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하우든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총지배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장기화로 해외 여행객의 발걸음이 뜸해진 요즘. 국내 호텔 업계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맞이했다. 급변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호텔 비즈니스가 가야 할 길은 어디일까. 21년간 서울의 대표 럭셔리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해 온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운영 전략 속에서 그 힌트를 얻어본다.
[Interview]“직원 마인드 향상…팬데믹 극복 비결이죠”
2000년 개관 이후 오랜 전통과 노하우를 가진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지난 2018년에는 공간, 미식, 서비스, 콘텐츠 등 호텔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요소에 변화를 주겠다는 목표 아래 전방위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쳤다. 이를 통해 한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럭셔리 호텔로 거듭났다는 게 호텔 측의 평가다. 지난해부터는 장기화된 팬데믹 상황에 최적화된 객실 패키지를 선보이며 국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붙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2월부터 현재까지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근무해 온 앨런 하우든(Allen Howden)을 만나 한국 시장에 최적화된 호텔 비즈니스 솔루션을 들어봤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은 변화하는 시대에 맞춘 발 빠른 적응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왔는지 궁금합니다.
“팬데믹 전에는 국제 비즈니스 여행객이 호텔의 주 고객층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진 뒤에는 내국인 고객을 유치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해외여행을 못 다니게 되다 보니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원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는데요. 이런 고객들의 마음을 잘 파악해서 레저를 목적으로 호텔에 투숙하려는 한국 고객층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호캉스를 하는 고객들도 다양한 카테고리로 나눠지는데요. 가족, 커플, 친구 등 여러 카테고리의 고객들이 편안한 휴식을 위해 호텔에 투숙하죠. 각 고객의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만의 운영 전략이 있었나요.
“저희 호텔이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직원들입니다. 제가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안정과 안전, 그리고 즐겁게 근무하는 환경입니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환경이 위험하지 않다고 느껴야 합니다. 고용 안정성을 느끼며 일을 즐길 수 있다면 이처럼 혼란스럽고 불안한 시기를 함께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직원들의 안정감을 위해 최대한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려고 노력했죠. 적어도 코로나19로 인해 직원을 감축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고객들이 호텔에 기대하는 점도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객실 업그레이드를 요청하는 투숙객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조금이라도 청결한 방을 요청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었죠. 이런 점을 고려해 저희가 객실을 어떻게 정비하는지 소개하는 영상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투숙객들에게는 마스크와 손소독제, 세정 티슈가 포함된 키트를 준비해드리는데요. 호텔에 방문한 고객들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희의 노력을 많은 고객들이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코로나19 이후 고객들이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도 많이 달라질 것 같은데, 앞으로 호텔 산업의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앞으로 건강과 안전을 필수 요소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더 커질 것 같습니다. 과거 호텔 업계에서는 ‘안전’이라고 하면 대테러 관리 등 한국 실정과는 동떨어진 국제기준을 맞추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위생적 관점이 더 부각되고 있죠. 고객들도 과거에는 ‘호텔이 깨끗하면 좋지만,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라는 생각을 가졌다면, 이제는 위생을 좀 더 우선순위에 두고 호텔을 결정할 것 같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전에는 호텔하우스키핑(호텔시설관리) 업무가 그림자처럼 가려진 채로 진행됐어요. 관리 업무를 고객들 앞에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꺼려했죠. 하지만 지금은 호텔 내 공용 구역을 정비하는 일부터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테이블, 뷔페 집기를 관리하는 일까지 고객들에게 숨기지 않고 드러냅니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저희 호텔의 위생과 안전에 더 신뢰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 향상을 위해 호텔 차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누군가를 대접하고 싶다면, 그 방식과 동일한 형태로 스스로를 대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고객들이 보지 못하는 직원들의 동선에서부터 서로를 케어하고 유대관계를 쌓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복도를 걷다가 동료를 만나게 되면 같은 팀 직원이 아니더라도 서로 반갑게 인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든 거죠.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데, 직원들끼리 깊은 유대관계가 쌓이면 완전한 한 팀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어요.
저도 리더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조직 문화가 다소 수직적인 측면이 있어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먼저 인사를 하면 ‘왜 저 분이 나에게 인사를 하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는 호텔에 근무하는 직원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제가 먼저 인사를 건넵니다. 제가 모범을 보이면, 임원급부터 사원급까지 더 끈끈한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직원들이 총지배인인 저를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총지배인이 직원들을 위해서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원들을 잘 돌봐야 직원들도 더 좋은 고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고객의 만족도가 더 높아질 것입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총지배인으로 일한 지 벌써 2년 차입니다. 호텔을 이끌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전에 있었던 호텔보다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규모가 컸기 때문에 직원들 간의 유대감을 쌓는 것이 가장 큰 챌린지였습니다. 400명 이상의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소속감을 갖고 일하게 만들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직원들의 직급도 다양하고 부서도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스러웠죠.
특히 저는 직원들이 저를 직급으로 부르는 것을 원치 않았어요. 누군가 ‘총지배인님’ 혹은 ‘미스터 하우든’이라고 부르면 너무 거리감이 느껴졌죠. 그래서 많은 직원들이 ‘굿모닝, 앨런’이라고 인사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저는 총지배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하나의 개인일 뿐이거든요.
또 직급이나 부서와 상관없이 직원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식사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 번 식사한 직원일수록 저와 더 많은 친밀감을 쌓을 수 있어요. 이런 분위기를 만들면 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에게도 좀 더 친근하고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많은 직원들이 저를 ‘앨런’이라고 부르고 있답니다.”

한국 시장의 다양한 특급호텔 중에서도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만이 가진 차별점은 무엇인가요.

“다른 호텔들도 하드웨어(시설)적인 장점은 모두 갖추고 있어요. 디자인의 차이일 뿐 다른 호텔에서도 럭셔리한 공간을 즐길 수 있죠. 가장 큰 차별점은 사실 소프트웨어에 있습니다. 소프트웨어는 곧 직원들을 뜻합니다. 그들의 ‘마인드셋(mindset)’ 말이죠.
저희의 핵심 가치 중에 ‘변화 수용하기’라는 게 있습니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전에는 외국인 고객을 주로 응대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가족 단위, 특히 어린이 고객이 많아졌죠.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도 계속해서 바뀌는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개편안이 바뀔 때마다 그것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변화를 포용하고 발 빠르게 적용해 고객들에게 알맞은 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이 점이 다른 특급호텔과 저희의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항상 웃는 모습을 유지하며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직원들 덕분이죠. 한 팀의 모습으로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어요.”
사진=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사진=JW 메리어트 호텔 서울

식음 메뉴 개발에도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합니다.

“한 고객이 뷔페 메뉴가 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를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원하는 메뉴가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그 고객은 그저 ‘다양한 가짓수의 메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만 이야기했어요. 저는 고객들이 음식 종류의 변화를 원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하지만 한국인 고객은 아무래도 한식을 선호하게 돼 있습니다. 안정적인 한식 메뉴가 제대로 갖춰진 상황이어야 더 다양한 메뉴를 시도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죠.
따라서 한식 메뉴를 잘 준비해두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그 외 계절 식재료에 어울리는 다양한 프로모션 메뉴를 매달 바꿔가며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해외여행을 갈 수가 없는 만큼, ‘미식 여행’을 통해 세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고자 노력했죠.”

다양한 럭셔리 브랜드와의 제휴도 진행했는데요.
“럭셔리 브랜드와의 제휴는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이 좀 더 럭셔리한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컬래버레이션이었습니다. 대중들이 ‘명품’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브랜드들처럼 ‘명품 호텔’을 떠올릴 때 바로 저희 호텔을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드는 효과를 기대했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런 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일단 올해는 지금까지 쌓아온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유지하고,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할 예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변화 수용하기’도 중요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이 계속해서 변경되고 있어서 그것에 잘 맞춰가야 하죠. 최대한 지침 사항을 지키면서도 고객 모두가 언제든지 호텔을 방문해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도록 올해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장기적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 외국인 고객이 유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 시대에 유치했던 호캉스 고객들도 계속해서 만족시키는 동시에, 외국인 고객이 왔을 때 모두가 조화롭게 행복할 수 있는 호텔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이것이 저희의 가장 큰 목표이면서 앞으로 가장 집중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최상의 자리에 한 번 올라가면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들잖아요. 앞으로 더 많은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고객들이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을 어떤 호텔이라고 느끼길 원하시나요.

“친근하고 프로페셔널한 서비스를 남녀노소 모두에게 제공해주는 럭셔리 호텔.”
[Interview]“직원 마인드 향상…팬데믹 극복 비결이죠”
앨런 하우든 총지배인은…
영국·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 위치한 하얏트 리젠시 덴버(Hyatt Regency Denver)에서 호텔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7년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판교’ 총지배인을 역임했으며, 2020년 2월부터 현재까지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총지배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