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전용 120㎡ 이하 중대형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허용하기로 했다. 1~2인 가구용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는 서울 마포구 만리재로 일대.  /김영우  기자
정부는 전용 120㎡ 이하 중대형 오피스텔의 바닥난방을 허용하기로 했다. 1~2인 가구용 오피스텔이 밀집해 있는 서울 마포구 만리재로 일대. /김영우 기자
수도권 집값이 치솟자 다급해진 정부가 공급책을 내놨다.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로 공급량을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방 개수를 늘리고, 오피스텔 바닥 난방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책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주겠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아파트보다 주거 질이 낮은 비아파트가 공급돼 주거 환경이 악화될 수 있고, 전매 제한 등 거래 규제가 없다보니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오피스텔 공급…"단기 측면 긍정적"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아파트 공급속도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원룸형’ 도시형 생활주택은 ‘소형’으로 개편해 기존 전용 50㎡ 이하에서 60㎡ 이하로 완화한다. 주거공간도 당초 2개에서 최대 4개(침실 3, 거실 1등)까지 완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도심 내 우수 입지에 2~3인 가구가 쾌적하게 거주 가능한 주거 공간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규제가 완화된 가구는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하로 제한해 부대시설 과부하를 막는다.

주거용 오피스텔의 기준도 바뀐다. 오피스텔 내 바닥 난방 설치가 허용되는 면적 기준을 기존 전용 85㎡에서 전용 120㎡까지 확대한다. 이를 통해 도심 내 중대형 오피스텔 공급을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2~3인 가구를 위한 전용 59㎡ 아파트, 오피스텔은 3~4인 가구가 선호하는 전용 85㎡ 아파트의 대체재가 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젊은 층, 2~3인 가구 등이 선호하는 주거 유형"이라며 "이들 주거 형태는 도심 내 자투리 땅을 활용해 단기간 내 공급이 가능해 주택 수급 상황 개선, 전세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조기 공급을 통해 향후 2~3년 간 서울과 수도권 등 도심 주택공급을 단기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전세시장의 공급원으로써도 기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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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투기수요 자극…해결해야할 '숙제'

부작용도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자투리땅에 지어지기 때문에 단지 규모가 커지기는 어렵다.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 아파트를 중심으로 도로, 조경 등 인프라가 개선되지만 규모가 작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오피스텔 등은 주거 환경을 더 악화시킨다는 얘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도시형 생활주택은 소음방지 시설이나 주차장 설치 의무가 없는 등 인근 지역의 주거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비교적 중소 사업자들이 진입하기 쉬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게 되면서 난개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 주거 형태는 청약통장이 없이 청약금만으로 청약이 가능하고, 당첨 이후에도 전매제한이나 실거주 규제가 없기 때문에 분양시장의 투기적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 함영진 랩장은 "다주택자들이 대출, 세제, 청약 등 아파트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며 "풍선효과에 따른 부작용을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아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다르면 2016년 이후 분양된 1809개 주택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상위 10곳 중 8곳이 도시형 생활주택이었다.

소병훈 의원은 "최근 건설사들이 양질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부지에서도 분양가 규제를 피하고자 도시형생활주택을 공급하는 편법 분양, 꼼수 분양을 하고 있다"며 "저렴한 소형주택 공급을 위해 도입한 도시형생활주택 제도가 고분양가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