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도 화석 연료는 필요하지만, 공급은 쪼그라들고 있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수석 글로벌 전략가가 파이낸셜타임즈(FT)에 쓴 기고문에서 한 말이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친환경 정책을 위협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캠페인이 확산되면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와 각종 산업금속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고 규제는 강화되고 있다. 탄소 제로 캠페인이 오히려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에 드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수요 급증하는데 공급은 제한


연일 가격이 치솟고 있는 알루미늄은 '그린플레이션의 역설'을 상징하는 대표 상품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현물 가격은 당 2950달러까지 치솟았다.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올해 들어서만 40%가 뛰었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차보다 많은 양의 알루미늄이 필요하다. 수요는 급증하는데 공급은 제한적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 온 중국 정부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알루미늄 생산 기업 가동 중단이라 가동률 조절 명령을 내린 상태다. 이런 와중에 알루미늄 원재료 보크사이트를 만드는 기니에서 군부 쿠데타까지 일어났다. 알루미늄을 만드는 알코아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15일 하루에만 7.67% 뛰었다.

철강 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산업은 늘 중국발(發) 공급 과잉 우려에 시달려왔다.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철강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이 철강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정부의 기조가 반영됐다. 미국 시장정보업체 CRU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중서부철강지수는 이달 초 기준 당 1940달러를 기록됐다. 작년 9월(약 560달러) 대비 네 배에 달한다.

문제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철강 업체들도 생산 규모를 줄여 놓았다는 점이다. 미국 US스틸과 클리블랜드클리프스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미국 내 철강 소비량의 12%에 달하는 약 700만 규모 생산량을 감축했다. 물량은 부족한데 너도 나도 제품을 사 가려고 하면서 철강 업체들의 수익성은 빠르게 늘고 있다. US스틸과 클리블랜드클리프스 주가는 15일 각각 4.99%, 4.30% 상승했다.

◆ 원가 부담 높아진 완제품 기업들


알루미늄과 철을 사 가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들 입장에선 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 포드 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알루미늄과 철강 가격 인상으로 피해를 보는 기업들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토마토수프 캔이 필요한 캠벨수프, 자전거를 만드는 펠로톤, 철제 책상과 캐비넷을 만드는 스틸케이스 등 영향은 전방위적이다.

유가가 반등하는 것도 그린플레이션으로 설명할 수 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3.05% 오른 72.6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아이다’의 여파로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샤르마는 더 근본적인 이유로 "유가가 올라도 관련 기업들이 석유 탐사 및 설비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오히려 기존의 '석유 강자'들은 친환경 에너지로의 변신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그린플레이션의 역설에 투자하려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수록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산업 금속 가격 상승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그린플레이션을 헷지하기 위해 산업금속 선물에 투자하는 '인베스코 DB 베이스 메탈(DBB) ETF', 희토류 생산 기업에 투자하는 '밴에크 레어 어스&스트래티직 메탈(REMX) ETF' 등을 추천했다. REMX ETF는 중국 기업 비중이 48%를 차지한다.

미국에 상장된 산업 금속 생산 기업 ETF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셰어즈 MSCI 글로벌 메탈&마이닝 프로듀서(PICK) ETF', 'SPDR S&P 메탈&마이닝(XME) ETF' 등이 대표적이다. PICK ETF는 BHP 그룹, 리오 틴토, 발레, 앵글로아메리칸 등의 종목을 담고 있다.

고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