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바꾸고 싶은데 트렁크에 캐디백이 몇 개나 들어가지? 이런 고민, 익숙하다. 당신의 수고를 덜기 위해 자동차 넉 대의 트렁크에 직접 실어봤다. 꼭 트렁크 때문에 살 차들은 아니기에 결과가 더 궁금했다.

Audi Q8
캐디백 x 2, 보스턴백 x 2 최대치 캐디백 x 3, 보스턴백 x 3

아우디의 새로운 기함급 SUV다. 아우디 Q7을 기반으로 스타일을 살렸다. 점잖은 SUV에 세련된 감각을 입혔달까. 쿠페형 세단과 비슷한 전략이다. 그렇다고 지붕 뒤만 깎지 않았다. 높이를 낮추고 폭을 넓혔다. 덕분에 낮고 넓은, 기존 대형 SUV와는 풍기는 인상이 다르다. SUV보다는 위압적인 장갑차를 모는 듯한 박진감이 차오른달까. 패밀리 SUV보다 취향 드러내는 특별한 모델로 세운 셈이다. 그래서인지 트렁크 공간이 생각보다 작다. 깊이는 괜찮은데 폭이 좁다. 사선으로 캐디백 두 개, 남는 공간에 보스턴 백 두 개 넣으면 꽉 찬다. 기본 두 명이 함께 라운드하러 갈 수 있다. 물론 2열을 접으면 네 개도 거뜬하다. 하지만 승객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2열은 한쪽만 접고 세 명분 장비를 싣고 세 명이 함께 가는 게 최대치다.
[Automobile] Golf Bag in my Trunk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파란색 테일러메이드 로고가 선명한 오스텍 카트백 55만 원, 주황색 시티텍 카트백 43만 원, 흰색 바퀴 달린 카트백 63만 원, 트루 라이트 카트백 31만 원, 검은색 보스턴백 가격미정, 바퀴 달린 보스턴백 32만 원, 검은색 카무플라주 보스턴백 12만 원
흰색 오스텍 보스턴백 20만 원 모두 테일러메이드.


Porsche Taycan
캐디백 x 0, 보스턴백 x 2 최대치 캐디백 x 2, 보스턴백 x 2
[Automobile] Golf Bag in my Trunk
포르쉐의 순수 전기차다. 타이칸은 ‘활기 넘치는 젊은 말’이란 뜻. 전기모터 품은 포르쉐의
신모델로서 제법 적절한 이름이다. 또한 포르쉐가 그냥 전기차를 만들 리 없다는 의지를 담은
이름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타이칸은 스포츠카 DNA를 주입한 전기차다. 퍼포먼스 배터리 플러스 모델은 571마력을 뿜어내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초 만에 도달한다. 완충 시 주행 거리는 289km. 생김새는 파나메라와 비슷하지만 스포츠카 성향이 짙다. 그래도 파나메라 떠올리며 트렁크를 열었는데, 역시 스포츠카였다. 캐디백 하나 넣을 공간이 없다. 대신 2열을 접으면 캐디백 두 개가 깔끔하게 들어간다. 그 위에 보스턴백을 올리면 딱 알맞다. 4도어이기에 2열을 접고 펴기 쉬운 점은 다행이다. 대신 타이칸 타고 골프장 가면 모두 돌아볼 거라는 건 최대 장점.



BMW M8
캐디백 x 1, 보스턴백 x 1 최대치 캐디백 x 2, 보스턴백 x 2
[Automobile] Golf Bag in my Trunk
사람들은 더욱 크고 고급스러운 자동차를 찾는다. 브랜드의 기함만으로 대응하기 힘들어졌다. 브랜드마다 영역을 넓히기 위해, 사람들의 욕망을 건드리기 위해 신모델을 내놓는 이유다. BMW에서 M8은 그런 임무를 맡았다. 가장 크고 강력한 M. 그러면서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그란 투리스모의 영역도 품는다. 5m 가까운 차체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2초 만에 도달하는 무지막지함이라니. 흘러넘치는 과함이야말로 럭셔리의 매력이라고 내세운다. M8은 모든 면에서 풍성하지만, 트렁크 공간은 예외다. 스포츠카라고 해도 손색없는 모델이니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대각선으로 꽉 끼우면 트렁크에 캐디백 하나, 보스턴백 하나 넣을 수 있다. 물론 2열을 접으면 두 명이 함께 장비 싣고 갈 수 있다. 하나 덧붙이자면, 누구보다 빠르게.


Mercedes-Benz GLB
캐디백 x 1, 보스턴백 x 1 최대치 캐디백 x 3, 보스턴백 x 3
[Automobile] Golf Bag in my Trunk
세그먼트 교란종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작명법은 A, C, E로 커진다. GLB는 A와 C 사이인데, GLC에 육박하는 크기다. 공간을 좌우하는 휠베이스가 GLC보다 45mm 작을 뿐이다. 덕분에 누군가에겐 마지막 패밀리 SUV로서 존재를 뽐낼 수 있다. 상위 트림은 사륜구동과 오프로드 주행 모드도 품었다. 공간과 기능, 활용도 등 SUV에 기대하는 것들을 야무지게 챙긴 셈이다. 그래서인지 하극상을 기대했다. 어떤 모델보다 캐디백을 많이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아쉽게도 캐디백 하나, 보스턴백 하나에 그쳤다. 가로로 툭, 넣을 폭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2열 한쪽 접고 잘 쌓으면 캐디백과 보스턴백 세 개씩 넣고 세 명이 탈 수 있다. 대형 SUV에 버금가는 공간 활용도를 확인했다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것만 해도 어디인가. C도 E도 아닌 B인데.


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