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쿠팡을 자산 5조원 규모 이상의 대기업집단으로 분류하면서 김범석 의장은 `총수`로 지정하지 않았다.

반면 창업자가 총수로 지정된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앞서 네이버는 2017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지분이 4%에 불과한 점을 근거로 `총수 없는 기업집단` 지정을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해진 네이버 GIO의 경우 네이버에 대한 지분율이 적었지만 대주주 중 유일하게 이사회 내 사내이사로 재직한다는 이유에서다.
`쿠팡 김범석` 총수 지정 피한 이유는?…공정위 "제도 개선"

그렇다면 김범석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외국 국적(미국인)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현행 제도의 미비점으로 인해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공정위가 김 의장을 쿠팡의 총수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는 외국인 총수 지정 및 규제에 대한 제도가 미비해서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행 대기업 규제가 국내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외국인 총수를 규제하기에 미비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이 대주주로 있는 S-Oil 등 기존 외국계 대기업도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 "제도 미비로 실효성 없다" 판단

S-Oil을 예를 들어보자. 공정위가 S-Oil을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하지 않았을 경우 S-Oil의 대주주인 아람코, 더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빈살만의 재산 거래내역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쿠팡 또한 마찬가지다.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할 경우, 쿠팡 모기업인 미국 법인 `쿠팡 Inc`의 이사진들이 특수관계인, 이해관계자로 지정되면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해관계자들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그린옥스 캐피탈 등 기관투자가들이다. 공정위가 이들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다 관리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쿠팡이 미국에 상장돼 있어 공시 의무와 관련해선 문제가 없단 점도 김범석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은 이유다.

김재신 부위원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이 주요 임원·주주 본인이나 배우자 등과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를 하면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며 “그래서 (앞으로 그런 사례가 생기면) 저희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이 미국 국적이어서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점도 반영됐다. 김 부위원장은 “동일인은 지정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여기에) 누락이나 왜곡이 있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며 “이런 국내법이 외국인 대상으로 제대로 집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권한의 문제는 만만찮은 이슈”라고 말했다.

■ 논란은 계속…공정위도 “제도 개선”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공정위는 제도상 미비점을 인정하고 개선 방안을 찾기로 했다.

동일인의 정의나 요건부터 동일인 관련자의 범위 등 제도 전반이 개선의 대상이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재벌 총수가 누구인지 워낙 명백해 제도 개선 필요성을 못 느꼈으나, 최근에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실행에 옮기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논란이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환경이 변화해 외국인도 총수로 판단될 수 있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총수 지정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 및 개선을 추진해 규제 사각지대를 방지하고 규제의 현실적합성·투명성·예측가능성을 높여나가겠단 방침이다.

신선미기자 ssm@wowtv.co.kr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