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대처와 극복…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지난 1년 반 동안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최악의 고비를 넘기지 않았느냐는 다소 숨통이 터질 무렵 이번에는 델타 변이가 지배종으로 바뀌면서 전 세계인을 또다시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4년 전 배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가 처음 언급한 ‘초불확실성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것이 요즘이다.

통계학에서 자연·사회·정치·경제 현상은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 모양의 정규 분포로 설명한다. 델타 변이는 전형적인 테일 리스크에 해당한다. 테일 리스크는 정규분포 상 양쪽 끝으로 발생 확률이 낮아 대책을 세워놓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발생하면 충격, 특히 초기 충격이 크다.

하이먼 민스크의 리스크 이론에서는 델타 변이를 가장 위험한 “nobody knows”, 즉 아무도 모르는 리스크로 분류한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으로 진단하고 대처할 수 없는 뉴 노멀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뉴 노멀 리스크는 미래 예측까지 어려워 누니엘 루비니 교수는 ‘뉴 애브노멀’ 리스크로 별도로 구분한다.

뉴 노멀과 뉴 애브노멀 리스크는 참고할 만한 준거의 틀이 없기 때문에 오로지 사람의 위기대처능력이 중요하다. 결과는 크다. 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으로 설명되는 노멀 리스크는 대처하기는 쉽지만 그 자체가 구속이 되기 때문에 ‘작은 변화’만 오지만 사람에 의한 대처는 초기에는 어렵지만 극복하면 횡재 효과까지 더해져 ‘큰 변화’가 온다.

모든 사람의 위기대처 능력이 중요하지만 코로나 사태는 방역과 경제활동 통제, 치료제와 백신 개발, 경제활동 재개 등의 대처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에 대한 판단과 결정은 통치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최고통수권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의 경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숙한 코로나 대처가 조 바이든 정부로 넘어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델타 변이와 같은 아무도 모르는 리스크를 대처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적(敵)은 ‘정치꾼(politician)’이다. ‘정치가(statesman)’는 코로나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이 닥치면 ‘국민’과 ‘다음 세대’ 편에서 대처하는 데 반해 정치꾼은 ‘자신의 자리’와 ‘‘다음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또 하나 경계해야 할 적은 특정 목적이나 이념 등과 같은 프레임에서 갇혀 있는 경우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지 1년 반 동안 경제지표는 괜찮아지는데 국민은 여전히 불안해 하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해 보면 프레이밍 효과를 중시하는 미국은 경기 부양을 더 추진해 국민을 안정시키지만 프레임에 갇혀 있는 한국은 ‘위기를 조장하는 세력’으로 몰아친다.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오히려 텍스트 마이닝 기법 등을 활용해 경제지표와 경제주체의 반응 간 괴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올바른 자세다. 텍스트 마이닝 기법이란 정책당국이 경제정책을 발표한 이후 정책 역행적 성향의 어조는 ‘+1’, 정책 순응적 성향의 어조는 ‘-1’로 빅 데이터 지수를 산출해 시장과 국민 친화적으로 조절해 나가는 방법을 말한다.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델타 변이를 극복하는데 ‘경제 콘트롤 타워’를 누가 맡고 최고통수권자와 정치인의 영향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도 중요한 문제다. 국민 편보다 최고통수권자와 정치인에 의해 흔들리다 보면 국민의 자발적인 협조가 전폭적으로 필요한 델타 변이 사태를 극복하는 과제는 요원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0일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앞두고 발표됐던 주요 인선 가운데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주목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여성으로 처음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NEC) 위원장,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에 임명된 화려한 이력뿐만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미국 경제를 구해낼 수 있는 기대와 확신을 줬기 때문이다.

어떤 정책이든 복잡한 현실을 푸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델타 변이와 같은 사상 초유의 상황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경제정책은 더 어렵다. 이 때문에 특정한 경제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에 의존하기보다는 실증적인 정책 처방, 특히 대형위기를 극복한 정책 처방에 의존하게 되고 활용될 수밖에 없다.

준거의 틀로 삼아왔던 여러 가지 정책 처방 가운데 앨런 재무장관이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연설했던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 가장 많이 애용돼 오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근무했던 버락 오마바 정부 시절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면서 당시 최대 난제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데 적용됐다.

바이드노믹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단기적으로 코로나19와 델타 사태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으로 미국 개조를 통해 경제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양대 목표가 잘 녹아있는 것이 ‘경기 부양책’과 ‘인프라 확충계획’이다. 규모만 하더라도 5조 달러(당초 계획보다 1조 달러 축소)에 육박해 옐런 장관이 주장한 ‘고압 경제’의 단면을 읽을 수 있다. 고압 경제란 한마디로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보다 낫다’는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에 근거한 정책 처방이다.

예일 패러다임의 출발은 1950년부터 1988년 은퇴할 때까지 예일대에서 화폐 경제학을 가르쳤던 제임스 토빈이다. 정책적으로는 아서 오쿤, 로버트 솔로우, 케네스 애로우 교수 등과 함께 1960년대 케네디와 존슨 정부 시절에 실행됐던 경제정책을 설계하는데 핵심역할을 했다. 1970년대 이후에는 월리엄 노드하우스, 로버트 쉴러 교수 등이 뒤를 이었다.

전체적인 기조는 위기 극복과 침체 탈피 등과 같은 단기과제는 케인즈언 이론을 선호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과 완전고용 등과 같은 장기과제는 신고전학파 이론을 받아들인 독특한 정책 처방 패키지이다. 즉, 단기과제는 총수요와 총공급(혹은 IS/LM) 곡선으로 이해하고, 지속 가능 성장과 고용창출 등의 장기과제는 토빈과 솔로우 모델을 선택했다.

최종 목표인 장기성장과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물적자본, 인적자본, 연구개발(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중시했다. 정부는 재정 건전화를 도모하고, 통화당국은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해 기업이윤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제도 투자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하고, 소비세율을 높여 저축과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예일 패러다임을 토대로 경제정책을 추진했던 1960년대, 1990년대 미국 경제는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했다. 토빈 교수가 케네디 정부에 정책 자문했던 1961년 이후 106개월 동안 확장 국면이 지속됐다. 1990년대에는 예일대 교수들이 다시 클린턴 정부와 손을 잡으면서 확장 국면이 2001년 3월까지 120개월 동안 지속됐다.

옐런 재무장관이 경제 콘트롤 타워를 맡은 지 6개월이 지나면서 미국 경기 회복세는 그 어느 국가보다 빠르다. 백신 보급이 늦어지면서 경기가 다시 불안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우리로서는 부러울 뿐이다. 결국 사람이 코로나19와 델타 변이를 맞아 지금의 미국 경제와 한국 경제 차이를 만들어 낸다고 볼 수 있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델타 변이 대처와 극복…결국 ‘사람’이 중요하다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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