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사진=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시티 호텔. /사진=파라다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파라다이스가 이번에는 공매도 재개로 흔들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한 파라다이스가 공매도 세력의 타깃이 됐다는 분석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파라다이스는 전 거래일 보다 700원(3.89%) 내린 1만7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공매도 대금으로 105억원을 기록,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 상위 종목 3위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지난 3일 공매도가 1년 2개월 만에 재개됨에 따라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공매도는 변동성을 확대하는데 특히 코로나19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파라다이스는 위험성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는 분석이다.

파라다이스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실적이 악화됨에 따라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4538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861억원, 166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반토막이 났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속에서 외국인 관광객 발길이 끊기면서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카지노 사업이 타격을 입은 게 발목을 잡았다. 카지노 부문의 작년 매출은 2089억원으로, 전년 4083억원보다 48.8% 급감했다.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168억원 흑자에서 149억원 손실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호텔 부문과 복합리조트 부문도 매출이 큰폭으로 줄었다. 영업이익 역시 적자로 돌아섰다. 호텔 부문의 작년 매출은 전년 보다 34.4% 줄어든 652억원에 머물렀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104억원 흑자에서 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복합리조트 부문의 경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1.6% 줄어든 1775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손실은 667억원에 달했다. 파라다이스가 작년 말 기준 당장 1년내에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은 1491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9년 말 기준 773억원보다 1년 만에 2배 가까이 불어난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2216억원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423억원으로 줄었다.

통상 공매도 초기 국면에서는 주식을 매도하는 양상이 먼저 확인된다. 펀더멘털이 취약하고 향후 전망이 불확실한 종목을 우선적으로 처분한다는 얘기다. 파라다이스의 경우 실적은 전년보다 부진하지만 주가는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해 3월2일 종가(1만6450원)를 웃돌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 쏠림 현상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적 개선 가능성이 보이거나 바닥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 회복 과정에서 급반등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에 대한 증권가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최근 한달간 신한금융투자(2만1000원) 유안타증권(2만3000원) 메리츠증권(2만2000원) 키움증권(2만2500원) 4곳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이들 증권사가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2만2125원이다. 전날 종가인 1만7300원보다 28% 가량 상승여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여행 확대와 해외 여행 재개를 통한 복합 리조트 재가동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외 여행을 못가는 국내 여행객들의 호캉스(호텔+바캉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호텔을 중심으로 올해도 회복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국과 일본 우수거래고객(VIP) 입국이 전무한 상황에서 카지노 매출 회복은 쉽지 않겠지만, 여행 재개 시 특수목적 수요로서 회복 속도는 타 여행업종보다 빠를 것"이라며 "호텔과 카지노의 실적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