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같은 그룹에서 한솥밥…대우건설은 중흥 품으로, 쌍용차는 유력 인수 후보 파산 수순

[비즈니스 포커스]
대우건설과 쌍용차, 올해 M&A 시장 대어의 엇갈린 운명
대우건설과 쌍용차는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큰 ‘대어’로 꼽혔다. 올해 M&A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경영권 거래 규모는 43조860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조4576억원에 비해 65.8% 늘었다. 그중 대우건설과 쌍용차는 각 업계에서 ‘이름값’과 ‘점유율’을 가진 기업이라 M&A 시장에서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기업은 출발이 서로 달랐지만 외환 위기 직후인 1998~1999년 2년간 대우그룹에서 계열사로 한솥밥을 먹은 적이 있다. 대우그룹 해체 후 각자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M&A 시장에 비슷한 시점에 등장한 것을 보면 대우건설과 쌍용차의 묘한 인연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M&A 일정이 시작되니 두 기업의 운명은 너무나 달랐다. 대우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찾아 매각 과정을 하나씩 밟고 있다. 지난해부터 건설업계가 호황을 맞아 그 어느 때보다 몸값이 높아진 대우건설은 많은 인수 후보가 등장하면 비교적 수월하게 ‘매각 로드’를 걷고 있다.

반면 쌍용차는 미궁에 빠진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가격 협상까지 완료할 계획이었지만 유력 인수 후보자가 파산하는 등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대우건설과 쌍용차, 올해 M&A 시장 대어의 엇갈린 운명
대우건설, 중흥그룹 품으로…노조 숙제만 남았다

대우건설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는 호남에 기반을 둔 중견 건설 업체 중흥그룹이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최대 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가 보유한 지분 50.75%를 인수한다. 인수 가격은 2조원 초반대로 추정된다.

중흥그룹의 현재 재계 순위는 47위다. 대우건설 인수가 끝나면 자산 총액이 19조540억원으로 늘어 단숨에 재계 20위권에 진입한다. 또한 건설사 순위를 나타내는 시공 능력 평가에서 대우건설은 지난해 6위(8조4132억원)를 차지했다.

중흥그룹의 건설사는 15위 중흥토건(2조1955억원)과 35위 중흥건설(1조2709억원) 등이다. 대우건설과 합치면 11조8796억원이 된다. 삼성물산(20조8461억원)과 현대건설(12조3953억원)에 이어 단번에 시공 능력 3위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시장에서는 대우건설과 중흥그룹의 인수를 두고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라고 평가한다. 또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후 3년 만에 KDB산업은행에 재매각된 모습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내놓는다. 업력은 물론 사업 역량과 브랜드 이미지 등에서 두 기업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관해 최근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은 매각 과정에 난항을 겪은 대우건설을 살리기 위해 인수한 것이라며 독립 경영을 보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중흥건설을 키운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대우건설을 세계적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대우건설과 쌍용차, 올해 M&A 시장 대어의 엇갈린 운명
인수 자금에 대한 시장의 걱정에 대해서도 밝혔다. 7년 전부터 대우건설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자료 준비 등의 단계를 밟아 왔다며 과거 같은 호남 연고 기업인 금호가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또 인수 자금이 충분한 만큼 중흥건설을 상장시켜 주식을 팔아 투자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중흥토건과 중흥건설 등 30여 개의 주택·건설·토목 계열사를 운영 중이다. 2015년 대기업집단에 지정됐고 자산 총액은 9조2070억원이다. 대우건설의 자산 총액은 9조8470억원이다.

단, 중흥의 인수 과정에 마지막 걸림돌은 대우건설 노조와의 갈등 해결이다. 노조는 매각 과정에서 KDBI가 정상적 절차를 위반해 회사에 2000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며 총파업을 결의한 상황이다.

정찬선 회장은 “뛰어난 기술력과 훌륭한 인재를 갖춘 대우건설은 주인이 없는 상황이어서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인수 과정이 마무리되면 노조와 임원진을 만나 회사를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과 진심을 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과 쌍용차, 올해 M&A 시장 대어의 엇갈린 운명
쌍용차 인수 유력 후보 HAAH 파산…새 주인 찾기 난항

쌍용차의 매각 과정은 가시밭길이다.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미국 HAAH오토모티브가 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는 중국 체리차의 고급 브랜드 반타스를 반조립 상태로 가져와 미국·캐나다에 판매할 계획이었다.

이 과정에서 쌍용차를 인수해 관련된 인력·기술력을 활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파산 신청을 앞둘 정도로 회사가 존폐 위기에 몰린 만큼 쌍용차 인수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셈이나 마찬가지다.

쌍용차의 매각 주간사 회사인 한영회계법인은 7월 30일까지 인수 희망자에게 의향서와 비밀 유지 확약서 등을 받는다. 예비 실사 기간은 8월 2~27일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된다.

HAAH오토모티브를 제외한 인수 후보로는 에디슨모터스·케이팝모터스·박선전앤컴퍼니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자금 조달 계획이나 향후 경영 정상화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대우건설과 쌍용차, 올해 M&A 시장 대어의 엇갈린 운명
쌍용차는 최근 42년간 쌍용차를 지탱해 오던 평택공장 매각을 결정했다. 인수 후보들이 공익 채권과 미지급 임금 등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는 만큼 평택공장 매각대금 약 9000억원을 활용해 인수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쌍용차와 평택시는 기존 부지를 향후 대규모 주거 단지로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공장 부지로 설정된 만큼 용도가 변경되면 실제 가치는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쌍용차 신규 공장은 평택의 다른 부지에 들어선다. 공장 이전에 따른 생산 중단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현 부지 매각과 함께 신공장 건설 작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또한 공장 이전을 통해 2026년까지 전용 전기차를 포함한 6종의 친환경차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다.

쌍용차 관계자는 “매각을 앞두고 평택공장 처분과 함께 직원 무급 휴업에 돌입하는 등 다양한 자구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며 “공장 이전으로 친환경차 출시 등 중·장기 플랜도 마련한 만큼 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