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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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네이버·카카오페이로 결제할 때 아차 싶죠."
"한 푼이 아쉬운데 수수료가 너무 높으니까 힘들죠. 안 받을 수도 없고."
네이버·카카오페이가 카드사 대비 과도한 수수료율로 자영업자들을 짓누르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과 생활고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네이버·카카오페이 등과 같은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 수수료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영세 소상공인들로부터 받는 결제 수수료율 차이는 약 3배에 달한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하고 있지만, 빅테크 기업의 경우 별도 규정이 없고 내부에서 임의로 정하고 있다.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같은 서비스 또는 상품을 판매하더라도 소비자의 결제 수단이 '페이'일 경우 지급해야 하는 수수료가 훨씬 더 커진다는 얘기다.

자영업 가맹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개선의 여지가 없는 상태다. 카드업계에서도 불공평한 조치라는 불만이 나온 지 오래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빅테크 기업의 가맹점 수수료만은 건들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은 커지고 있다.

카카오·네이버, '3배 수수료' 취하는데…금융당국은 나몰라라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의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사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말 기준 네이버페이의 수수료율은 2.2%~3.63%, 카카오페이는 2.0%~3.2% 수준으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0.8~2.3%)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특히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에 적용하는 수수료율은 네이버페이 2.2%, 카카오페이 2.0%로 신용카드(0.8%)보다 약 2~3배가량 높았다.

영세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노력을 들여 같은 서비스와 상품을 판매하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결제 수단에 따라 배 이상 차이 나는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빅테크 기업이 카드사와는 달리 수수료에 대한 별도의 규정 없이 내부에서 임의로 정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서다.

현재 카드사들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수수료율 관련 규제를 받고 있다.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에 따라 금융당국과 카드사는 3년마다 '적격비용'을 산정하면서 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당국은 소상공인 부담 경감 등의 취지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차례에 걸쳐 수수료율을 낮춰왔다. 2018년에는 우대가맹점 적용 범위까지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대폭 확대했다.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한경DB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한경DB
그러나 빅테크 기업들은 카드사와 같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음에도 관련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카드사는 여전법에 매여 있어 각종 수수료나 규정을 적용받는 반면, 간편결제 업체는 수수료 관련 정책이 의무화돼 있지 않은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을 적용받고 있어서다. 이에 카드업계에서는 빅테크 기업이 수수료율에 신용카드 수수료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점, 동일한 서비스에 차별된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계속되는 문제 제기에도 금융당국은 가맹점 수수료 규제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다. 자영업자와 소비자가 보기에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라 하더라도 카드사와 빅테크 기업이 가지는 특성과 서비스 구조, 시장 구조가 다른 만큼 차별적인 규제를 취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입장이다.

이한진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소비자와 자영업자 입장에서 볼 때 카드사와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같게 보일 수 있으나, 빅테크가 부과하는 수수료에는 신용카드 수수료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 수수료, 기타 서비스 수수료 등이 포함된 것인 만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빅테크는 신용 공여 행태가 아닌 가맹점들의 대표가맹점으로서 위험 부담 행위를 하는 사업체이기에 업의 본질도 다르다. 시장 구조에서도 카드사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와 동일하게 가맹점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을 들어 수수료율에 대한 규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업권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이 과장은 "하나의 서비스가 가지는 유사성 때문에 금융사와 빅테크를 같은 규제로 묶어야 하고, 그것이 아니면 차별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프레임"이라며 "자영업자와 카드사의 주장은 선동에 넘어가는 방식으로, 이성적인 주장이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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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기존 업권이 구별됐다고 하더라도, 서비스가 가지는 유사성이 매우 높고 수수료 적용 대상도 동일한 만큼 규제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빅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위의 논리가 앞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언급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빅테크 기업과 카드사 간의 수수료율 차이는 서비스 제공 형태가 다르고 서버 운영비, 결제 대행 서비스 등이 결합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과하다"라며 "금융당국이 빅테크 기업의 수수료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최근 강조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맞춘다면 조정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더 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빅테크 기업은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다. 가맹점 수수료율 차이도 금융권에 들어온 빅테크가 금융사에 적용되던 전통적 규제는 받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추후 전체적인 금융 시스템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금융당국이 빅테크에 대한 규제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합리적인 시장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위 측은 핀테크 기업과 카드사 간 가맹점 수수료를 부과하는 형태가 '동일기능'에 해당하는지 더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과장은 "지금까지는 사실상 두 서비스를 동일한 기능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왔으나, 이에 반대되는 주장이 존재하는 만큼 내부 토론을 전개해보겠다"며 "가격 규제에 대한 것은 정책적 고민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국회 논의 등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할 수 있는 사안인지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