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삽니다"…비트코인 조세피난처 몰리는 美 부자들
비트코인 수익에 대한 과세를 피하려는 자들을 위해 여권을 발급해주는 기업이 있어 관심이 모아졌다.

11일(현지시간)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기업 `플랜B 패스포트`가 암호화폐 부자들에게 주로 적도지방에 있는 7개 조세피난처 국가들의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얻게 해준다고 보도했다.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앤티가바부다, 도미니카 공화국, 그레나다 등 카리브해 국가들과 남태평양의 바누아투, 포르투갈이 이곳에 해당된다. 이들 국가 모두 암호화폐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물지 않는다.

◆어떻게 시작됐나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에서 태어나 자란 케이티 안나니나는 전 프로 세일러(sailor)로서 지난 2016년 미 영주권을 받은 후 미국으로 건너왔다.

안나니나는 2015년 초 러시아 요트 국가대표 선발전을 펼치며 스페인에 거주하던 두 달 동안 러시아 루블화의 통화가치가 50%나 떨어진 것을 보고 비트코인의 매력을 느꼈다. 그렇게 3년 전, 안나니나는 이와 관련한 사업을 시작했다.

◆어떻게 운영되나

`플랜B 패스포트`는 7개국 정부와 협력해 투자프로그램을 통한 시민권과 영주권 취득을 도와준다.

국제 세무법률회사 안데르센의 어니스트 마레 변호사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이며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국가에서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마레 변호사에 따르면 세이트루시아에서는 10만 달러를 기부하거나 국채를 25만달러어치 사거나 30만 달러 부동산에 투자하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다.

고객들이 평균 13만 달러~18만달러만 있으면 여권 발급이 가능하다는 게 안나니나의 의견이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금에 기부하는 것"이라며 "고객들은 10만 달러나 15만 달러를 기부하고 법률심사 비용과 정부 수수료 여기에 제 법정 수수료까지 2만 달러를 낸다"고 밝혔다.

보통 가족들은 세인트키츠네비스를 가장 많이 선택하지만, 개인 신청자들의 경우 저렴하고 빠른 일처리로 세인트루시아가 가장 인기있는 곳으로 꼽힌다.

안나니나는 "사업이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었다"며 "돈 한푼 쓰지 않고 트위터로만 마케팅을 하는데도 3주 전에 이미 전화상담 예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 미 시민권 포기하는 고객들

미 국세청(IRS)은 비트코인 등 다른 암호화폐를 모두 개인 자산으로 취급해 최고 40% 세금을 물리고 있다. 이때문에 부자들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여권 발급을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세금을 피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익명의 고객은 암호화폐 보유로 인한 자본이득세는 수 백만 달러에 달하겠지만 (해당 국가에) 18만 달러를 지불하는게 오히려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18만 달러는 이 고객 순자산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외국에 거주하거나 이중 국적을 가지고 있어도 미국 시민이라면 무조건 세금을 내야 한다. 또 일명 `출구세`가 있기 때문에 미국 시민 국적을 포기해도 전날까지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가 될 수 있다.

권예림기자 yelimk@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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