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급 부족에도 매출 성장 지속 전망…하이엔드 시장에서도 경쟁력 확인

[돈 되는 해외 주식]
자사주 매입으로 중·장기 성장 자신감 표출한 AMD[돈 되는 해외 주식]
미국 반도체 기업 AMD는 5월 19일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다. 2001년 이후 자사주 매입이 없었던 만큼 AMD의 이번 결정에는 큰 의미가 있다.

AMD는 과거 인텔의 유일한 경쟁자로 각광 받았지만 항상 2인자였다. 하지만 2000년대 애슬론 시리즈와 함께 시장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인텔을 위협했다. 승승장구하던 AMD는 2006년 ATI를 인수하며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도 진입했다. 하지만 2006년 인텔이 코어2 듀오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한 반면 AMD는 불도저 아키텍처 등 연이은 프로젝트 실패와 ATI 인수에 따른 자금 부족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파운드리 관련 자산과 모바일 GPU 부문 등을 매각하기도 했다.

2014년 10월 무너져 가는 AMD의 최고경영자(CEO)로 글로벌 비즈니스 총괄 부문 부사장이던 리사 수가 취임했다. 리사 수 CEO는 AMD 영광의 주역이던 짐 켈러와 함께 회사 재건에 힘을 쏟았다. 그리고 2016년 드디어 ZEN 아키텍처와 함께 AMD가 부활을 꿈꾸게 됐다.

ZEN 아키텍처를 적용한 라이젠은 2017년 본격 출시됐다. 초기 라이젠은 인텔의 프로세서 대비 싱글 코어 성능이 낮아 고품질이나 게임에서 경쟁력이 뒤처졌다. 하지만 가성비 부분에서 인텔을 압도했고 지속적 개발과 TSMC의 최신 공정 도입으로 지금은 단일 코어에서도 인텔의 성능을 뛰어넘는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오랜 기간 주력 사업을 외면하고 연구·개발(R&D) 인력을 줄였던 인텔은 AMD에 점차 점유율을 뺏기게 됐다. 인텔은 코어를 늘리는 전략을 사용하며 시장점유율을 어느 정도 방어했지만 연속되는 보안 이슈, 공정 전환 지연 등으로 AMD와의 경쟁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AMD는 장점인 가성비를 앞세워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이제는 인텔이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한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도 AMD는 에픽(Epyc)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라이젠과 함께 AMD의 재무 상태도 개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 이슈로 지난해 4분기 AMD는 3년 만에 점유율이 하락했다. 기판 등의 부품과 파운드리 생산 물량의 부족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공급 부족 이슈가 적었던 인텔은 AMD의 주력 시장인 중저가 제품 출하량을 늘렸다. 그 결과 인텔은 지난해 4분기 3년 만에 처음으로 점유율을 회복했다.

AMD의 주가는 그동안 인텔의 점유율을 빼앗아 오면서 상승한 만큼 최근 AMD의 주가는 인텔 대비 약세를 기록 중이다. 공급 부족으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 한정적이었던 만큼 AMD는 주력 모델인 중저가 라인업 대신 평균판매단가(ASP)가 높은 고부가 가치 제품에 집중했다. 그 결과 출하량 기준 시장점유율은 하락했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 1분기에는 데이터센터 점유율이 전 분기 대비 1.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과거 AMD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했던 시기와 유사한 흐름의 점유율 확대다.

올 하반기에도 공급 부족 이슈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주요 파운드리 업체인 TSMC 7nm(나노미터) 제품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애플의 주요 제품들이 5nm로 전환되는 만큼 상반기 대비 공급 부족 상황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판도 자사의 전용 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상반기보다 상황이 긍정적이다.

중저가 제품뿐만 아니라 하이엔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인한 AMD는 하반기에 대한 자신감을 연간 가이던스를 통해 표출했다. AMD는 연초 올해 연간 매출액 성장률 가이던스로 37%를 제시했지만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이를 50%로 상향 조정했다. AMD는 올 하반기에도 안정적 로드맵을 기반으로 점유율 확대와 매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공급 부족 이슈라는 리스크는 남아 있다. 하지만 AMD가 20년 만에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은 향후 안정적 현금 흐름 확보와 중·장기 성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인 것으로 판단된다.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