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혁신과 경제 발전이 중요한 디지털 전환 시기에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자유방임적인 접근법을 취하자는 주장이 있는 한편, 공정 경쟁을 통한 법치주의 존중이 사회 안정의 필수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누구도 두 주장 일방의 편을 들어주기 어렵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규제 정책이 오늘날 세상에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정적 외부효과의 통제

플랫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대부분 플랫폼 기업이 전통적인 산업에 미친 파괴적인 영향력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비즈니스에 수익과 생계를 위협받는 기업과 근로자 입장에서 자연스러운 저항이다. 택시회사는 우버를 싫어하고, 호텔 체인이 에어비앤비를 좋아할 리 없다. 이해당사자의 불평도 귀담아들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악영향 가운데 살펴봐야 할 부분은 부정적인 외부효과다. 이는 문제를 만들어낸 사람들이나 기업이 아닌 어쩔 수 없이 문제에 휘말린 주체가 부담할 때 발생한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빌려준 집이 술 취한 이들의 소란스러운 파티 현장이 되고, 심한 경우 매춘 현장이 된 사례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다루기 힘든 게스트에 의해 발생하는 피해로부터 미국 내 호스트들을 보호하기 위해 100만달러에 달하는 배상책임 보험을 제공하는 정책을 공개했다. 해당 보험은 호스트 본인이 소유한 주택보험이 적용되고, 피해액이 그 보상금 한도를 넘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하지만 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되지 못했다. 미국에서 주택보험은 임대와 같은 상업활동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에어비앤비 호스트임을 숨기는 주택 소유자에게 속아 넘어간 주택보험사에 문제 해결을 떠넘기는 것이었다. 에어비앤비가 일으킨 문제를 주택보험회사가 해결하는 꼴이었다.

자유방임적 입장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은 다양한 부작용은 혁신을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비용이라고 간주한다. 오늘날 플랫폼 기업은 우리 삶의 일부이고 수백만에 달하는 사람에게 확실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점에 비하면 매우 작다는 것이다.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와 조지 스티글러는 시장에서 발생한 문제는 규제와 같은 정부 개입 없이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도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경쟁자들보다 막대한 사회적 편익을 제공하는 기업이 자유롭게 증가함으로써 시장 실패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정부 규제는 무능했거나 결국 부패했다고 덧붙인다. 스티글러는 정부 규제의 무용함을 ‘규제 포획’이란 단어로 설명한다. 시장 참여자가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규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함으로써 근본적인 시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되려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1971년 논문에서 그는 항공이나 트럭 운송업, 은행업에 신규 기업의 진입을 금지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이런 정부 규제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사회 편익을 증대하기보다는 경쟁을 막고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낡은 규칙의 재정비

역사적 기록은 규제 철폐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편은 아니다. 가까운 과거의 사례도 그렇거니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반경쟁적 관행을 예방하기 위한 규제가 존재했다. 자연재해에 따른 곡물 시장 가격을 통제하거나, 유통과정을 활용한 고의적인 가격 조작 모두 도시국가의 통제 대상이었다. 이처럼 현실에서 규제의 장점은 많다. 항공기 이용과 관련된 규제가 없다면 여객기는 테러리스트들의 1순위 표적이 될 것이다. 깨끗한 식수와 도로 위에서의 안전 모두 규제 덕분에 가능하다. 규제가 아예 없다면 사기, 불공정 경쟁, 독점 및 과점, 시장 조작 등으로 높아진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반면 일부 전체주의 국가에서 볼 수 있는 극단적인 정부 개입도 문제다. 이는 부패와 비효율, 혁신의 부재와 같은 다른 문제를 낳는다. 결국 규제의 이점을 누리고 폐해는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양극단 사이에 균형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과거의 세상에서는 많은 경우 정부 개입 쪽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었다. 다행인 것은 두 세대를 지나면서 정부가 쥐고 있던 주도권이 점차 민간으로 옮겨오고 있다. 회계 기준이 대표적이다. 국가가 제정한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 원칙(GAP)’에서 민간 기구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가 제정한 ‘국제회계기준(IFRS)’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이런 추세가 강화될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각국 정부는 자신들이 규제할 수 있는 영역과 민간이 보다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대상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