해도 시장성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시장은 (백신, 치료제, 경구용 치료제 등 형태별로) 3~5개 기업”이라며 “점점 더 후발 주자들의 시장 침투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진단키트도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에 씨젠(-6.83%), 수젠텍(-7.67%), 휴마시스(-7.82%) 등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국내 코로나19 테마에 포함된 바이오기업 주가가 무너진 반면, HK이노엔은 전일 가격제한폭을 모두 채운 6만820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부터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질병을 예방하는 한국MSD의 백신 7종을 유통하고 있어, MSD와의 협력관계가 부각된 영향이다.

다만 MSD가 한국에서 몰누피라비르를 판매하더라도 HK이노엔이 마케팅이나 유통을 맡을 가능성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다국적제약사들은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손을 잡고 제품을 팔고 있으며, 협력사를 바꾸기도 하기 때문이다.

실제 MSD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시타글립틴) 시리즈의 마케팅 파트너는 종근당이다. 종근당 전에는 대웅제약이 자누비아의 마케팅 파트너였다. HK이노엔이 맡고 있는 한국MSD의 백신 7종의 마케팅 파트너 역할도 작년까지는 GC녹십자의 몫이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