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 불어일견이고, 불어일‘행’이다. 뭐든 직접 보고, 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법.
적극적인 자산관리 툴로 알려진 신탁의 활용 과정을 차근히 알아봤다.
[special]적금보다 쉬운 신탁계약 따라잡기
CASE 1. 서울에서 제조업을 하고 있는 63세 A씨는 요즘 걱정이 크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뉴스를 봐도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거나, 자꾸 휴대전화를 깜박하기 일쑤다. 평소 건강엔 자신했던 그도 혹시나 치매 전조증상이 아닌지 고민이 짙어진다. 그는 “은퇴하고, 노후를 즐겨야 할 때 갑자기 치매에 걸려 가족들에게 짐이 되진 않을까 고민이 된다”며 “지금껏 붓고 있는 적금과 건강보험, 사망보험 외에도 치매에 대해서도 관련 상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CASE 2. 70대 B씨는 얼마 전 남편과 사별한 후 발달장애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남편이 사망하면서 현재 거주 중인 빌라와 현금을 상속받은 B씨는 본인 사후에 발달장애인 아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걱정이다. 혹시나 자신이 중병에 걸리거나 갑자기 죽으면 아들을 누가 돌봐줄 수 있을지, 자금 관리 등 아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해서다. B씨는 “장애인신탁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돈이 너무 많이 들지는 않을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탁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부자들의 자산관리로만 부각됐던 신탁이이제는 대중친화형 금융상품이자, 사회안전망의 대안으로 부상 중이다. 고령화와 치매 환자의 증가에 따른 자산관리 문제, 한 부모 가정에서 자녀의 양육권과 친권을 가진 한쪽 부모가 사망한 뒤 자녀의 양육비 문제, 미성년이거나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금의 안전한 관리 등을 신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탁의 역할이 점점 치매 케어나 미성년 자녀들을 위한 후견신탁, 상조신탁 등 생활 금융으로서 확장되고 있다”며 “요즘은 상조신탁에 살아 있는 동안 인생을 즐길 수 있도록 여행을 결합한 신탁도 고객들로부터 호응이 높다. 젊은 고객들에게도 적극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직도 신탁 하면 ‘과정이 어려울 것 같다’, ‘수임비용이 클 것 같다’는 선입견이 적잖이 남아 있다. 일면 사실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일부 선입견 때문에 신탁이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선택을 꺼려하다가 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신탁 계약은 크게 은행 영업점 방문을 통해 신탁 상담 요청→상담→상담 자료 및 계약 검토(세무·법률)→기본계약서 작성→계약→신탁 결재 진행→집행 및 관리 순으로 이뤄진다. 큰 틀에서 보면 은행에 가서 금융권 상품을 계약하는 것과 유사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신탁은 손님의 금전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탈 케어’ 형식의 유언대용신탁을 원하기도 하고, 치매 케어, 부동산 관리, 장애인신탁, 성년후견신탁 등 손님의 상황별·용도별 니즈에 따라 다양한 계약이 체결된다. 따라서 신탁 업무의 핵심은 손님의 니즈를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공감하는 상담이다.

실제로 요즘 신탁 계약을 위해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요즘은 부모님과 함께 오거나 부모님을 대신해서 상담을 받으러 오는 4050세대도 부쩍 늘었다고.
한 은행 관계자는 “신탁을 계약하러 오시는 분들의 사연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복잡한 사연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최대한 귀 기울여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는 분들도 적잖이 만났다. 얼마 전 계약을 체결한 분도 본사를 포함해 네 군데에서 신탁 상담을 받아보셨는데 자기 자식들도 듣기 귀찮아하는 내용까지 본사 상담자가 경청해준 것에 감동을 받아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무엇보다 요즘은 비대면을 통해 신탁 서비스를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하나은행의 스마트폰 뱅킹 ‘하나원큐’다. 하나은행 스마트폰 뱅킹 ‘하나원큐’ 가입 고객은 원화 및 외화 주가연계신탁(ELT)과 국내 주요 상장지수펀드(ETF)를 살펴보고 가입까지 편리하게 완료할 수 있으며, 최근 관심이 높아진 유언대용신탁 상담도 간편히 신청할 수 있어 전문가를 통한 은퇴 후 자산관리와 상속 설계도 가능하다.
[special]적금보다 쉬운 신탁계약 따라잡기
비대면 ELT 상품은 국내외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를 기초로 원화 상품뿐만 아니라 달러로도 가입이 가능하다. 비대면 ETF는 46개 주요 종목을 대상으로 적립식의 경우 최소 5만 원부터 투자할 수 있으며, 목표지정형은 가입 시 미리 설정한 수익률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환매돼 통장으로 입금된다. 이번 서비스 확대를 통해 하나원큐 이용자는 자산 규모에 상관없이 자산관리나 상속에 대한 니즈가 있다면 유언대용신탁 상담 예약을 통해 비대면·대면 채널로 상속 설계 전문가와 상담이 가능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상담 영역에도 비대면 서비스를 계속해서 넓혀 나가고 있다”며 “무엇보다 영업점까지 방문하지 않아도 신탁 상담을 신청할 수 있어서 고령층뿐만 아니라 온라인 활용이 용이한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그 편리성에 호응을 얻고 있다. 출시 후 반년 새 비대면 서비스를 통한 2~3배 정도 상담 신청이 늘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상담이 이뤄지고 나면 세무사와 변호사가 각각 위탁자(손님)의 상담 자료를 검토한 끝에 예약상 문제가 없는 경우, 기본계약서를 작성하고, 후에 정식 계약을 하면 일단락이 된다. 추후 관리 역시 수탁자(신탁 회사)가 관리, 집행하기 때문에 신탁의 의미 그대로 ‘믿고 맡기면’ 된다. 단, 앞서 말했듯 계약의 형식, 자산 규모에 따라 신탁수임료가 다르고, 집행 방식도 갈리기 때문에 신탁 계약 시 꼼꼼한 상담과 플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