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치약맛`에 열광할까 [알고리즘 생존기]

《`알고리즘 생존기`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유튜브 세상에서 MZ세대의 취향과 관심사를 반영한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기 위한 이지효 기자의 도전기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다. 나는 중립이다."

축구선수 손흥민은 `민트초콜릿을 좋아하냐`는 한 팬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나는 중립이다`고.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보면 자신의 취향을 밝히지 않은 셈이죠. 일단 저는 축구선수에게 이런 질문을 한 팬이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 더 의아했던 건 답을 피하는 듯한 손흥민 선수의 태도였죠.

`한국에서는 중요한 질문`이라고 언급한 걸 보면 혹시 논란이 될 게 두려웠던 걸까요? 아니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게 뭐 대수라고요. 그런데 얼마전 저도 똑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어서 있으면 먹는 `중도파`라고 대충 얼버무렸죠. 그랬더니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민초`인지, 싫어하는 `반민초`인지 정하랍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 방탄소년단 RM이 "희대의 난제"라던 `민초 논쟁`

"민트초코를 좋아하냐"는 질문은 유명인은 물론 MZ세대라면 한 번쯤 받아보는 질문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는 무조건 `호`인지 또는 `불호`인지 선택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민트초코를 좋아하는지 여부에 따라 나와 맞는 사람 또는 나와 맞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하기 위해서라고 하죠. 오래전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먹냐, 찍어먹냐의 `부먹찍먹` 논쟁과 비슷한 셈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신의 취향을 밝히고 같은 취향을 찾는 분들이 많더군요. 방탄소년단(BTS)의 RM은 대표적인 민트초코 불호 연예인으로 알려졌고, 국민MC 유재석도 한 방송에서 자신은 민트초코를 싫어한다고 전했죠. 반면 가수 아이유나 태연은 여러차례 민트초코를 향한 사랑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그들은 왜 `치약맛`에 열광할까 [알고리즘 생존기]

이렇게 MZ세대 사이에서는 민트초코에 대한 개인의 기호를 밝히고 서로 논쟁하는 것이 하나의 밈(SNS나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예컨대 민트초코를 싫어하는 몇명이 민트초코 밈을 만들어 `치약맛 나는 민트초코 왜 먹냐` 하다가, 그걸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모여서 `이런 이유로 먹는다` 논쟁을 벌이는 겁니다. 이런 논쟁은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민초`와 그 반대인 `반민초`라는 신조어를 만들기도 했죠.

심지어 "우리는 민트초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며 민초단을 만들고 민트초코를 알리는 운동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소수취향이라고 핍박받는 많은 민초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단원을 모았다"고 제게 설립(?) 취지를 전했습니다. 학연, 지연, 혈연 등을 중요시하는 이전 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얼굴 한 번 못 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의미와 재미를 찾는 모습입니다.
그들은 왜 `치약맛`에 열광할까 [알고리즘 생존기]

● `민초단`이라는 강력한 팬덤…유통업계도 꽂혔다

업계에서는 이미 MZ세대의 이런 놀이문화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도록 의사를 표현하는 `팬슈머`를 민초라고 보고 관련 제품을 내놓고 있는 건데요. 이들은 민트초코가 마니아만 선호하는 소수취향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한쪽에서 아무리 민트초코를 치약맛이라고 얘기해도 유명 아이스크림 체인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민트초코 제품을 팔지 못하고 있는 게 단적인 사례죠.

요즘에는 빵이나 떡 안에 민트초코 크림을 넣어 팔기도 하고 초콜릿 쿠키나 아몬드에 민트칩을 넣는 건 예사입니다. BGF 리테일 관계자는 "민초단이 이슈가 되면서 CU편의점에서 민트초코 관련 상품이 전년보다 5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편의점 인기 디저트로 꼽히는 마카롱에 민트초코를 접목한 제품이 곧 출시된다고 하고, 앞으로 다양한 카테고리에 민트초코를 접목할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들은 왜 `치약맛`에 열광할까 [알고리즘 생존기]

역으로 제품 자체가 논란(?)이 되면서 마케팅이 되기도 합니다. 민트초코 치킨은 TV프로그램에서 소개가 될 정도로 알려졌죠. 요즘에는 고추장이 들어가야 할 떡볶이에 민트초코 소스를 버무린 `민트초코 떡볶이`가 화제입니다. 그래서 직접 먹어보기로 했지만 구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에 이 떡볶이를 파는 브랜드의 지점은 딱 3개뿐이거든요. 그런데 이들 지점 중에서도 단 1곳에서만 팔고 있었습니다.

처음 접한 떡볶이의 푸른 빛깔이 식욕을 그렇게 억누를 줄은 몰랐습니다. 맛은 "민트초코 소스를 바른 반죽을 먹었다?" 이 기상천외한 음식을 왜 만들었을까. 이 제품을 출시한 곱떡치떡의 대표는 "유행을 따라가는 동시에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음식을 개발했다"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기존에 맛보지 못한 민트초코 음식을 먹어보려는 민초들의 수요도 제법 있다고 합니다.
그들은 왜 `치약맛`에 열광할까 [알고리즘 생존기]

화제성으로만 놓고보면 앞으로 민트떡볶이를 뛰어넘는 음식이 등장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민트초코, 사실 역사가 깊습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인 1973년에 영국에서 민트와 초콜릿을 섞은 디저트가 판매됐다고 하네요. 그래서일까요. 민초 논쟁이 한국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닙니다. 구글에 `mint chocolate`을 검색하면 `민트초코는 역겹다`, `민트+초코=끔찍`이라는 반응과 `왜 민트초코를 싫어할까?` `민트초코 좋아하는 사람 없나요?`라는 반응으로 갈립니다.

꼭 민트초코가 아니더라도 캐러멜과 소금, 초콜릿과 고춧가루, 올리브 오일과 아이스크림 같은 호불호가 갈릴 조합은 전세계에 널렸죠. 누군가 이런 말을 했더랍니다. "탕수육의 `부먹찍먹`을 고민할 시간에 한 개라도 더 먹는 편이 낫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나와 꼭 맞는 취향을 가진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다소 전투적인 민초와 반민초는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하면서 음식을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던데요. 자신의 취향을 소개하는 재밌는 놀이로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이지효기자 jhle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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