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콘택트센터(콜센터) 업체 '파이브나인(Five9)' 인수를 추진 중인 줌(ZOOM)이 암초를 만났다.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의결권 자문회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피인수기업인 파이브나인 주주들에게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ISS의 권고는 구속력을 갖는 건 아니지만 글로벌 기관투자자 등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ISS는 줌의 파이브나인 인수에 대해 '"성장성 측면에서 매력적이지 않다"며 주주들에게 반대를 권고했다. 줌은 클라우드 콘택트센터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파이브나인을 147억달러(약 16조8400원)에 인수하겠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당시 에릭 위안 줌 대표(CEO)는 "플랫폼을 향상시킬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며 "Five9의 인수는 고객에게 훨씬 더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SS는 파이브나인 주주들에게 "사회가 코로나19 이전 환경과 가까워지고 있어 (줌의) 성장 전망이 덜 매력적이고 주식의 변동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또 "인수가 발표된 이후 파이브나인에 대한 전망이 개선됐고, 거래가 실패할 경우 더 많은 입찰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마디로 줌 대신 다른 기업이 인수하는 게 더 낫다는 의미다.

줌과 관련해선 "새로 추가되는 사업(클라우드 콘택트센터) 때문에 줌이 기존 사업에 집중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줌 주가는 M&A 발표일 일 이후 20% 이상 하락했다.

줌은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는 '팬데믹 이후' 시대의 사업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번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콘택트센터는 전화 뿐만 아니라 이메일, SNS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원격으로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40억달러(약 27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초부터 상담사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콘택트센터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파이브나인은 실적이 급증했다. CNBC에 따르면 파이브나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4억3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줌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26% 증가했다. 2019년말 68.04달러였던 주가도 2020년 10월19일 568.34달러로 735.3% 치솟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회사들이 다시 문을 열고 대면 회의가 재개되면 줌의 실적은 침체기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현재 줌의 주가는 287.11달러로 지난해 고점 대비 49.5% 떨어졌다.

한편 ISS의 '반대' 권고가 알려진 이날 나스닥시장에서 줌 주가는 3.09%, 파이브나인 주가는 3.76% 상승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