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은 주연작 ‘생각의 여름’ 12일 개봉…탄탄한 연기내공으로 가득 채운 80분


배우 김예은이 영화 <생각의 여름>에 출연해 러닝타임 내내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영화 <생각의 여름>은 공모전에 제출할 마지막 시를 못 끝내고 뒹굴대는 시인 지망생 현실이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영감을 얻어가는 여정을 담은 작품으로, 지난해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황인찬 시인의 시 5편이 영화에 담겨 영화와 시의 감각적인 만남으로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김예은은 극중 현실 캐릭터로 분해 관객들을 만났다. 곧 서른 살이 되는 시인 지망생 현실은 사랑하는 연인과도 헤어지고, 먼저 시인으로 등단한 친구의 성공을 지켜보며, 인관관계에도 어려움을 겪는 우리 주변의 보통의 청춘이다. 엉뚱하고 발랄하면서도 자신을 괴롭히는 여러 문제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으로 2030 세대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김예은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특유의 편안한 연기로 ‘현실’ 캐릭터와 싱크로율 100%를 만들어내며 통통튀는 감성을 통해 청년 세대를 위로한 것. 무기력하게 늘어진 현실 앞에서 힘들어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씩씩하게 자신을 할 일에 힘을 내어 보는 통통 튀는 예측불허 캐릭터를 김예은만의 색채로 완벽하게 연기했다.

<다음은 김예은과의 일문일답>

Q. 영화 <생각의 여름> 선택 이유와 시나리오 첫 인상은.

A,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엄청 유쾌하고 귀여웠어요. 중간 중간 황인찬 시인의 시로 이어지는 부분이 특별하게 느껴졌고요. 시와 더불어 만나는 인물들과의 대화로 현실이가 성장해 나가는 것들이 정말 ‘현실적’이어서 좋았습니다. <생각의 여름>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으레 느끼는 권태로움과 외로움이 느껴지는 작품인 것 같아요. 그 자리에 현실이가 아니라 어떤 누구의 이름을 대입해도 누구에게나 스며들 수 있는 이야기,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Q. 현실 캐릭터를 연기한 소감은.

A. 가만히 보면 현실이는 단순해 보여도 참 생각이 많은 캐릭터에요. 머릿속으로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어떤 대상을 대할 때 무엇인가를 그 이상으로 꾸며 내지도 않고, 그 순간 함부로 판단하지도 않고, 그저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요. 본인에게 들이 닥치는 상황을 재고 따지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하고요. 그래서 그런지 현실이를 표현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계획 보다는 즉흥적인 감정으로 오히려 단순하게 접근하려고 했어요. 생각해보면 저 또한 별 생각 없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상황과 관계들이 쌓여 사건이나 생각들을 만들어 내는 것 같거든요. 그게 또 현실이의 캐릭터고요.

Q. 촬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A. 제가 직접 현실이가 입는 옷이나 소품들을 고르고 싶었어요. 뭐랄까, 외모나 의상에서라도 비범함을 보이고 싶다라는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의상이나 작은 소품에서 캐릭터가 보였으면 좋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혼자 시장이나 빈티지 마켓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의상이나 소품을 구매하러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Q. 실제 성격은 현실과 얼마나 비슷한지.

A. 여태껏 친한 주변 지인들이 ‘실제 너와 비슷한 캐릭터를 언젠가 꼭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라는 말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어쩌면 현실이는 저와 접점이 많아서 감독님께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저도 곰 같은 성향인데, 현실이도 그래요. 솔직함, 그리고 투박함, 그런 것들이 저와 가장 비슷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부분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귀찮아서 뒹굴 거리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이겨 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모습도요. 그러고 보니 제가 현실이를 빼다 박았네요.

Q.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A. 호구(극중 강아지)와 함께 있는 장면들은 보기만 해도 호구 덕에 힐링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호구와 함께 있는 장면들은 정말 좋아요. 이상하게 정말 편안해 보이더라고요. 왠지 둘이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제가 산 정상에서 주영과 이야기를 하다가 도망 치고는 어딘가에 앉아서 <실존하는 기쁨>이란 시를 읽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 그 장면을 촬영하면서도 그렇고 여러 경험들이 오버랩 되어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고요. ‘유서를 쓰려다 시가 되었다’라는 문장이 그 감정을 함축적으로 아주 잘 표현해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가…괜히 그 장면을 보면 속상해요. 현실이가 안쓰럽기도 하고요.

Q. 김종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는지.

A. 감독님과 첫 미팅 후 궁금한 마음에 감독님의 전작들을 보았는데, “무슨 이런 괴짜 천재가 다 있지“ 싶을 정도로 획기적이고 재미있더라고요. 거기 나오는 배우 분들도 정말 좋고요. 나름 독립영화들을 잘 찾아보는 편인데 이런 획기적인 작품을 이제야 봤다니! 하면서 감독님께 전화해서 제가 뭐라고 ‘감독님은 천재다, 분명 언젠가 영화 역사상 한 획을 그으실 거다’라고도 얘기했어요. 너무 신이 났었나 봐요. 촬영 기간이 짧기도 하고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저한테 항상 격려해주시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어요.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저는 정말 행복하고 즐거웠습니다.

Q. 등장하는 황인찬 시인의 시 중 가장 좋아하는 것과 이유는.

A. 시를 평소에 좋아해요. 예전엔 마냥 어렵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젠 시를 그저 관찰자로서,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처럼 바라보고자 노력하는 편인 것 같아요.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그래서 그때 그때 저에게 와 닿고 상상의 여지가 있는 시들은 다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극 중 등장하는 시들이 현실이의 상황과 마음에서 나온 시라고 상상해서 그런지 연기를 할 때 시에서 힌트를 많이 찾았어요. 어렵지만 하나만 꼽자면, 저는 <실존하는 기쁨>과 <무화과 숲>이요! 처음 이 시를 접하고 나서 먹먹함이 아직도 기억나요. 영화 상에서도 현실이가 직면하는 순간 중에 가장 감정적 요동이 많이 치는 부분이라 그런지, 영화를 보고 시를 듣는데 이입되고 괜히 울컥 했습니다.

Q.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A. 저희에게 소중했던 작품이, 관객 분들께 어떻게 보이려나 하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또 긴장도 많이 되네요. 뜨거운 여름, 시원한 극장에서 피식- 하고 코웃음 치며 고민거리들, 스트레스들 현실이와 함께 잘 정리하고 나가시면 어떨까요. 황인찬 시인님의 아름다운 시들과, 그 시들을 직접 낭독하는 배우들의 목소리로 청춘을 되뇌며 추억해보는 건 어떨까요. 현실이와 민구, 주영이, 남희, 유정, 희경, 지은, 학수, 복자와 함께라면, <생각의 여름>과 함께라면 분명 의미 있고 행복한 기억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우리의 진심이 여러분께 닿기를 간절히 바래요. 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 그리고 뜨거운 여름에 항상 건강하시고요,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모두 행복해요. 사랑합니다.




디지털이슈팀 유병철 기자 onlinenews@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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