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법, 손해 3배 한도 안에서 법원이 배상액 정하도록 규정

[지식재산권 산책]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사진=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의 아이디어 탈취 방지를 위해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나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돼 있다. 이들 법령은 원사업자가 수급 사업자에 기술 자료의 제공을 요구하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또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은 2018년 제2조 제1호 차목을 도입·시행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은 “사업 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 교섭 또는 거래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 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는 거래 교섭이나 거래 과정에서 제공 받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를 정당한 보상 없이 사용하는 행위를 규제하기 위해 신설됐다.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형사적 제재는 어렵고 민사상 조치만 가능하다.

대법원은 광고주인 프랜차이즈사(피고)가 광고대행사(원고)로부터 신제품 명칭 및 광고에 사용할 콘티 등을 용역 계약에 의해 제공받은 후 다른 광고대행사와 다시 용역 계약을 체결해 원고에게 제공 받은 콘티나 신제품 명칭 등을 사용한 사안에서, 위 신제품 명칭이나 콘티등은 (차)목에서 말하는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라고 판단했다.

원고가 진행한 용역의 결과물인 명칭이나 콘티 등에 대한 권리는 제작비를 전액 지급해야 피고에 이전됨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제작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신제품 명칭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차)목 위반 행위라고 했다.

대기업에 의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는 오랜 기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기술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노력의 결실인 ‘아이디어’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최근 부정경쟁방지법은 고의적인 위반 행위에 대해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법원이 배상액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소위 징벌적 손해 배상 제도를 시행했다. 이 역시 중소기업을 실효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차)목의 신설에 대해서는 보호되는 아이디어가 무엇인지 불명확하다거나 아이디어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오히려 상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등 여러 비판도 있다.

대법원도 “아이디어 정보의 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한 경우인지 등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결국 (차)목에 의해 보호 받는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는 사안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하도급법이나 상생협력법은 계약 관계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고 그 대상이 기술 자료에 국한되나, 부정경쟁방지법 (차)목은 계약 체결을 전제로 하지 않고 영업적 아이디어를 포함하며 나아가 반드시 일방이 대기업일 것을 요건으로 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서 그 적용 범위가 하도급법이나 상생 협력법으로 광범위해 상거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으로 판례 축적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김윤희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