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수익률 97%…'원자재 ETN' 돈 몰린다
천연가스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관련 파생상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지수 상승에 두 배씩 베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이 대표적이다. 탈(脫)탄소 및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그 과정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오르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됐다.

‘탈탄소 비용 청구서’가 날아왔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11월물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전일 대비 10.21% 상승한 100만Btu당 5.7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이후 최고치다. 천연가스 가격은 통상 겨울이 다가올수록 높아진다. 난방 수요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올해는 수요가 많은 유럽의 해당 연도 최대 용량 대비 가스 저장 비율이 72%로 코로나19 이전 평균(86%)을 밑돌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럽 가스 가격 급등은 이상기후와 지정학적 요인이 주도하고 있지만, 탈탄소 정책으로 인한 구조적 현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상 이변으로 겨울 추위가 4월까지 이어진 데다 유난히 더운 여름에 에너지 수요가 증가했다. 반면 바람은 약해 풍력 발전량은 감소했다. 영국은 풍력 발전 비중이 24%, 독일은 23%에 달한다. 유럽이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천연가스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가스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가격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가스 공급처인 러시아는 의도적으로 천연가스 공급량을 늘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철을 앞두고 천연가스 쇼티지(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대안인 석유 가격도 함께 뛰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99% 오른 배럴당 75.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날 WTI 가격은 2018년 10월 이후 가장 높았다.

원자재 레버리지 ETN 고공행진

천연가스·원유 레버리지 ETN 상품 수익률도 급등했다. 28일 천연가스 선물 가격 지수를 추종하는 ETN은 하루에만 약 14%, 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들은 약 30%씩 수익률을 냈다. 이달 들어 거래량이 많은 ETN 상위권은 대부분 원자재 ETN이 차지했다. ‘신한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삼성 레버리지 천연가스 선물 ETN B’는 이달 들어서만 약 97% 올랐다. 원유 가격도 꾸준히 오르면서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도 같은 기간 약 26% 올랐다. 반면 천연가스,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한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선물 ETN(H)은 55%, ‘삼성 인버스 2X WTI원유 선물 ETN’은 18% 손실을 냈다.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천연가스 가격은 앞으로 수주 혹은 수개월간 포물선을 그리며 올라갈 것”이라며 “겨울철로 넘어가면서 물량 부족 우려가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갑작스러운 수요 급증이나 공급 차질로 가격이 더 상승할 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원유·천연가스 상승세 지속될까

세계 각국이 친환경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 의존도를 낮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에너지 기업 베이커휴즈의 로렌조 시모넬리 최고경영자(CEO)는 “발전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가스보다 효율적인 연료는 없다”며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미국과 유럽의 가스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일요일 투자 메모를 통해 WTI 전망치를 종전 77달러에서 87달러로 높여 잡았다. 델타 변이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수요는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는데 공급은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미국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생산 감소분이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기타 주요 산유국 모임) 증산 영향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멕시코만 원유 생산설비는 약 24%가 가동을 멈췄다.

다만 원자재 선물에 대한 레버리지·인버스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천연가스 선물은 다른 상품과 비교해 월물별 가격 편차가 큰 만큼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면 변동성은 더욱 커진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