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와 계열사 주주나 임원으로 근무하는 친족을 숨겼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일감 몰아주기 등 사익 편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저지른 행위라고 판단하고,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이트진로가 숨긴 계열사는 `연암` `송정`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5곳이다. 이들 회사는 하이트진로에 병 상표 라벨·포장 상자 등을 납품하고 있다. 연암·송정은 박문덕 회장의 조카들이, 대우화학 등 3개사는 아들·손자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박문덕 회장은 2013년 "연암·송정이 지정 자료 계열사 목록에 빠져 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2019년 공정위로부터 지적받기 전까지 계속 누락 자료를 냈다.
[사진]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
대우화학 등 3개사의 경우, 계열사 직원도 박문덕 회사의 친족 회사로 인지했을 정도로 하이트진로와의 내부 거래 비중이 컸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히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가 2016년 대우컴바인 설립 직후 "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이유로 거래 계약을 맺는 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고, 2018년까지 거래 비중은 급상승했다.

또 하이트진로음료는 자사의 사업장 부지를 대우패키지·대우컴바인에 빌려줬는데, 이는 해당 거래가 시작된 2006년 이후 2020년까지 다른 납품업체에는 적용하지 않은 혜택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계열사 직원들이 주주와 임원으로 있는 평암농산법인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또 관련 법에 따라 대기업집단은 농산법인을 통해서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으며 농지를 임차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 측은 농지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런 허위 지정 자료 제출에 관한 박문덕 회장의 인식 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상당하다고 봤다. 연암·송정이 계열사 목록에서 빠져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고치지 않은 점, 지정 자료 허위 제출로 경고를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서다.

지정 자료 허위 제출 행위의 중대성 또한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최장 16년에 이르는 누락 기간 미편입 계열사는 대기업 집단에서 빠져 사익 편취 금지 및 공시 의무 등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았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집중을 막는 근본이 되는 지정 자료의 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감시 활동을 계속하겠다"면서 "위법 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공정위의 결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 과정 중 해당 계열사들 모두 동일인과 무관하게 독립경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의적인 은닉이나 특별한 이득을 의도하거나 취한 바 없음을 소명했으나 충분히 반영이 되지 않은 것 같다”며 진행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선미기자 ss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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