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회전력의 숨은 원리 '코리올리의 힘' [고두현의 문화살롱]
“정말 신기해! 우리 집은 정확하게 적도의 양쪽에 걸쳐 세워져 있다네. 부엌은 남반구에 있어서 개수대 물이 빠질 때는 시계 방향으로 돌지. 반대로 욕실은 북반구에 있어서 세면대 물이 빠질 때 그 반대 방향으로 도는 거야.”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가 아프리카 가봉에 사는 친구의 초대를 받으면서 들은 얘기다. 적도 지역에 있는 가봉은 남·북반구에 걸쳐 있다. 그래서 이런 신기한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남미 에콰도르도 마찬가지다. 이 나라 이름 자체가 스페인어로 ‘적도’라는 뜻이다. 수도 키토에 있는 적도박물관에서 물이 반대 방향으로 빠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은 발을 남·북반구에 하나씩 딛고 익살스런 표정을 짓곤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걸까. 지구는 자전하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물체가 그 힘을 받게 된다. 이것을 ‘코리올리의 힘’ 또는 전향력(轉向力)이라고 한다. ‘코리올리 효과’라고도 한다. 프랑스 과학자 가스파르-귀스타브 코리올리가 1835년 제창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코리올리 효과 때문에 지표면에서 운동하는 물체가 북반구에서는 오른쪽,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움직인다.
태풍에 작용하는 ‘코리올리의 힘’. 회전력의 오른쪽이 더 강하고 피해 규모도 크다.
태풍에 작용하는 ‘코리올리의 힘’. 회전력의 오른쪽이 더 강하고 피해 규모도 크다.
태풍의 소용돌이에도 코리올리의 힘이 작용한다. 태풍은 북반구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이동한다. 태풍 중심의 강력한 저기압으로 주변 공기가 빨려 들어갈 때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공기 흐름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진행 중인 태풍의 오른쪽 회전력은 더 강해지고 왼쪽은 약해진다. 태풍 회전속도가 시속 100㎞이고 진행속도가 시속 30㎞일 경우 태풍의 오른쪽 바람은 시속 130㎞로 강력해지고 왼쪽은 시속 70㎞로 약해진다. 그만큼 태풍 오른쪽 지역의 피해가 크다. 17일 제주도와 남해안을 강타한 제14호 태풍 ‘찬투’도 진행 방향의 오른쪽에 더 큰 피해를 입혔다.

편서풍 역시 코리올리 효과로 발생한다. 편서풍은 북위·남위 30~60도인 중위도의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바람을 말한다. 북반구에서는 남서쪽에서, 남반구에서는 북서쪽에서 동으로 분다. 적도에 가까운 북·남위 0~30도의 저위도에서 동쪽으로 부는 것은 무역풍이라고 한다.

한반도는 북반구 중위도에 속하므로 편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고기압이나 저기압 등의 기압계가 이 바람을 타고 서에서 동으로 이동한다. 중국의 미세먼지와 황사가 한국으로 오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물질이 태평양 쪽으로 가는 게 이 때문이다. 중국으로 향하던 태풍이 한국이나 일본으로 휘어지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동아시아와 달리 북대서양 난류가 지나는 유럽대륙 서안에서는 편서풍이 많은 비를 뿌리며 음습한 날씨를 몰고 온다. 그래서 ‘편서풍이 불 때 동아시아 사람들은 황사마스크를 쓰지만, 유럽인들은 우산을 쓴다’는 말이 나왔다.

그렇다면 적도선(赤道線)이 지나가는 적도 한가운데에서는 어떨까? 코리올리의 힘이 작용하지 않는다. 중력의 영향도 극지방보다 작아서 대부분의 우주 로켓 발사대를 적도 가까운 곳에 세운다. 적도 지역은 지구 자전에 따른 원운동 속도도 크다. 이를 이용해 로켓의 가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 우주발사장도 국토 최남단에 가까운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있다.

여기서 퀴즈 하나. 적도의 가봉이나 에콰도르에서 개수대와 세면대 물이 반대 방향으로 빠진다는 건 정말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렇게 작은 규모’에선 코리올리의 힘을 눈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훨씬 더 큰 규모에서 매우 정교한 과학 실험을 거쳐야 확인할 수 있다.

미셸 투르니에의 친구가 사는 가봉의 가정집이나 에콰도르의 적도박물관 내부는 ‘작은 규모’다. 이곳에서 물의 방향을 결정하는 요인은 코리올리의 힘보다 용기 표면의 미세한 불균형이나 디자인의 경사도 차이다. 그렇거나 말거나 관광객들은 마냥 신기해한다. 이래저래 거대한 자연의 원리 앞에 인간이 얼마나 작고 미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지구 자전 증명한 첫 실험 '푸코의 진자'
움베르토 에코 소설에도 차용

‘푸코의 진자’는 프랑스 과학자 장 베르나르 레옹 푸코가 지구의 자전을 증명하기 위해 고안해낸 실험 장치다. 그는 1851년 파리의 팡테옹 돔 천장에 길이 67m의 실을 내려뜨려 28㎏짜리 진자(추)를 매달고 흔들었다.
프랑스 파리의 팡테옹에 전시된 ‘푸코의 진자’ 복제품.
프랑스 파리의 팡테옹에 전시된 ‘푸코의 진자’ 복제품.
이때 작용하는 힘은 중력과 실의 장력뿐이어서 추는 일정한 방향으로 흔들린다. 하지만 지구 자전에 의해 지표면이 움직이므로, 바닥에 서 있는 사람의 눈에는 추가 마치 자전의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수학적 계산을 통해 파리의 위도에서 지구의 자전 주기가 얼마나 되는지 추론했고, 이는 그대로 들어맞았다. 지구가 자전하는 것을 증명해 보인 인류 최초의 실험이었다. 그는 이 업적으로 당시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코플리상을 받았다. 그때 실험에 쓰인 진자는 1855년에 파리 국립과학연구원으로 옮겨졌다가 줄이 끊어져 파손됐다. 지금 팡테옹에 있는 것은 복제품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편소설 《푸코의 진자》(1988년)에서는 진자가 두 개의 상반된 의미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였다. 진자의 한 면은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의 사고를 보여준다. 다른 한 면은 인간의 탐구 대상인 지구의 움직임이 과학으로는 다 풀 수 없는 신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비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