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

“앞으로 50년 동안 펼쳐질 고령사회, 그리고 30년 이상 이어질 4차 산업혁명. 이 두 개의 메가트렌드가 만나는 곳에 부의 기회가 있습니다.”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베이비부머가 맞이할 미래를 “데모그래피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특이한 사회”라고 표현한다. 데모테크라는 새로운 어장 속에서 생겨날 거대한 부의 기회를 들여다본다.
“고령화와 기술 혁신 사이에 부의 기회가 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인구절벽이 다가올 것이라는 공포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돼 온 테마다. 그렇다면 세계가 늙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사회가 수축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데모테크가 온다>의 저자인 김경록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는 이런 위기 속에서도 부를 창출할 금맥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를 짓누르는 고령화의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데모테크(demotech) 시대, 우리가 새롭게 발견할 금맥은 어떤 모습일까. 김 대표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책 제목이 <데모테크가 온다>인데, ‘데모테크’라는 표현이 신선합니다.
“데모테크는 제가 만들어낸 용어인데요. 데모그래피(demography)와 테크놀로지(technology), 즉 인구구조와 기술 혁신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결합한 용어입니다. 이 개념에 주목하게 된 지는 7~8년 정도 됐어요. 앞으로 부를 지닌 고령자와 테크놀로지의 발전이 겹치는 곳에서 아주 큰 시장이 형성되고, 큰 투자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봤거든요.”

책에서 “고령화는 위기이기도 하지만, 기술 혁신 트렌드와 결합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하셨는데요.
“보통 고령화라고 하면 수축 사회라고 이야기합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시장의 수요도 줄고, 1인당 소득이 감소할 테니까요. 사회가 거의 정체 상태에 들어간다는 시각이죠. 물론 전체적인 사회의 흐름은 그렇게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를 하는 사람은 수축 국면에서도 확장하는 국면을 찾아야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가가 떨어지고 사업이 어려워진 곳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비즈니스가 급속도로 확장된 곳도 있거든요. 투자는 항상 두 가지 면을 갖고 있습니다. 고령화를 단순히 ‘수축’이라는 프레임만 갖고 볼 게 아니라 거기서 확장하는 분야가 어디인지 찾아낸 뒤 우리의 자본을 갖다 놔야 합니다.”

미래의 고령층은 소득과 건강을 가진 ‘액티브 시니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셨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고령사회가 되면 전반적으로 소비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고령자 친화적인 기술 혁신은 상당히 확장성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특히 제가 말하는 고령자는 미래에 고령자가 될 예정인 지금의 40~60대입니다. 이 사람들이 10년 후에는 50~70대가 되거든요. 40대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세대이고, 50대는 엑셀과 워드프로세서를 배우기 시작한 세대입니다.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데 익숙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세대죠. 따라서 지금의 70~80대와는 완전히 다른 고령층이 될 겁니다. 얼마 전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우주 관광을 떠난 사례도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새로운 고령층의 선두 주자고요.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쓴 레이 커즈와일은 이제 70대 중반입니다. 이 사람은 이미 10년 전부터 비타민을 하루 100개씩 먹었어요. 건강한 상태에서 수명을 충분히 누리려는 목적에서죠. 이들 아래 세대도 이런 패턴을 보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주목하는 데모테크 관련 분야는 무엇인가요.
“가장 알기 쉬운 분야로는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디지털 헬스케어가 있죠. 돈 많은 고령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건강과 아름다움입니다. 우리가 줄기세포 치료를 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치료를 한 번 할 때 비용이 10억 원씩 든다면 시장은 커지지 않겠죠. 그런데 한 번 치료할 때 돈이 1000만 원이 든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료에 뛰어들겠어요. 기술 혁신을 통해 치료비가 내려가면 시장이 커질 수 있어요. 따라서 기술 혁신과 고령사회가 만나는 쪽에서 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다음으로는 요즘 많이 거론되는 메타버스(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가 있는데요. 메타버스는 고령자를 차치하고 이야기하더라도 확장성이 아주 큰 분야입니다. 가상현실 속 가상상점을 통해 물건을 사고팔 수 있고, 블록체인 기술도 쓰이거든요. 부동산 분야도 메타버스와 연결됩니다. 현실세계의 좋지 않은 땅보다는 가상공간의 아주 좋은 땅을 사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예요. 앞으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경쟁을 하게 될 겁니다.

메타버스를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고령자들도 이 시장에 충분히 들어갈 수 있어요. 지금의 고령층의 경우 컴퓨터를 가르쳐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에 메타버스 시장과 무관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의 70~80대를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젊은이들만의 시장이라고 생각한 이 분야에 고령자가 뛰어들게 될 겁니다.

스위스 알프스산맥 아래에 관광버스가 도착하면, 나이 든 고령자들이 보조의자에 앉아서 알프스산맥을 바라보기만 하다가 다시 버스로 돌아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 체력에 한계가 생기니 산에 올라가는 게 힘들어지는 거죠. 앞으로 고령자들은 가상공간에서 여행을 하거나 자신의 젊은 시절 모습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옵니다. 메타버스로 인해 우리 삶의 모습이 매우 특이해질 것이라고 봐요. 현실 속의 삶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의 다양한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
“고령화와 기술 혁신 사이에 부의 기회가 있다”
요즘 가장 뜨거운 이슈인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하셨는데요. 앞으로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시나요.
“지금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뉴스만 나오고 있죠. 1980년대 후반에도 그랬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분들이 ‘이러다 내 집 마련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꼈죠. 그러다가 주택 200만 호 공급이 시작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10년 넘게 옆으로 기었거든요. 지금이 꼭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그때는 금리도 10%가 넘었지만, 지금은 금리까지 0%니까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그냥 부르는 게 값처럼 돼 있어요. 마음이 약한 사람은 자꾸 흔들리기 쉬운데요.

이런 흐름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게 형성된 지역들이 있어요. 소득이 어느 정도 되고 돈을 빌릴 여력이 있다면 무조건 ‘일단 사 놓고 보자’고 할 수 있는데요. 부동산을 사 놔도 기회비용이 별로 없다면 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2008년에도 아파트 미분양이 쏟아졌죠. 이런 상황은 우리가 이미 많이 경험하지 않았습니까.

앞으로 2~3년 동안 가격은 어디로 튀든지 튈 수 있습니다. 하지만 2~3년 앞을 보지 말고 한 5년 후를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5년 후면 주택 가격이 반드시 잡힙니다. 지금은 규제 측면도 많거든요. 특수목적고등학교도 다 없어지면서 학군 면에서도 더더욱 강남에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수밖에 없죠. 이런 문제가 하나하나 풀려 나가는 기간이 4~5년 걸릴 겁니다. 공급도 좀 늘어나고요. 거시경제적으로도 금리, 인구 변화 등의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고 봐요.

아파트 불패신화는 향후 1~2년 정도가 최고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그때까지 기다렸다가 꼭지에 팔고 나오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긴 한데요. 보통 주식도 가슴 정도에 팔면 제일 좋다고 이야기하잖아요. 부동산 전략을 바꿔 나가기 위해 고민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리츠(REITs)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부동산 시장의 자산 가격 상승률은 어느 정도 따라갈 필요가 있죠. 그걸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리츠를 활용한 부동산 간접투자입니다. 결국 리츠 또한 자산운용사를 통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리츠를 활용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부동산 시장에도 투자할 수 있죠. 다만 자신의 모든 자산을 베팅하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적절하게 분산하는 것을 권합니다.”

장기 투자와 분산, 인내를 투자의 핵심이라고 강조하셨는데요.
“단기 투자를 통해 성공하는 사람도 있긴 합니다. 그런데 너무 피곤해요. 요즘 주부들이 단기 투자를 많이 하거든요. 삶의 상당 부분을 투자해야 합니다. 아침 8시 30분부터 주식시장을 봐야 하고요.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장에서 자신의 일을 해야 하잖아요. 일반인이 단기 매매에 초점을 맞춰 투자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에요. 훨씬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투자입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실력이 높아질수록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고, 그렇게 소득이 높아지면 저축액도 많아지는 거고요.

앞으로 110세까지 사는 시대가 왔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것입니다. 좀 더 건강해져야 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져야 해요. 전날 미국 증시장을 들여다보느라 다음 날 피곤해지는 것보다는, 펀드나 좋은 주식에 장기적으로 맡겨 놓으라는 얘기입니다. 구글이나 아마존 주식을 사 놓으면, 그 회사 직원들이 열심히 일을 합니다. 나는 나의 일을 하고,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는 것이죠. 매일 시장에 관여해 정작 자신의 일을 소홀히 하는 것은 오히려 소탐대실이 될 수 있습니다. 작은 것을 탐하다가 큰 것을 잃게 되죠. 재테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입니다.”

끝으로 <데모테크가 온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가 있었지만 잘 성장을 해 왔고, 잘 성장했다고 생각했지만 앞으로 또 위기가 생길 수 있고요. 태극기 무늬를 보면 음과 양이 함께 싹트고 있어요. 양의 세계가 커지면서도 거기서 음의 씨앗이 싹트고 있습니다. 투자를 할 때는 사회가 저성장한다는 시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이런 상황 속에서도 싹트는 부분이 어딘지를 보셔야 해요. <내일의 금맥(Tomorrow’s Gold)>이라는 책이 있는데요. 결국은 내일의 금맥이 될 곳이 어디인가를 살피는 것이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투자는 낙관적인 사람이 잘한다고 하죠.

고령화를 안 좋게만 보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베이비부머가 맞이할 미래는 데모그래피와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아주 특이한 사회입니다. 앞으로 50년 동안 펼쳐질 고령사회, 그리고 30년 이상 이어질 4차 산업혁명. 이 두 개의 메가트렌드가 만나 확장된 사회가 펼쳐질 거예요. 그 부분을 꼭 눈여겨보시고, 그곳에 여러분의 재산을 가져다놓는다면 장기적으로 큰 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경록 대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최고책임자,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을 거쳐 현재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