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불닭볶음면 소스를 제조하는 에스앤디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외 라면 판매가 급증하면서 에스앤디의 영업이익은 2년 새 두 배 뛰었다.

가정간편식이 코로나시대의 히트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소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소스는 간편식의 맛을 좌우하는 ‘비밀병기’ 대접을 받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최근 들어 소스 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올해 국내 소스 시장은 2조1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2조원 규모로 성장한 소스 시장

간편식 비장의 무기 '소스'…집밥 열풍에 2兆로 폭풍성장
국내 소스 시장은 최근 5년간 30% 성장했다. 간편식 확산이 소스 시장 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간편식의 소스는 맛의 동일성, 품질의 균일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채소 육류 등 원재료가 기업의 구매와 가공처리 역량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라면 소스는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비법이다. 국내 소스 시장은 영업용(B2B) 비중이 80%에 달한다.

소스 시장이 커지자 최근 몇 년간 CJ제일제당, 대상 등 전통적인 장류 기업뿐 아니라 SPC삼립, 동원F&B, 농심, CJ프레시웨이 등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SPC삼립은 일찌감치 소스 전용 공장을 구축했다. 2017년 준공한 SPC프레시푸드팩토리는 총 200종의 소스를 연간 7000t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서 생산된 소스는 파리바게뜨, 피그인더가든, 에그슬럿 등 SPC그룹 계열 브랜드 제품에 쓰인다. 스타벅스, 이디야커피 등 커피 브랜드에도 공급한다. SPC프레시푸드팩토리가 생산하는 소스류 제품의 B2B 매출은 준공 초기인 2018년에 비해 약 20배 늘었다.

동원그룹은 계열사 동원홈푸드의 소스류 생산 시설을 확대하고 있다. 2019년 말 충북 충주에 700억원을 투자해 조미식품 가공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3만여 가지 종류의 소스류를 제조할 수 있는 스마트 팩토리다. 동원은 2023년까지 B2B 소스류 매출을 3000억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해외 핫소스 시장 공략도

계열사 태경농산을 통해 라면 스프를 생산하는 농심은 비건 브랜드인 ‘베지가든’을 통해 식물성 원료의 소스를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최근엔 신제품 배홍동비빔면의 소스를 따로 떼어내 ‘배홍동 만능소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대표 장류 제조기업으로 꼽히는 샘표는 ‘새미네부엌’이라는 소스 브랜드를 새롭게 선보였다. 멸치볶음소스, 장조림소스, 양파절임소스 등 손쉽게 밑반찬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내놨다.

국내 식품 업체들은 해외 소스 시장 진출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 내 핫소스 시장이 급성장하자 고추장을 현지 입맛에 맞게 가공한 소스 등으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한국 전통 고추장을 재해석한 매운맛 소스 ‘갓추(Gotchu)’를 미국 시장에 선보였다. 갓추는 ‘고추’와 영어 표현 ‘got you(잡았다)’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대상은 최근 수출용 고추장인 ‘내추럴 고추장’의 생산능력을 세 배 가까이 확대했다. 삼양식품은 일본에서 불닭 소스 3종 판매를 시작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스는 간편식의 성장과 함께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았다”며 “설비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으로 투자 이후 수익성도 높아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