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투기 말고 투자
‘저축은 미덕’이라는 말은 장기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다소 식상한 격언이 됐습니다.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한 단어는 보다 적극적인 재테크 수단인 ‘투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주식투자의 열풍이 뜨겁죠.

한국은행이 지난 6월 23일 발표한 ‘2020년 말 지역별·통화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준비 자산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대외금융 자산은 잔액 기준 1조5197억 달러(약 1749조9345억 원)에 이릅니다. 이는 전년 말 대비 2072억 달러(약 238조5908억 원) 증가한 것으로 관련 통계 편제 이후 사상 최고치입니다.

‘서학개미’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 해외 주식투자가 그 중심에 있습니다. 지난 7월 19일 한국예탁결제원은 예탁원을 통한 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외화 주식 결제금액(매수+매도)이 2077억4000만 달러(약 239조2126억 원)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63% 증가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외화 주식 중에서는 미국 주식 결제액이 1939억7000만 달러(약 223조3952억 원)로 전체 결제의 93.4%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최근 해외 주식투자 열풍은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해외 주식 계좌 수는 2016년 8만6000여 개에 불과했지만 지난 4월 말에는 305만 개로 5년 만에 약 35배 증가했습니다. 또 해외 주식 순매수 규모는 2011년 1200억 원에서 지난해 22조5000억 원까지 급증했죠. 같은 기간 거래한 종목 수도 4300개(36개국 증시)에서 지난해 1만9750개(40개국 증시)로 늘었습니다.

이 같은 해외 주식투자 열풍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상황에서도 오히려 급증하는 모습을 보여준 대목은 인상적입니다. 다만 해외 주식투자는 해외 기업에 대한 정보 파악에 한계가 있는 만큼 막무가내식 투기처럼 이뤄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종이 필요합니다. 실제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해외 주식 중 상장 폐지가 된 종목은 지난해 총 74개로, 1년 전(51개)보다 23개 증가했습니다.

이에 한경 머니는 8월호 빅 스토리로 ‘돈이 되는 해외 주식투자 2.0’을 다뤘습니다. 해외 주식투자의 초창기 시행착오에서 벗어나 철저한 분석을 통해 레벨업 된 투자를 제시하고자 한 겁니다.

미국 월스트리트로부터 ‘시대를 초월한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추앙받는 벤저민 그레이엄은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투자 원금의 안전성과 적절한 수익성을 기대하는 행위를 ‘투자’로,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를 ‘투기’로 규정한 바 있습니다. 이는 현재 우리 가슴에 뜨겁게 다시 새겨봐야 하는 ‘투자의 초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 한용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