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한경DB)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한경DB)
현대중공업이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공모가가 함께 한국 조선 빅3을 구성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나 삼성중공업보다 저렴한 수준이라 기업공개(IPO)가 흥행한 세계 1위 조선소라는 점에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주식 시장은 기업의 미래 성장 기대감을 주가 상승 동력으로 삼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이라는 전통산업에 포함된 걸 약점으로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고, 최근 증시에서 친환경 테마가 부각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7~8일 진행한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서 56조562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끌어 모으며 405.5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 2~3일 진행한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 예측에서는 1836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밴드 최상단인 6만원으로 확정지었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5조3264억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기업가치로 6조원 수준이 거론됐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배에 해당해, 글로벌 경쟁(peer)그룹의 평균 1.12배 대비 낮다”며 “(현대중공업은) 글로벌 업계 1위 기업으로 상장 후 프리미엄이 형성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조선업황이 나쁘지 않은 점도 상장 이후 주가 상승 기대에 힘을 보탠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는 올해 1~8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323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로 1년 전에 비해 165%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중 한국 조선업계가 1366만CGT(42%)를 수주했으며,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선종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선가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클락슨선가지수는 147.55로 직전주 대비 1.45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평균인 127.75과 비교하면 15.50% 오른 수준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신규 수주 호조로 주요 조선사들이 2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게 됨에 따라 대형선 건조 슬롯이 부족해지면서 조선사들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증가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기에 올해 말 신조선가 지수는 150~15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적으로 거세진 탄소 중립에 대한 요구는 전통산업인 조선업의 성장성이 낮지 않겠냐는 일각의 우려를 상쇄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선박은 연소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을 많이 내뿜는 벙커C유를 추진연료로 사용했지만, 최근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작년부터는 선박 배기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SOx)을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IMO2020 규제가 시작됐다. 최근 EU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의 55% 이하로 줄이기 위해 내놓은 입법패키지 ‘핏포55(Fit for 55)’의 규제 대상에는 선박 분야도 포함됐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친환경 선박 분야의 강자로 꼽힌다.

이미 글로벌 1위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로부터 1만6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8척을 지난달 24일 수주한 바 있다. 이 계약에는 향후 4척이 추가될 수 있는 옵션도 붙어 있다. 메탄올을 선박 추진연료로 사용하면 벙커C유를 사용할 때보다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온실가스 등의 배출량이 대폭 감소한다.

최근 증시에서 주도주군으로 떠오른 수소 분야에서도 현대중공업그룹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HMM, 포스코, 한국선급, 롯데정밀화학, 롯데글로벌로지스 등과 함께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컨소시엄을 맺은 바 있다. 암모니아는 수소에 질소를 붙인 물질로, 끓는점이 -33도다. 끓는점이 -253도인 수소보다 보관과 운송이 용이하다.

향후 성장성보다는 현재 실적이 오히려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국내 조선 빅3 모두 강재 가격 상승을 미리 반영하면서 지난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가 현대중공업이 4227억원, 대우조선해양이 1조75억원, 삼성중공업이 4379억원에 이른다. 철강사들로부터 올해 하반기에 공급받는 후판(두께 6mm 이상의 두꺼운 철판)의 가격을 상반기 대비 약 40% 올리기로 하면서, 현재 수주해둔 선박 건조 물량의 원가 상승분을 충당금으로 쌓은 영향이다. 다만 향후 철강 가격이 하락하면 충당금이 다시 환입될 수 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