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KAIST 명예교수겸 중앙대 석좌교수(한경 AI경제연구소 자문위원장)
김진형 KAIST 명예교수겸 중앙대 석좌교수(한경 AI경제연구소 자문위원장)
테슬라 자동차 회사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먼 미래를 내다보며 상상을 현실로 가져오는 혁신가인 것 같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주식 가격을 높이기 위해 과도하게 허풍 떠는 기업가라고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가상화폐에 대하여 근거 없는 옹호와 비판을 반복하여 신뢰성에 많은 의심을 더 했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여러 회사 중에 뉴럴링크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컴퓨터와 두뇌를 직접 연결하는 기술을 연구한다. 센서를 통해서 인간의 두뇌로부터 신호를 얻어서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활용하려는 기술이다. 물론 이러한 연구는 오랫동안 실험실 차원에서 연구되었던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책과제로 출연연구소와 대학들이 연구를 수행했었다. 이 기술에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이 뛰어들었다는 것을 보니 실용화에 많이 가까워진 것 같다.

이 기술의 핵심은 뇌파 신호로부터 패턴을 인식해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뇌파 신호를 얻어내기 위하여 침습형 방식과 비침습형 방식이 활용된다. 침습형은 마이크로칩을 두피에 시술해 뇌파를 측정하는 방식이고, 비침습형은 외부에서 헬멧이나 헤드셋 장비의 형태로 뇌파를 측정한다. 침습형은 정확도는 높지만 센서를 두뇌에 이식하여야 한다는 난관이 있고, 비침습형은 사용법이 간단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

뉴럴링크에서는 사람의 두개골을 뚫고 전극을 삽입해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침습형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두개골을 열고 뇌에 미세한 전극을 연결하여 뇌 신호를 감지한다. 2019년 쥐의 뇌에 수 센티미터 깊이까지 삽입했고, 2020년 8월에는 칩을 이식한 돼지로부터 실시간으로 두뇌 활동 신호를 받았다. 동시에 칩을 두뇌에 심는 임플란트 기계를 공개했다.

2021년 4월 뉴럴링크의 시연에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원숭이가 동원되었다. 두뇌에 칩을 삽입한 원숭이가 생각만으로 ‘퐁’이라는 비디오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게임은 날아오는 공을 반사하기 위해 판을 상하로 움직여 점수를 얻는다. 판의 움직임은 조이스틱으로 조정한다. 점수가 높으면 좋아하는 주스가 나오기 때문에 원숭이는 열심히 게임을 한다. 그러나 이번 시연에는 조이스틱을 사용하지 않고“위로/아래로”라는 원숭이의 생각만으로 판을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보여주었다.

이처럼 컴퓨터를 인간의 두뇌와 직접 연결해 정보를 빠른 속도로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컴퓨터 자판 입력이 느리고 오타를 많이 내는 나 같은 사람들도 이제는 생각만으로 실수 없이 자판 입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두뇌와 컴퓨터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면 눈으로 읽고 손으로 치거나 쓰는 것보다 빠르게 컴퓨터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뇌에서 나오는 정보를 의학적으로 사용한다면 운동이나 기억 능력의 손상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뉴럴링크도 척추손상이나 만성 뇌졸중 환자의 운동 기능 회복과 장애인의 자연스러운 의족 사용을 가능하게 하도록 이런 연구를 한다고 주장한다.

뇌파를 얻는 기술이 성숙하면 곧 사람의 생각을 읽는 기술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뇌파로부터 생각을 읽는 기술은 아직 초보적이고 상하, 좌우 정도의 개략적 의도 획득이 고작이지만 기술 발전에 가속이 붙으면 복잡한 생각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인 간에 애정을 확인하기 위해 뇌파 기록을 요구하는 것이 일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딥러닝이 이런 연구에 쓰일 것이다. 필연적으로 생각과 뇌파의 연관 관계 훈련데이터가 많이 필요할 것이고, 생각의 전자기록을 팔아서 용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두뇌가 컴퓨터 하나와만 연결돼도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정보와 지식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 세계에 펼쳐진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강력한 기억과 판단 능력도 갖추게 된다. 즉 사람이 전지전능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은 공상과학 영화 속의 이야기 같지만 이것이 바로 미래학자 커즈와일이 주장한 인간의 지능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두뇌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커즈와일은 이런 일이 2030년이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두뇌의 컴퓨터 연결이 초월적 인간주의, 즉 트랜스 휴머니즘의 완성이 아닐까? 트랜스 휴머니즘이란 인간의 생물학적 능력을 기계의 도움으로 증강하자는 학파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 보면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하나로 합쳐지는 상황은 심각한 인간성의 문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요즘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인공지능의 편견이나 이에 따른 불공정 판단, 개인정보 침해 등의 문제에 비할 바가 아니다. 뇌파를 읽는 기술이 발전하면 지나가는 사람의 생각을 원격으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구글이 나에 대하여 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의 정도가 아닐 것이다. 나의 생각조차도 다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다.

내 생각을 알게 되면 그다음은 그것을 조작하고 싶어 할 것이다. 미디어, SNS를 통해서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 것은 고전적인 방법이다. 바이오 기술을 이용해 더욱 정교하게 자극을 제공함으로써 사람의 생각을, 즉 선택을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 외부 정보를 두뇌에 직접 입력하는 기술이 개발되면 엉뚱한 정보를 주입해 나의 지식을 왜곡시키고, 나로 하여금 원치 않는 행동도 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나를 그의 좀비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좋아하게 되는 것인지 모르게 될 것이다. 개인의 판단에 권위를 부여하고, 1인 1표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두뇌와 컴퓨터의 연결은 나아가 두뇌와 두뇌의 연결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의 지식을 내가 사용할 수 있고, 남의 경험을 내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과 내 삶의 구분이 없어지게 된다. 내가 남이고, 남이 내가 된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무서운 세상이 될 것이다. 유전자 조작이나 인공생명체 창조보다도 인류의 미래에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오늘날 신경과학의 수준이 인간의 정신작용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얼마나 깊이를 갖고 만들어지는지 모른다. 더구나 사람의 생각을 센서 정보만으로 정확히 해석한다는 것이 가능한지도 아직 모른다. 정확하게 생각을 읽는 기계가 가까운 장래에 나타날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지능을 이해하지 못했던 초기의 인공지능 학자들이 인간지능의 복제를 너무 쉽게 생각했던 실수가 반복되기를 기다린다.

두뇌와 컴퓨터가 직접 소통하는 기술은 인류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일론 머스크는 지옥과 천당 경계의 담장 위에서 춤추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