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스트레스, 우울을 이겨내려면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스트레스가 2년 차에 접어들었다. 미국의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0년에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의 비율이 4배 정도 증가했다. 우리도 한 지방자치단체의 통계를 보면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시민이 2018년 대비 2020년에 5.8배 증가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스트레스가 인종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스트레스의 주된 내용으로는 ‘질병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재택근무 및 수업 등으로 인한 가족 내 피로감 증가’, ‘제한된 사회적 관계’가 꼽힌다. 외출 없이 집에 ‘앉아 있는 행동(sedentary behavior)’이 우울증의 발병 위험도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최고의 항스트레스 활동인 ‘운동’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친밀한 만남’이 줄어드는 게 원인이다.

불안해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불안은 미래에 대한 염려를 증가시키고 동시에 오늘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앗아간다. 과도한 불안 반응의 예로 ‘비행기 공포’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랜만에 계획한 자녀와의 제주도 여행이 즐거운 기대로 다가와야 하는데 출발 시간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감정과 생각을 지배한다. 여행이라는 행복 콘텐츠가 공포 영화로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는 ‘불안’과 전쟁 중인 상황이다. 35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 보고에 따르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스트레스로 인해 중등도 이상의 극심한 불안 증상을 느끼는 사람이 3명 중 1명꼴이다.

코로나19 불안은 두 요소로 나누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지각된 취약성(perceived vulnerability)이다.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과도하면 부정적 감정 반응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증가시킨다. 다른 하나는 위협 반응(threat response)이다. 불안한 요인에 대해 회피 행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비행기 공포가 존재할 때 공항을 가지 않고 여행을 취소해버리는 행동이 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황에서 위협 반응의 증가는 긍정적인 면이 존재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철저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시행하는 사회에서 위협 반응이 증가했고, 이는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통계가 있다. 불안의 이중적 측면이라 할 수 있다.

치매 관련 통계를 보면 어르신 10명 중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고 수년 안에 환자 수가 1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치매는 기억력, 판단력 등 인지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다 보니 관련한 법적 다툼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상속인인 자녀가 피상속인인 부모가 치매가 의심된다며 성년후견인을 신청해 정상이라 주장하는 부모와 법적 다툼을 하거나, 치매에 걸린 가족의 재산을 관리하는 후견인 선정을 놓고 가족끼리 소송을 하는 씁쓸한 상황을 보게 된다.

치매는 환자에게 고통을 주는 것을 넘어 법적 소송 등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의 원인을 제공한다. 특히 치매는 간병하는 가족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간병하는 가족의 60%가 우울이나 불안 증상을 보이고, 진료가 필요한 우울증이 찾아오는 경우도 40%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다.

열심히 치매 부모를 간병한 자녀가 “동생이 제 눈에 부모님 모시는 것을 싫어하는 기운이 가득하다고 하네요”라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사람의 공감 능력엔 한계가 있다. 아무리 효심이 가득해도 간병에만 몰두하면 마음에 번아웃이 찾아올 수 있다. 번아웃 된 마음은 공감에너지가 고갈돼 짜증, 분노, 우울 같은 감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열심히 간병하느라 고생하고 그러다 지친 마음에 못된 생각이 드니 죄송스러운 마음에 한 번 더 스트레스가 생긴다.

그래서 간병을 주로 맡고 있는 가족에게 잘 간병하기 위해서라도 원래 하던 즐거운 활동을 지속하라고 이야기한다. 최고의 간병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아픈 가족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자신이 고갈되면 이것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직 치매 백신이나 완치 약물이 없다. 하지만 라이프스타일 변화로 치매 발병 위험도를 상당히 떨어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대표적인 치매 예방 3종 세트를 소개한다. 우울증 예방, 사회적 고립감 떨쳐내기, 그리고 운동이다.

팬데믹 스트레스로 더 우울하고, 더 고립되고, 더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힘을 내보자. 몸을 움직여주고 비대면이라도 따뜻한 소통을 하다 보면 우울증에 대한 저항력도 함께 강해진다.

글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