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내륙에서 동해로 또 미사일을 쐈다.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높고, 신형 발사체 시험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달 들어서만 세 번째로, 레이더 탐지가 어려운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번갈아 쐈다. 이미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 원자로와 우라늄 농축시설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핵·미사일 도발 사이클’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북한 김여정은 잇단 담화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흥미 있고 좋은 발상”이라고 한 데 이어 남북한 정상회담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도 했다. 미사일 도발과 엇박자처럼 비치지만, 원하는 것을 던져 놓고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무력으로 위협하는 게 북한의 전형적 이중플레이다.

북한의 요구조건은 일관되며,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어제 미국을 향해 한반도 합동군사훈련과 전략무기 투입 영구중단을 요구했다. 이게 김여정이 밝힌 ‘적대시 정책 철폐’의 첫째 조건이라는 것이다. 물론 제재 완화도 목록에 있다. 김여정이 “애써 웃음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 찍는 것이 누구에게는 간절할지 몰라도…”라고 비난한 말에는 한국을 징검다리 삼으려는 속셈이 들어 있다. 김 대사가 한국에 대해 “화합보다 동맹 협조를 우선시하는 잘못된 행태”라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이 원하는 종전선언, 정상회담 이벤트를 성사시키려면 대북제재 완화에 앞장서고, 미국을 설득하라는 것이다. 각종 도발에도 장거리 미사일을 뺀 것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화에 매달리는 한국을 통해 최대한 얻어내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미국은 줄곧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제재 완화를 전제로 삼지 않겠다는 뜻이다. 반면 한국은 협상도 전에 제재 완화를 외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여정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대해 “대화 여지를 능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어이없는 말을 했다. 대통령은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대응안을 마련하라”고 모호한 지시를 내렸다. 정부가 이전과 달리 ‘도발’ 표현을 쓰지 않은 것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매도하지 말라”고 한 김여정의 눈치를 본 듯하다. 이러다가 북한의 ‘도발→협상→보상’ 꼼수전략에 또 말려들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