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⑤] ETF 거래시 꼭 알아야 할 6가지 포인트
상장지수펀드(ETF)는 정해진 룰에 따라 운용되는 금융상품이다. 일반 펀드는 약관에서 정한 범위 안에서 펀드매니저가 어느 정도 재량을 발휘할 수 있지만, ETF는 정해진 룰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그럴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일반 펀드 투자자가 펀드매니저의 경력과 역량을 살펴야 하듯이, ETF 투자자는 해당 ETF가 따르는 룰부터 살펴야 한다. 이는 시합에 나서는 운동선수가 경기규칙을 숙지해야 하는 것과 같다.

1 주가지수 산출 방법을 살펴라
먼저 ETF 추종하는 주가지수 산출 방법부터 살펴야 한다. 주가지수는 산출 방식에 따라 크게 시가총액 가중, 주가 가중, 동일 가중 방식으로 나뉜다. 코스피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같이 주요 지수들은 대부분 시가총액 가중 방식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테마 ETF 중에는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아서 투자에 앞서 지수를 구성하는 방식과 장단점을 살펴야 한다.
시가총액이란 지수에 편입된 모든 종목의 주가에 해당 주식의 상장주식 수를 곱해 얻은 금액을 합한 것이다. 기준 시점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해서 비교 시점의 시가총액 배율을 구해 지수를 산출한다. 코스피는 1980년 1월 4일의 시가총액을 100으로 보고 지수를 산출한 것이다. 이 방식으로 지수를 산출하면 편입된 종목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지수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같은 일부 대형주의 주가 등락에 지수 전체가 휘둘리는 단점도 있다.
주가 가중 방식은 포트폴리오에 편입된 주식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가만 고려해 지수를 산출한다. 미국의 다우지수가 대표적이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주가만 고려하면 되기 때문에 지수를 산출하기는 편리하다. 하지만 규모가 큰 회사나 작은 회사나 같은 비중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모순이 있다. 그리고 편입된 종목이 액면분할을 해서 주가가 떨어지면,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
동일 가중 방식을 사용하면 시가총액이 큰 대형주와 높은 주가를 가진 종목의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시가총액이나 주가와 무관하게 지수 내 편입된 종목에 같은 금액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지수를 산출한다. 1억 원을 100종목에 투자할 경우 모든 종목에 100만 원씩 투자한다고 보면 된다. 최근 한국거래소가 내놓은 한 ‘KRX BBIG K-뉴딜 지수’가 균등 가중 방식으로 산출된 것이다. 이 지수는 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분야에서 시가총액 상위 기업 3개씩 총 12개 종목에 투자한다. 종목별 투자 비중은 12분의 1씩 동일하다.
시가총액 방식과 동일 가중 방식을 혼합해 지수를 산출하기도 한다. ‘KRX 게임 K-뉴딜 지수’는 게임 분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되는데, 시가총액 상위 3개에는 25%씩 균등하게 투자하고, 나머지 7개에는 시가총액에 비례해 투자한다.
[SPECIAL⑤] ETF 거래시 꼭 알아야 할 6가지 포인트
2 편입 비중과 투자 비중을 살핀다
ETF에 투자할 때는 편입된 종목과 함께 투자 비중도 살펴야 한다. 단순히 이름만 보고 대충 이런 기업에 투자하고 있겠거니 지레짐작했다가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반도체 ETF를 예로 들어보자. 반도체라고 하면 대다수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부터 떠올린다. 하지만 반도체 ETF 구성 종목에서 삼성전자가 편입돼 있지 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이외에도 가전과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반도체 기업이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도체 섹터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는 삼성전자가 없다.
구성 종목뿐만 아니라 각각의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함께 살펴야 한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ETF라 하더라도 지수 산출 방식에 따라 구성 종목과 투자 비중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 있는 2차전지 테마에 투자하는 ‘타이거(TIGER) KRX 2차전지 K-뉴딜 ETF’와 ‘타이거 2차전지 테마 ETF’를 비교해보자. 전자는 KRX 2차전지 K-뉴딜 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는 2차전지 분야에서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고르고, 이 중 상위 3개 종목에는 25%씩 동일하게 투자하고, 나머지 7개 종목에 남은 금액을 시가총액 방식으로 투자한다.
후자는 WISE 2차전지 테마지수를 추종하는데, 이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으로 산출하는 지수로 24개 종목을 담고 있다. 전자가 2차전지 분야에 속한 대형주에 압축 투자를 한다면, 후자는 보다 넓게 분산투자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특징을 알고 있으면 본인의 투자 성향과 시장 상황에 맞게 ETF를 고를 수 있다.

3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날짜를 확인한다
심사일과 정기변경일도 확인해야 한다. 이날 지수 편입된 종목을 교체하고 투자 비중을 조정하기 때문이다. 앞서 예로 든 KRX BBIG K-뉴딜 관련 지수는 매년 1월과 7월 마지막 거래일에 지수에 편입될 종목을 심사해, 2월과 8월 마지막 거래일에 구성 종목을 변경한다. 따라서 심사일 전에 지수에 편입된 회사가 기업 분할이나 주가 하락으로 지수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은 없는지, 새로운 기업이 상장해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특히 신규 상장이 잦은 게임이나 바이오 분야에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므로 주의해야 한다.
정기변경일에는 투자 종목뿐만 아니라 투자 비중도 조정한다. 동일 가중 방식으로 만들어진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 ETF를 만들 때 편입된 종목에 동일한 비중으로 투자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가가 오르는 종목도 있고 떨어지는 종목도 있어 비중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정기변경일에는 주가가 오른 종목은 일부 처분해 비중을 줄이고, 떨어진 종목은 매입해 처음에 정한 대로 투자 비중을 돌려놓는다. 이렇게 정기적으로 리밸런싱을 하면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4 제값에 사고팔려면 NAV와 괴리율을 확인한다
물건은 제값에 사고팔아야 한다. ETF도 마찬가지다. 거래를 할 때는 제값을 알고 사고팔아야 한다. ETF는 좌수 단위로 거래된다. 회사의 순자산총액을 주식 수로 나누면 주당순자사산 가치를 구할 수 있듯, ETF의 순자산총액을 발행된 좌수로 나누면 1좌당 순자산가치(NAV)를 구할 수 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는 NAV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므로, 여기에 맞춰 ETF를 사고팔면, 제값을 받고 사고팔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ETF 거래가 매번 NAV에 맞춰 성사되지는 않는다. 매수세가 강할 때는 NAV보다 비싸게 거래되기도 하고, 매도세가 강하면 NAV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될 때도 있다. 이때 NAV와 시장가격의 차이를 괴리율이라고 한다. NAV가 1만 원인 ETF가 1만1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면, 괴리율은 1%다.
국내 상장된 해외 주가지수 ETF에서 괴리율이 크게 발생할 때가 많다. 증시 개장 시간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가 문을 닫은 시간에 미국 기술주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이들 주식을 편입한 국내 상장 ETF의 괴리율이 커지게 된다. 미국 증시가 닫히고 국내 증시가 열려 있을 때도 괴리율이 발생한다. 이때는 유사한 선물지수의 움직임을 참조해서 거래해야 한다.
[SPECIAL⑤] ETF 거래시 꼭 알아야 할 6가지 포인트
5 잦은 트레이딩은 세 부담만 키울 수 있다
트레이딩이 잦으면 세 부담만 늘어난다. 특히 국내 상장된 해외 ETF를 거래할 때 더욱 그렇다. 투자자가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를 샀다 팔았다, 샀다 팔았다 했다고 치자. 첫 번째 거래에서는 200만 원 손해를 봤고, 두 번째 거래에서는 100만 원 이득을 봤다. 둘을 합치면 투자자는 100만 원 손해를 봤다. 하지만 배당소득세를 과세하는 과정에서는 손익을 통산해주지 않는다. 첫 번째 거래에서는 손해를 봤으니 세금을 내지 않지만, 두 번째 거래에서 100만 원 이익을 받기 때문에 배당소득세(15.4%)로 15만4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여러 개의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투자자가 3개의 해외 주식형 ETF에 자금을 나눠 포트폴리오 구성해 투자한다고 해보자. 포트폴리오를 청산하면서 2개의 ETF에서는 각각 100만 원씩 손실을 보고 나머지 1개에서는 200만 원 수익을 얻었다고 해보자. 포트폴리오 전체 손익은 ‘0’가 된다. 하지만 이때도 각각의 ETF에서 발생한 손익을 통산해주지 않기 때문에 200만 원 수익이 난 ETF에서 매도할 때 원천징수 당한 배당소득세(15.4%)로 30만8000원을 돌려받을 수 없다.

6 절세 계좌에서 ETF를 거래한다
노후자금 마련이 목적이라면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과 같은 연금계좌에 가입하면 된다.
연금계좌 적립금은 예금부터 펀드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데, 국내 상장된 해외 주가지수 ETF에도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연금계좌에서 이들 ETF를 샀다 팔았다 하는 과정에서 매매차익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꺼내 쓸 때까지는 과세하지 않는다. 그리고 운용 기간에 발생한 이익에서 손실을 상계해준다. 적립금은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는데, 연금소득에는 낮은 세율(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배당소득세율이 15.4%인 것과 비교하면 세 부담이 상당히 낮은 셈이다.
연금계좌를 중도해지 하면 기타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기타소득세율은 16.5%로 배당소득세율(15.4%)보다 높지만,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분리과세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당할 우려가 없다. 이처럼 연금계좌를 이용하면 세액공제, 과세이연, 손익상계,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 저율과세 등 다양한 절세 혜택을 누리며 ETF에 투자할 수 있다.
투자 기간이 3~5년 정도 된다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연금계좌에 마찬가지로 ISA에서도 국내 상장된 해외 주가지수 ETF에 투자할 수 있다. ISA 의무 가입 기간은 3년이고, 한 해 2000만 원씩 최대 1억 원을 투자할 수 있다. 의무 가입 기간이 지나면 ISA 가입자는 세 가지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첫째, ISA에서 발생한 수익에서 손실을 상계해서 과세대상 소득을 산출한다. 둘째, 과세대상 소득 중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은 비과세 한다. 셋째,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소득은 9.9% 세율로 분리과세 한다. 따라서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