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79) 뉴딜 정책
사진=AP

사진=AP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부터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까지 정부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가 커지는 시기가 있다. 경기 불황이 심화되면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불황 타개책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 지출을 동반할 때 이를 ‘뉴딜(New Dea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대규모 재정지출사업인 그린뉴딜과 같이 정책 명칭을 붙여 이름짓기도 한다. 뉴딜이란 과연 무엇일까?
대공황과 뉴딜 정책
1929년 10월 24일 뉴욕 주식시장의 주가가 대폭락하면서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은 미국 사회, 나아가 세계를 큰 혼란에 빠뜨렸다. 주가가 폭락하면서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도산하였다. 기업들은 무너졌고 실업자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왔다. 거리에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사람들과 은행에 맡겨두었던 돈을 찾기 위한 사람들이 넘쳐나면서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기존의 경제학은 불황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더라도 시장의 조정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강하였다. 하지만 대공황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믿음이 깨져버렸다. 이때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제시한 ‘유효수요 이론’이 대공황에 대응하는 학문적 토대가 되었다. 이전 경제학에서는 ‘공급은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다’는 ‘세이의 법칙(Say’s law)’이 주된 이론적 토대였다. 기업이 투자 및 생산을 늘리면 고용과 소득이 늘어 수요 또한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케인스는 대공황 시기에 부족한 것은 공급이 아니라 수요라고 보았다. Y(총수요)=C(소비)+I(투자)+G(정부지출) 등식에서 불황기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지출로 총수요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론적 토대에서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재정지출을 시행하여 위기에 대응하였다.
뉴딜 정책은 과장됐다는 반론도
반면, 뉴딜 정책이 미국 대공황 극복을 위한 성공적인 정책이라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대공황 이전 중앙은행의 확장적 통화정책, 스무트-홀리 관세법과 같은 보호무역주의 정책 등으로 인해 시장이 과열되고, 또한 국제 무역을 위축시킨 것 등이 대공황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이들에 따르면 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면서 경기변동을 초래하였는데, 그 처방 또한 정부의 재정지출이면 더욱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경기침체기에 재정지출을 늘리면 세금 수입은 줄어드는 반면, 지출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빚을 지거나 세금을 늘려야 한다. 뉴딜 정책을 위해 대규모 재정지출을 하면서 결국 루스벨트 행정부 시기 소득세 최고세율이 94%까지 올라 민간부문을 위축시켰다. 결국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렸지만, 오히려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줄어들게 하는 ‘구축효과’를 발생시켜 재정정책의 효과를 무력화시켰다. 실제로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이 시작된 1930년대 실업률은 17~20%대를 오가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였다. 반면,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실업률은 하락했다. 정부가 위기 대응을 위해 늘렸던 재정지출이 효과를 발휘했다면 1930년대의 높은 실업률은 애초에 해소되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였고, 민간의 경제활동만 위축시켰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시대에 따라 변한 정부 역할
대공황을 겪으며 경제학계에서는 위기에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기침체에 대응해야 한다는 케인스학파와 시장의 자기조정 능력을 믿고 단기간의 불황에 휩쓸리지 말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경제활동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고전학파의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에 따라 정부의 역할과 그 범위는 달라질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등 정부 역할에 대한 요구가 커지지만, 백신이 보급되고 경기가 회복되면서 늘어난 재정지출이 인플레 우려를 높이는 상황이다. 정부의 역할과 범위는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볼 시기다.

정영동 <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