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00억원 이상 ‘블록버스터 제품’ 10개…20여 개 신약 후보 물질 보유

(사진) HK이노엔 연구원이 경기 이천의 연구소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 제공
(사진) HK이노엔 연구원이 경기 이천의 연구소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HK이노엔 제공
한국콜마의 자회사인 HK이노엔(옛 CJ헬스케어)이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예상 몸값 2조원대의 대형 공모주가 탄생할 전망이다.

HK이노엔은 지난 4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JP모간증권이다.

HK이노엔은 제약·바이오 시장에 대한 투자 이해도와 기대감이 높다는 점에서 코스닥 시장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가 총액 2조원대를 가정했을 때 유가증권 시장보다는 코스닥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HK이노엔은 한국콜마가 2018년 CJ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숙취 해소 제품인 ‘컨디션’으로 유명한 회사지만 매출의 약 80%는 병원에서 처방 받는 ‘전문의약품’에서 나온다. ‘국산 30호’ 신약인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비롯해 고혈압·이상지질혈증(고지혈증)·당뇨 등 만성 질환 치료제, 항암제, 항생제, 수액제 등 200여 개의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연매출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이 10개나 된다.

HK이노엔이 2019년 3월 출시한 케이캡은 기존 치료제들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작용 기전(P-CAB :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의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다. 기존 위산분비억제제(PPI) 대비 약효가 빠르게 나타나고 식전·식후 상관없이 복용이 가능하다는 점, 우수한 약효 지속력으로 야간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점 등으로 출시 초기부터 의료진의 관심을 받았다.

케이캡은 2019년 29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단숨에 블록버스터 제품이 됐고 지난해에는 725억원어치가 처방되면서 출시 2년 만에 누적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케이캡은 해외 시장으로도 활동 무대를 넓히고 있다. 현재 24개국에 수출되고 있고 중국에서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품목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는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포스트 케이캡’ 발굴에 공 들여

HK이노엔은 ‘포스트 케이캡’ 발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암·간·자가 면역·감염 질환 중심의 20여 개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자가 면역 질환 치료용 파이프라인은 국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고 비알콜성지방간염(NASH) 치료용 파이프라인은 유럽 임상 1상을 완료한 상태다.
몸값 2조원대 대형 공모주…HK이노엔 투자 포인트
HK이노엔은 백신 주권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엔테로바이러스 71형’ 백신 파이프라인을 기술 이전 받아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개발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로 두 개의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2가 수족구 백신’이 된다. HK이노엔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 ‘IN-B009’의 임상 1상을 신청하기도 했다.

HK이노엔은 수액 사업 강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3대 수액제 제조 기업 중 하나인 HK이노엔은 지난해 충북 오송에 수액 신공장을 짓고 가동을 준비 중이다.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1000억 원을 투자한 이 공장은 연간 5500만 개(Bag)의 수액제를 생산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가동이 시작되면 HK이노엔이 연간 생산하는 수액제는 기존 대소 수액공장(충북 음성) 생산분과 합쳐 약 1억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HK이노엔은 ‘세포 유전자 치료제’ 등 새 먹거리 발굴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세포 유전자 치료제는 환자의 세포를 추출한 후 치료에 걸맞게 개량한 뒤 다시 환자에 주입해 암 세포를 죽이는 치료제다. 환자 자신의 세포 유전자를 활용하는 만큼 ‘맞춤형 치료제’로도 불린다.

HK이노엔은 세포 유전자 치료제 중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 등 시장 접근성이 높은 면역 세포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경기 하남에 세포 유전자 치료제 전용 연구·개발(R&D) 및 생산 시설을 구축했고 전문 인력도 확보했다.

HK이노엔은 관련해 해외 기업들과 기술 및 파이프라인 도입 등의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 제휴와 자체 개발을 통해 폐암 등의 고형암이나 혈액암 중심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신약 케이캡을 개발하고 상업화한 경험을 발판 삼아 혁신적인 신약과 바이오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R&D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기존 합성 신약과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분야인 세포 유전자 치료제 사업을 혁신 플랫폼으로 운영해 ‘K-바이오’를 이끄는 글로벌 바이오 헬스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