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장 15인 추천 종목 설문…백신 보급 확대 따라 억눌린 수요 폭발 전망

[스페셜 리포트]
(사진) 모델들이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셀프 뷰티 케어 제품과 가정용 운동 기구를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 제공
(사진) 모델들이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셀프 뷰티 케어 제품과 가정용 운동 기구를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 제공
항공·유통·화장품·호텔·레저 등의 업종은 지난해 초 본격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금지되면서 막대한 피해를 봤다.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올 하반기부터 사정이 달라질 것이란 핑크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1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에게 집단 면역 형성에 따른 하반기 이후 ‘보상 소비’ 수혜 종목을 물었다. 각 리서치센터장이 제시한 종목 중 ‘톱픽’은 신세계였다. 호텔신라를 추천한 이도 많았다. 강원랜드·대한항공·아모레퍼시픽·코스맥스·F&F(에프앤에프) 등도 수혜주로 분류됐다.

패션·뷰티 등 외출 관련 업종도 ‘기지개’

리서치센터장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본격화에 따른 대표적 보상 소비 수혜 업종으로 유통을 제시했다. 15명 중 13명이 유통 업종을 유망하게 봤다. 지난해 업종 전반의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 등으로 유통 업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부터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점진적으로 벗어나면서 소비 경기와 소비 심리가 더욱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업태별로 지난해 가장 부진했던 백화점·면세점·편의점의 실적 회복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호텔·레저, 화장품 업종도 하반기 이후 기지개를 켤 업종으로 꼽혔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억눌렸던 소비가 재화 상품에 쏠리는 현상이 적어도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지난해 수요가 크게 위축됐던 패션·뷰티 등 외출 관련 업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득 수준이 유지되는 가운데 지난해 3분기부터 소비 심리가 회복 중임에도 불구하고 여행과 외식 등의 서비스 상품의 이용에는 여전히 제약이 있는 만큼 화장품 등의 소비재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보상 소비 수혜주를 찾아라…증권사 톱픽스는 ‘신세계·호텔신라’
여행 수요 급감으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 등은 물론 카지노 등 레저 부문도 보상 소비의 수혜 업종으로 분류됐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카지노는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중단으로 출입이 통제되던 상황에서 백신 접종의 본격화와 함께 영업 정상화가 시작되면 충성도 높은 수요자를 보유한 산업의 특성상 보상 소비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 업종도 하반기부터 개선에 속도를 낼 업종으로 지목됐다. 지난해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의 국제선 여객 수요는 과거 대비 90% 이상 급감한 상황이다. 글로벌 여객 예약률도 최근까지 별다른 개선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하반기 이후부터 잠재 여행 수요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백신 접종률이 높은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권역)’을 통한 국제선 개방 움직임이 시작됐다”며 “한국의 백신 완전 접종률(2차 접종 완료)은 2%도 안 되지만 젊고 건강한 연령층의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는 시점부터 유의미한 수준의 여객 수요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부품과 정유화학도 집단 면역 형성 과정에서 두각을 보일 업종으로 조사됐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일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에도 가장 큰 마켓”이라며 “자동차는 백신 투입 확대, 소비 성향 강화, 재택근무 종료 등으로 보상 소비 현상이 선명하게 나타날 업종”이라고 말했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백신 보급 확대로 사람들이 외부 활동을 재개하면 이동 관련 수요가 폭증하면서 휘발유와 항공유의 수요도 뚜렷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올해 영업이익 436% 증가 전망

리서치센터장들이 꼽은 보상 소비 수혜 종목은 단연 신세계였다. 신세계는 지난해 부진했던 백화점과 면세점의 회복과 함께 까사미아·신세계DF·센트럴시티 등 연결 자회사들의 고른 개선이 동반되면서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종목이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면서 소비가 국내에 집중된 가운데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들어 명품과 가전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매출과 이익이 높은 수준”이라며 “면세점 부문 매출도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세계의 올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20.4% 증가한 5조7380억원, 영업이익은 436.0% 껑충 뛴 474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주요 자회사인 백화점의 매출이 13.9% 늘고 신세계DF 25.0%, 신세계인터내셔날 9.0%, 센트럴시티 20.0%, 까사미아가 32.0% 증가하는 등 실적이 뚜렷하게 회복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피해주로 분류됐던 호텔신라도 올해 실적 반등에 성공할 기업으로 꼽혔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서 국내외 여행 활동이 재개되면 호텔신라의 면세점 등 사업 부문별 매출도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사진) 소비자들이 2020년 7월 21일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에서 재고 면세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사진) 소비자들이 2020년 7월 21일 서울 중구 신라면세점에서 재고 면세품을 구매하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김범준기자 bjk07@hankyung.com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호텔신라는 공항 임차료 할인과 면세점 비용 효율화 등으로 올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연초 면세점을 시작으로 2~3분기 호텔 부문의 실적 턴어라운드에 이어 내년에는 실적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미운 내 새끼’로 불렸던 강원랜드와 대한항공·아모레퍼시픽·코스맥스·F&F도 백조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강원랜드는 올 하반기 휴장 리스크만 없다면 내국인 대상인 카지노 부문이 가장 빠르게 실적을 회복하는 컨택트(대면)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KDB산업은행이 추진 중인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이 확정되면 대한항공의 국제선 점유율은 여객 수요 정상 시점인 2019년을 기준으로 38.0% 확대될 것”이라며 “여객 수요의 회복이 백신 보급 속도가 빠른 선진국 등 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먼저 진행될 전망인 만큼 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한국 1위 사업자 대한항공이 가장 먼저 수혜를 누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시국에서 기초 화장품의 소비는 예상외로 견조했던 반면 색조 화장품은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며 “하반기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 색조 화장품 소비의 반등폭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마몽드·이니스프리 등 다수의 색조 브랜드와 함께 수익성이 좋은 설화수 등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아모레퍼시픽이 보상 소비의 수혜주로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리서치센터장들은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에 대해서도 밝은 전망을 제시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맥스는 올해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실적의 지속 성장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한국 ODM 기업 중 국내외 시장에서 가장 양호한 수주·영업 능력을 갖춘 곳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의류 제조·유통 기업 F&F는 패션 업종 톱픽으로 꼽혔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F는 올 1분기 면세점 채널 매출이 기업형 중국 보따리상(다이공)과의 거래가 늘면서 크게 증가했다”며 “백신 접종으로 하늘길이 열리면 면세점과 중국 현지 사업의 성장이 더욱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고가 의류 소비의 수혜는 ‘한섬’ 몫

모두투어·신세계인터내셔날·한섬도 집단 면역 형성 뒤 실적 반등 모멘텀이 확실한 종목으로 조사됐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두투어는 올해도 적자가 불가피해 보이지만 올 1분기 말을 기준으로 보유한 가용 현금이 370억원으로 집단 면역 형성에 따른 정상화 초기 단계에서 자금 투입이 필요할 때 용이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자본 잠식 우려가 없고 현재 보유한 자사주 153만여 주(약 380억원)를 활용할 수도 있는 만큼 내년엔 큰 폭의 흑자 전환이 가능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김승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패션과 화장품 사업 부문의 동반 회복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이라며 “해외 브랜드의 수익성 향상으로 올 1분기 실적 예상치를 웃돌았고 럭셔리 브랜드 수요 증가와 하반기 면세점 채널 회복 등의 기대가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우 센터장은 “한섬은 지난해 코로나19를 계기로 고가의 여성복 온라인 구매 수요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며 “일상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의류 소비의 회복세가 전망되는 만큼 올해부터 실적 개선 추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상 소비 수혜주를 찾아라…증권사 톱픽스는 ‘신세계·호텔신라’
리서치센터장들은 또한 진에어·클리오·하이트진로·한세실업·현대백화점·현대차·CJ CGV·에쓰오일 등을 포스트 코로나 수혜주로 제시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 항공사는 집단 면역 형성 이후 화물 운임의 하락으로 여행 소비 반등에 따른 실적 민감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반면 화물 사업이 없는 저비용 항공사(LCC)는 혜택이 클 것”이라며 “에어부산·에어서울과의 합병으로 1위 국적 LCC가 되는 진에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센터장은 “화장품 기업 클리오는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턴어라운드가 확인된다”며 “오프라인 매장 구조 조정에 이은 국내외 온라인 채널 다변화 전략 등으로 하반기 본격적인 영업이익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이트진로는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2월 중순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하향 조정된 이후 주류 소비 경기가 급격하게 개선되고 있는 만큼 2분기 이후부터 실적 반등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윤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인 한세실업은 올 들어 주요 수출국인 미국에서 의류 소매 판매 기저 효과와 보상 소비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며 “의류 OEM 업황이 추세적 재고 축적 구간에 진입한 만큼 주문량 증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현대백화점은 해외여행 회복 지연에 따른 소비 이전 효과와 지난해 대비 기저 효과 등 실적 모멘텀이 충분하다”며 “올 1분기 백화점 매출이 양호한 성장을 보였고 면세점 영업 손실은 전년 동기 대비 82억원 개선됐다”고 말했다.

윤 본부장은 “현대차는 이익의 60% 이상이 미국과 내수 시장에서 발생하는 구조로 미국에서의 판매 볼륨 증가가 기업 가치와 직결된다”며 “수급이 타이트해진 업황으로 인해 산업 가동률 자체가 크게 증가하면서 이익 모멘텀 발생 구간에 진입한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CJ CGV는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로 극장 내 관람객 수요가 증가하면서 올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승택 센터장은 “에쓰오일은 백신 보급에 따른 휘발유·항공유 수요 회복은 물론 의류 소비 증가에 따른 수혜주로도 분류된다”며 “폴리에스터 섬유의 원료를 제조하는 데 사용하는 파라자일렌(PX)의 마진이 추가로 개선되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