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번달이 아니라 11월에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일정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Fed가 긴축 수순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통화 정책 전환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CNBC가 21일(현지시간) 시장 전문가 32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전문가들은 오는 11월 2~3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착수를 공식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달 21~22일의 FOMC 정례회의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내놓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테이퍼링을 개시하는 시점은 12월로 전망했다. 감축액은 매달 150억달러씩이다.

Fed는 작년 팬데믹(대유행) 발생 직후부터 매달 1200억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왔다.

브리언캐피탈의 존 라이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물가를 2% 위쪽으로 고정시키는 Fed의 통화 완화 정책이 고용엔 별 효력을 내지 못한 채 정책 전환 비용만 높이고 있다”며 “Fed의 정책 실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 말까지 Fed의 첫 번째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캐시 보스탄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상을 테이퍼링과 연결짓지 않도록 만드는 게 Fed의 도전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5.7%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7월 조사 때보다 거의 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델타 변이 확산 등 대외 변수가 불거진 데 따른 영향이다.

다만 내년 성장률은 종전 설문 때(3.4%)보다 상향 조정된 3.7%로 봤다. 픽텟 웰스 매니지먼트의 토마스 코스터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소비가 나쁘지 않으며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증시 주요 지수와 관련해선 “과대 평가됐다”는 답변이 많았다. 전체의 56%는 “기업 실적 및 경제 전망 대비 증시가 과대평가돼 있다”고 했다. 다만 “실적 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거나 “오히려 저평가됐다”는 응답도 37%에 달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올 들어 18% 넘게 상승해왔다.
미국 뉴욕증시의 S&P500지수는 올 들어 18% 넘게 상승해왔다.
전체 설문 응답자들은 S&P500지수가 올해 말 평균 4500을 넘고, 내년 말엔 476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S&P500지수는 4370 선이다.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내년 말은 돼야 연 2.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 자문사인 콜로니 그룹의 리처드 스타인버그 수석전략가는 “Fed가 점진적인 테이퍼링을 추진한다면 증시가 매력적인 자산으로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