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에버그랜드) 파산설이 나오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헝다 부도에 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각 지방 정부를 대상으로 헝다그룹의 잠재적 몰락에 대비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에 시간을 주면서 점진적인 구제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란 일각의 기대와는 상반된 신호다. 이 소식통은 “중국 당국의 조치는 조만간 닥칠 폭풍(storm)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당국이 각 지방 정부에 지시한 사항은 △사회 불안 차단 △일자리 감소 대비 △주택 구매자 및 경제 전반에 대한 파장 완화 등이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에버그랜드)의 주가는 올 들어 미국 장외시장에서 80%가량 급락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그룹(에버그랜드)의 주가는 올 들어 미국 장외시장에서 80%가량 급락했다.
중국 중앙정부는 또 각 지방 정부가 회계사와 법률 전문가 등을 긴급 소집해 각 지역의 헝다그룹 재무 상태를 조사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헝다그룹이 추진해온 부동산 건설 프로젝트의 원활한 인수를 준비하는 한편 시위 등에 대비하라는 요구도 했다고 한다.

헝다그룹은 현재 중국 내에서 약 800개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부동산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공식적으로 7.3%이지만, 부동산 주변 산업까지 포함하면 거의 3분의 1에 달한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헝다그룹 파산이 적어도 중국 내 경제엔 작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