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위기에 몰려 있는 중국 2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그룹의 개인투자자 대상 자금조달창구가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헝다그룹 본사가 있는 선전시정부가 헝다그룹 계열사인 헝다자산관리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헝다자산관리가 자금 조달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보는 첫 조사 사례다.

헝다자산관리는 중국 특유의 자산관리상품인 '리차이'를 판매하는 회사다. 리차이는 은행이 발행하는 원금보장형 상품부터 부동산개발회사들의 고금리 원금비보장형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부동산개발업체들은 은행 대출과 회사채 발행 외에도 개인투자자들에게 리차이를 팔아 사업자금을 마련해 왔다.

헝다자산관리는 2016년 설립 이후 8만여명에게 리차이를 판매해 1000억위안(약 18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현재는 400억위안어치가 아직 상환되지 않은 상태다.

헝다그룹은 특히 중국 정부의 부동산개발업체들에 대한 대출 제한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차이 발행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판촉 기간에는 리차이를 300만위안어치 이상 구매한 고객들에게 다이슨 공기청정기, 구찌 핸드백 같은 사은품을 제공했다. 또 11월에 모집한 리차이에는 최고 연 12%의 고금리를 제시하기도 했다. 당시 헝다는 리차이를 홍보하면서 '꾸준한 수익을 찾는 보수적 투자자에게 적합하다'는 문구를 넣기도 했다.

당국은 헝다그룹과 헝다자산관리에 남은 리차이를 조속히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헝다그룹 리차이에 물려 있는 투자자들은 선전 본사와 각 지방 사업장에 몰려가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헝다그룹은 리차이 투자자들에게 실물 부동산으로 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판매가 기준 아파트 28%, 오피스텔 46%, 상가 52%의 할인 가격으로 부동산을 주겠다는 제안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돼 있는 헝다그룹(종목코드 03333) 주가는 28일 오전 10시(현지시간) 5%가량 오른 2.7홍콩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최근 다소 반등하긴 했지만, 헝다그룹 주가는 유동성 위기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지난 8월 이후 전날까지 두 달 동안 50% 이상 하락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