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스포츠 동아리의 ‘코로나19 나기’
“경제적 부담 증가” 호소

[한경잡앤조이=이진이 기자/서지희 대학생 기자] 캠퍼스를 삼킨 코로나19의 여파는 자못 컸다. 비대면이 일상화됐다. 동아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너나 할 것 없이 하나둘 비대면으로 돌렸다. 그중 특히나 교내 스포츠 동아리는 직격탄을 맞았다. 체육시설 이용이 일부 제한됨에 따라 훈련과 연습이 어려워졌다. 이 시점에서 이들은 어떻게 훈련하고 경기를 진행하고 있을까. 야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대학 야구동아리와 실내 코트에서 주로 경기를 펼치는 대학 농구동아리의 상황을 알아봤다. 각 동아리의 감독·주장 학생으로부터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들은 그들만의 돌파구를 찾아가고 있었다.

고려대 야구동아리 ‘백구회’
고려대 중앙야구동아리 ‘백구회’는 유독 선후배 사이가 끈끈하다. 백구회의 신입생들은 1년 동안 동아리 회비를 면제받는다. 물론 스포츠안전 보험료, 이동 교통비 등은 예외지만, 정기 회비와 밥값, 술값 등은 모두 선배들이 내준다. 백구회 감독 김현석(교육학과 18학번) 씨는 이러한 ‘내리사랑’으로 신입생들이 1년 동안 선배들의 베풂을 받으며 편하게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받아온 선배의 배려를 2학년이 돼 그대로 1학년 신입생들에게 베풀기에 끈끈한 팀워크가 형성되고 유지된다”며 백구회가 고수해온 문화의 장점을 언급했다. 하지만 김현석 씨는 “작년 말부터 5인 이상 집합 금지로 인해 단체 뒤풀이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동아리가 이어온 끈끈한 유대 관계와 팀워크는 시합 후 진행하는 뒤풀이로 더욱 견고해지는데 요즘은 제한이 걸려 ‘하나로’ 뭉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불편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동아리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됐다. 김 씨는 “학교 녹지운동장이 폐쇄돼 이의 대체재를 학교 외부에서 구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접근성 높고 무료로 이용 가능했던 녹지운동장과 달리 대체재로 구한 야구장들은 모두 유로로 대관해야 하기에 재정적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이 때문에 백구회는 작년부터 재학생들의 회비를 인상했다. 반드시 지출이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회비를 쓰지 않고 최대한 아꼈다. 회비가 부족해 모자란 부분은 감독인 김 씨의 사비로 처리한 뒤 나중에 환급받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그는 “결정적으로 졸업한 OB 선배님들의 지원금 덕분에 재정적 문제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전하는 동시에 “이밖에도 동아리의 어려운 상황을 이해해주고 불만 없이 잘 따라준 팀원들에게도 고맙다”고 말했다. 추가로 돈을 걷어야 하는 상황이 자주 있었지만, 그때마다 오히려 고생한다고 격려해주며 종종 자발적으로 소소한 회비 지원금을 보태준 팀원들 덕분에 재정적 난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백구회 단체 사진. 마스크로는 가릴 수 없는 야구의 즐거움. (사진 제공=김현석 씨)
△백구회 단체 사진. 마스크로는 가릴 수 없는 야구의 즐거움. (사진 제공=김현석 씨)
코로나19 이전 백구회는 학교 녹지운동장에서 매주 일주일에 두 번 정기연습을 진행했다. 팀원들의 수업시간을 고려해 대부분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에 일정을 잡았다. 이 외에도 학교를 졸업한 선배와 함께 꾸리는 친선경기 ‘OBYB전’, 연세대 중앙야구동아리 이글스와의 교류 행사인 ‘백구제’, 강원도 양양에서의 합숙 전지훈련 등을 진행해왔다. 대회 참가도 활발했다. 단과대 및 과 소속 야구동아리와 함께한 ‘교내리그’를 포함해 각 학교의 야구 중앙동아리가 학교를 대표해 출전하는 ‘AUBL(아마추어대학야구리그)’, 한국대학스포츠협회에서 주최하는 ‘KUSF 클럽챔피언십’, 전국대학야구연합회에서 주최하는 ‘전국대학클럽야구대회’에 참가하곤 했다.

다양한 대회에 출전한 만큼 백구회가 이뤄온 전적도 화려했다. 2017년에는 ‘아마추어 고연전 선발전’에서 우승해 고려대 대표로 정기 아마추어 고연전에 출전했다. 2018년에는 AUBL 조별리그에서 7승 1패라는 성적을 거두며 40개 참가팀 중 조별리그 성적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이후에는 각 조 1~2등이 참여하는 으뜸 토너먼트에서 8강까지 진출했다. 2019년에는 백구회 창단 40주년을 맞아 ‘40주년 OBYB 행사’를 개최했다.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플레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김현석 씨)
△선수들이 둥글게 모여 플레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김현석 씨)
하지만 작년부터는 활동 폭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집단 연쇄 감염이 터지기 전인 작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녹지운동장이 개방돼 예년처럼 정기연습과 교내 동아리들과 친선경기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쇄적으로 집단 감염이 발발한 후로는 교내 운동장이 폐쇄됐다. 이 때문에 학교 주변에서 대관 없이 아침 시간대에 이용 가능한 운동장들을 찾아다니며 연습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폐쇄되는 바람에 과천까지 가야 했으며, 동아리방이 있는 교내 학생회관 공용공간 대관을 통해 실내 연습을 이어갔다. 물론 많은 인원이 모이는 OBYB전과 전지훈련은 진행하지 않았다. 교내 대회들도 자연스럽게 개최되지 않았다. AUBL은 구장 수급이 어려워져 작년 리그 통틀어 4경기만 진행됐다가 규제가 완화된 하반기에 토너먼트로 겨우 재개됐다. 작년 하반기 정부가 실외체육시설 규제를 완화하자 팀 운영과 리그 진행에 조금씩 숨통이 트였지만, 교내 녹지운동장은 아직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공립 야구장이 개방돼 정기연습을 전보다 더 안정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김 씨는 “아직 팀 운영이 예년처럼 완전히 돌아간 건 아니지만, 작년 코로나19로 취소됐던 외부 대회들이 올해 들어 조금씩 재개되기 시작해 이러한 부분이 그나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입생 모집은 어땠을까. 백구회는 학번, 나이, 실력, 국적, 성별에 상관없이 신입생을 상시 모집한다. 원래는 동아리연합회에서 진행하는 동아리박람회 부스를 통해 홍보하고 신입생을 모집했다. 하지만 동아리박람회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자 학내 게시판과 SNS를 통한 홍보에 의존했다. 작년에는 예상치 못한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못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는 대비책을 미리 마련했고, 온라인 홍보에 초점을 맞춘 결과 신입생들을 많이 모집할 수 있었다.
△백구회 라인업하는 모습. (사진 제공=김현석 씨)
△백구회 라인업하는 모습. (사진 제공=김현석 씨)
김 씨는 “어서 하루빨리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팀원들과 재밌게 야구하고 싶다”고 소망을 얘기했다. “옛날 사진을 보면 코로나19가 없던 시절이 그리워지더라고요. 특히 팀원들끼리 돈독해서 자주 만나서 놀기도 했는데 지금 당분간은 그런 추억을 쌓기 힘들다는 게 아쉬워요.”

그리고 이후 동아리의 계획을 밝히며 “요즘 경기 결과가 전보다 좋지 않아서 팀원들이 야구에 흥미를 잃을까 봐 걱정인데, 종강 이후 방학부터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천천히 기본기들과 그동안 놓치고 있던 부분들을 다시 다져가며 팀을 재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구회 감독을 하기 위해 올해 1년 휴학했는데요, 저도 백구회와 팀원들을 위해 늘 고민하고 힘내서 나아갈 테니, 팀원들도 지금처럼 저를 믿고 따라와 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아요. 남은 6개월 후회 없이 열심히 야구하고 행복한 추억 많이 쌓아서 훗날 2021년을 돌아보며 미소지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숭실대 농구동아리 ‘SSU-BALL’
경기가 끝난 후 라인업(경기 시작 전후 양 팀 선수들이 한 줄로 나란히 서는 행위) 전 팀원들끼리 둥글게 모여 서로를 다독여주는 SSU-BALL(슈볼)은 숭실대학교 농구동아리다. 슈볼의 주장 한승효(스포츠학부 19학번) 씨는 이러한 슈볼의 문화가 “경기 때는 흥분하거나 다급한 상황에서 큰 소리로 세게 얘기할 때가 있는데 혹시나 서로에게 의도치 않게 상처를 줬다면 경기장에서 이를 모두 털고 나오자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슈볼은 2019년에 창단된 동아리로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한다. 팀을 키우겠다는 팀원들의 의지가 강했기 때문일까. 신설 동아리였지만 초반부터 좋은 성과를 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고양 스타필드에서 진행됐던 ‘여대부 3on3’ 대회에서 3위와 준우승을 차지했다.
△슈볼 단체 사진. (사진 제공=한승효 씨)
△슈볼 단체 사진. (사진 제공=한승효 씨)
코로나19 이전에는 타 대학 농구동아리들과의 교류도 활발했다. 2019년도부터 KUSF 대회(한국대학스포츠협회 주관)를 포함한 대학생 대회에는 모두 참가했다. 방학 때는 학교 체육관을 대관해 교류전을 펼치며 연습했다. 하지만 작년부터는 교내 체육관 대관이 어렵게 되자 활동에 제약이 따랐다. 백구회와 마찬가지로 슈볼 역시 체육관 대관 문제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증가한 점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한 씨는 “대학생들인지라 지갑 사정이 넉넉지 않은데, 사설 체육관은 대관비를 따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돈 내며 훈련해야 했던 점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획됐던 대회들이 취소되는 바람에 팀원끼리 만나는 시간이 적어졌고 사람을 만나기가 눈치 보이고 조심스러웠던 시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언제까지 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방역수칙을 지키며 사설 체육관을 대관해 교류전을 진행했고 야외 농구코트에서 훈련을 병행했다”고 덧붙였다. 한 씨는 “사설 체육관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운동해야 했기에 숨이 차고 피부 트러블도 많이 일어나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의가 필요할 때는 원격으로 페이스타임이나 줌으로 진행했다”며 “아무래도 원격으로 만나는 게 예전 대면 회의만큼이나 서로 교류가 원만하지 않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슈볼 준우승 기념 실내 단체 사진. (사진제공=한승효 씨)
△슈볼 준우승 기념 실내 단체 사진. (사진제공=한승효 씨)
올해는 학교 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홍보 글을 올려 신입생을 모집했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조금씩 활동에 탄력이 붙어 여러 성과도 냈다. 슈볼은 올해 5월 ‘KUSF 여자 농구 클럽챔피언십 2021 결승전’에서 4강에 오르며 이어 준우승을 기록했다. 한 씨는 “팀이 만들어진 지 2년 만에 준우승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게 됐다”며 “앞으로도 주장과 더불어 팀원들 모두 자만하지 않고 매사에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는 코로나19 때문에 교내 체육관 대관이 어렵지만, 이후 상황이 좋아지면 체육관 대관이 수월해지길 바란다”고 소망을 드러냈다.

“현재 동아리 부원들이 별 탈 없이 모두 잘 따라주고 다들 순수한 친구들이라 팀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어요. 앞으로 있을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 거두고 끈끈한 팀워크 잘 유지해서 팀원들이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숭실대학교의 전통 있는 동아리로 거듭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ziny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