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 속아선 안돼…순수한 물로 수분 보충해야
여름이면 시원한 음료수가 간절하다. 그런데 탄산음료, 과일주스 같은 음료수는 마셔서 건강에 좋을 게 없다. 대부분 당(糖) 함량이 높고, 액체라 포만감이 크지 않아 비만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순수한 물이 아닌 음료수로 수분을 보충하고 있다.

2016년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은 82%가 음료수를 마시고 있고, 음료수를 통해 하루 필요 에너지의 10%를 섭취하고 있다. 음료수를 통해 수분 보충을 하면 당분 과다 섭취, 에너지 과잉 등의 문제가 있다. 탄산음료만 피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영양학자들은 과일주스도 추천하지 않는다.

콜라 한 잔만 먹어도 하루 당 권고량 초과
음료수에는 대부분 첨가당이 들었다. 첨가당은 생각보다 권장량이 적다. 첨가당은 식품 원재료에 추가해서 먹는 당을 말하며 설탕, 액상과당, 시럽이 대표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성인 하루 평균 섭취 열량을 2000kcal로 보았을 때 가공식품에 의한 당류는 10% 이내로 섭취해야 한다. 즉, 50g 이내로 섭취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은 더 엄격하다.

2014년 총 당류 섭취량의 권고 기준을 50g에서 25g으로 줄인 바 있다. 콜라 한 잔(250㎖)만 마셔도 29.5g의 당을 섭취하기 때문에 권고량을 훌쩍 넘긴다. 첨가당은 음료수뿐만 아니라 곡물시리얼, 요거트, 샐러드 소스, 파스타 소스 등에도 꽤 많이 들었다. 하루 종일 먹은 음식들을 생각하면 첨가당 섭취가 권장량을 쉽게 넘길 수 있으리라고 짐작이 가능하다.

이런 탓에 전 세계에서는 첨가당이 많이 든 음료수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멕시코 남부 오악사카주에서 어린이, 청소년에게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과체중인 멕시코에서 비만 개선을 위해 내놓은 법안이다. 멕시코는 세계 1위 탄산음료 소비국이라 이번 조치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교내 매점이나 자판기에서 탄산음료, 과일·채소주스, 고카페인 음료 등을 판매하지 않는다.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TV 광고도 제한하고 있다. 최근에는 초중고교 주변 200m 이내에서 탄산음료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어린이, 청소년의 경우 탄산음료 섭취율과 비례해 비만율도 증가하고 있다. 탄산음료로 인해 당류를 과다 섭취할 경우 비만은 물론 향후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건강한 당이라는 포장에 속지 말아야
흑당(黑糖) 음료와 같이 ‘건강한 당’을 넣었다는 음료들이 몇 해 전부터 인기다. 정말 건강에 좋을까. 흑당 음료에도 당 함량이 높다. 최근 서울시 조사 결과 흑당 음료 기본 사이즈 한 잔의 평균 당류 함량은 34.8g으로 콜라(250㎖) 29.5g보다 높다.

흑당 음료에 든 당을 각설탕으로 따지면 각설탕(3g) 약 12개 분량이 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당이 식물이든, 과일이든, 꿀이든 어디서 추출한 당이든 많이 먹으면 결국 좋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당뇨병협회는 흑당, 아가베 시럽을 비롯해 설탕, 메이플 시럽 등 첨가당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과일을 직접 갈아서 만든 주스는 첨가당이 들어 있지 않아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식이섬유가 파괴된 과일주스를 너무 많이 마시면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해 당분이 대부분 지방으로 저장된다. 당뇨병, 비만에 대한 걱정이 있는 성인들만 과일주스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소아 비만의 주범으로 수년 전부터 과일주스가 꼽히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미국심장학회, 미국소아과학회, 미국 영양및식이요법학회 등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건강한 식이연구회’에서는 생후 5년간 물과 우유 외의 다른 음료, 특히 가당 음료를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소아 비만 예방을 위해 내놓은 음료 섭취 권고안이다.

단맛은 중독돼…노출 최소화해야
식품 원재료에도 당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첨가당 섭취를 최소화해야 하지만, 단맛에 중독되면 첨가당을 추가 섭취해 당 과다 섭취에 이르기 쉽다. 단맛이 마약과 비슷하게 중독을 유발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어릴 때 단맛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크면서 점점 더 강한 단맛을 찾게 된다. 호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설탕을 장기간 과다 섭취하면 뇌의 쾌락 중추에 작용하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내성이 생겨 더 많은 도파민 분비가 일어나게 하기 위해 설탕을 더 많이 먹는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단맛을 어릴 때부터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미 단맛에 중독됐다면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 물이 가장 좋은 음료수지만, 단맛에 길들여져 있다면 물로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믹스커피를 매일 마시는 사람은 아메리카노에 시럽을 넣은 커피를 마시다가 시럽을 뺀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식이다.

탄산음료를 즐기는 사람은 탄산수를 마시다가 순수한 물을 마시자. 가공식품을 고를 때는 뒷면 영양정보에 표기된 당류 함량을 참고해 가급적 적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당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필요하지만 과다 섭취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 건강한 당에 현혹돼 당을 과다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음료수 대신 물…하루 다섯 잔 이상 마셔야
음료수는 원칙적으로 마실 필요가 없다. 음료수 대신 물을 마시자. 한국인영양섭취 기준에 따르면 액체 수분 권장량은 900~1200㎖인데, 여기서 200㎖는 우유로 섭취하고 나머지는 모두 순수한 물로 섭취해야 한다. 하루 다섯 잔 이상 물을 마시면 된다.

최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물 충분섭취자(1일 물 충분섭취량 이상인 경우)’ 비율이 감소 추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성·연령별 물 충분섭취량은 30~49세 기준 남성은 957㎖, 여성은 772㎖ 이상을 마셔야 하고, 50~64세 기준 남성은 940㎖, 여성은 784㎖ 이상을 마셔야 한다. 하루에 1ℓ도 안 되는 양이지만, 물 충분섭취자 비율이 2015년 42.7%, 2016년 44.8%, 2017년 42.1%, 2018년 39.6%로 점점 감소했다. 2016년부터 3년간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였다.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도 있는데, 커피는 커피고 물은 물이다. 커피는 이뇨작용이 있어 오히려 체내 수분을 감소시킨다. 다만 보리차, 우엉차 등 설탕이 들지 않은 물을 연하게 먹는 것도 괜찮다. 탄산수는 대부분 pH5.5 이하의 산성이라 치아 바깥 면인 법랑질을 녹여 치아 건강에 좋지 않아 가끔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순수한 물을 대신해 마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체내 수분을 잘 유지하려면 아침에 일어나서 취침 전까지 물을 소량씩 틈틈이 마셔야 한다. 노인은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므로 목이 마르지 않아도 물을 따로 챙겨 마셔야 한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