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한국 씨티은행이 국내에서 소매 금융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사실 기억하실 겁니다.

2013년 홍콩상하이은행, HSBC가 한국에서 소매 금융을 접은 이후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외국계 은행이 한국 철수를 밝힌 셈인데요.

오늘 이슈플러스는 씨티은행의 출구 전략에 더해 2003년 시작한 이른바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을 집중 점검해봅니다.

저희 취재에 따르면 동북아 금융 허브 전략은 정치권의 이해관계 속에 이도 저도 아닌 공염불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먼저 씨티그룹의 철수 시나리오와 다른 국가에서의 철수 사례 등을 배성재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씨티그룹이 소매 금융 사업 철수를 선언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모두 13개 국가입니다.

13개 국가 중 10개국이 아시아 지역일 만큼, 아시아에 펼쳤던 소매 금융 네트워크를 모두 정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제 남은 건 출구 전략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소매 금융 부문을 통째로 혹은 사업 부문별로 분리해서 매각하거나, 점진적으로 폐지하는 등의 방안을 예측 중입니다.

지난달 열린 씨티은행 이사회에서는 통매각을 우선 고려했다는 전언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벌써 철수 진도가 꽤 나간 다른 국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아시아권에서는 넓게 뻗은 씨티은행의 네트워크가 매력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동남아 최대 은행인 DBS은행 등이 중국과 인도, 대만 등 국가에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호주에서는 이미 통매각을 위한 입찰이 시작됐습니다.

폴란드에서는 분리 매각이 유력합니다.

씨티그룹이 75% 지분을 갖고 있는 폴란드 국적의 은행, `핸들로위 은행(Bank Handlowy SA)`부터 먼저 매각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번 철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씁쓸한 구석도 있습니다.

씨티그룹은 거액의 자산가가 많은 싱가포르와 영국, 아랍에미리트(UAE)에는 소매 금융 사업을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특히 싱가포르에는 금융 허브 역할을 위한 초대형 은행을 건설 중인 것으로 전해집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이번에 철수하는 13개 시장에서 기록한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42억 달러.

하지만 영업비와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사실상 손실이 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결국 한국을 비롯해 지금 철수를 결정한 국가들은 매력적인 금융 허브도, 수익이 날만 한 곳도 아니었다는 결론입니다.

한국경제TV 배성재입니다.

<앵커>

씨티그룹의 철수는 수익성 차원에서 한국 시장이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은 20년 가까이 `아시아 금융중심지` 전략을 추진해 왔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에 대해 취재기자와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문 기자 한국의 금융 경쟁력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기자>

한국 정부는 2003년부터 아시아 금융중심지 육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09년 서울과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정하고 아시아 1등 금융중심지를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성적은 좋지 않습니다.

영국 조사업체인 Z/Yen이 발표하는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순위에서 서울은 16위, 부산은 36위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순위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상하이, 홍콩, 싱가포르, 베이징, 선전 등 아시아 주요 금융 도시들과 비교하면 격차가 큽니다.

<앵커>

격차가 왜 이렇게 크게 나타나는 겁니까.

<기자>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 잘 아실겁니다.

금융중심지 전략이 딱 그렇습니다.

금융산업은 대표적인 집약산업입니다.

고급인력과 인프라, 그리고 금융기관들이 모여 정보·인적 교류를 통해 소통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입니다.

미국은 뉴욕, 영국은 런던, 그리고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와 홍콩이 대부분 국가별로 한 곳이 금융중심지로 꼽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섭니다.

한 곳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키워도 승산이 있을까 말까인데 한국은 서울과 부산, 이렇게 두 곳으로 금융중심지를 쪼개놨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여기에 서울에 있던 세계 3대 연기금 투자자, 국민연금도 전주로 이전시켰습니다.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사 등 금융기관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한데요.

지난 2017년 국민연금이 전주로 이전한 후 2018년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는 33위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최근에는 세번째 금융중심지를 추가로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리던데요.

<기자>

정부는 제3의 금융중심지 추가 지정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있는 전주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히 전북 지역 정치인들이 지역 표심을 의식한듯 최근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전주를 방문해 "전북도와 정부가 함께 준비하면 장래에 금융중심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힘을 모아도 부족한 데 자꾸 분산하자는 이야기만 나오니 금융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또, 금융산업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면 세제 혜택, 규제 개선의 필요성이 항상 언급되는데요.

아시아 금융중심지로 꼽히는 홍콩, 싱가포르와 한국을 비교하면 어떤가요.

<기자>

앞서 이야기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를 다시 한번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환경`이라는 평가 항목이 있는데요.

정치적 안전성과 법적인 요소 등을 감안해 평가합니다.

이 항목에서 싱가포르는 2위, 홍콩은 4위에 올라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서울과 부산 두 곳중 한 곳도 15위권 안에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표를 보면서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세제를 보면 법인세와 소득세, 부가가치세 모두 싱가포르, 홍콩과 비교해 한국이 월등하게 높습니다.

노동시장 규제도 마찬가지죠.

한국은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52시간이지만 싱가포르는 72시간, 홍콩은 아예 규제 자체가 없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과거 홍콩 같은 경우에도 파격적인 세율 적용을 통해 해외 금융회사들을 유치한 것은 사실이거든요. 그런 경험들을 참조해서 전반적으로 다 할 순 없어도 특구나 일부 한시적으로 지금 예를 들어 유치나 진출을 하는 금융회사들에게 초기 몇 년간 세율을 감면해 준다든지 한시적으로 세율에 있어서 특혜를 부여하는 방안은 다양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앵커>

돈도 없고, 전략도 허술한데 규제까지 많은 총체적 난국이군요.

정부의 금융중심지 전략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배성재기자 sjbae@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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