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건희 회장과 삼성 일가/사진=연합뉴스

고 이건희 회장과 삼성 일가/사진=연합뉴스

고(故) 이건희 회장의 상속세 규모와 사회 환원 계획이 공개됐다.

삼성 일가는 12조원 이상의 상속세 납부와 1조원 규모의 기부, 미술품 기증 계획을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특검의 삼성 비자금 수사 이후 "실명 전환한 차명재산 중 벌금·세금을 내고 남은 재산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2014년 이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며 논의가 중단된 바 있던 사회 환원 계획을 이번에 발표한 것.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는 5년간 분할납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다만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개별 주식 상속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 감염병·소아암·희귀질환 극복에 1조원 기부

먼저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에 7,000억원을 기부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만큼 이같은 전염병 극복에 힘을 보태겠다는 취지다.

이 가운데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사용할 계획이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될 예정이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 및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 사용한다.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도 3,000억원을 내놓키로 했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지원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이 도움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또한 삼성 일가는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외부 의료진이 고르게 참여하는 위원회는 전국의 모든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위치한 병원에서 편하게 검사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전국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전국에서 접수를 받아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는 어린이 환자를 선정해 지원할 방침이다.

● 미술품 2만3,200여점 국립기관 등에 기증

국보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 이건희 회장 소유의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 근대미술 작품 등 총 1만1,000여건, 2만3,000여점을 국립기관 등에 기증한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보물 1393호), 고려 불화 <천수관음 보살도>(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비롯해 국내에 유일한 문화재 또는 최고(最古) 유물과 고서, 고지도 등 개인 소장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기증하기로 했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근대 미술 대표작가들의 작품 및 사료적 가치가 높은 작가들의 미술품과 드로잉 등 근대 미술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다.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및 샤갈, 피카소, 르누아르, 고갱, 피사로 등의 작품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한다.

이외에 한국 근대 미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작가 연고지의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박수근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 상속세 12조원 이상…5년간 분할 납부

삼성 일가는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긴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계열사 지분과 부동산 등 전체 유산에 대한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4월부터 5년간 6차례에 걸쳐 분납할 방침이다.

이 회장 유산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19조원과 2조~3조원에 달하는 미술품, 한남동 자택 및 용인 에버랜드 부지 등 23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번 상속세 규모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지난해 우리 정부의 상속세 세입 규모의 3~4배 수준에 달하는 금액이다.

개별 주식 상속 내역은 공개되지 않았다.

고 이건희 회장 보유 지분은 삼성전자 4.18%, 삼성생명 20.76%, 삼성물산 2.88% 등이다.

현재 삼성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만큼 앞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분 모두를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유서가 존재하지 않으면 법정 비율대로 상속될 가능성이 크다.

법정 상속 비율은 홍라희 여사가 9분의 3,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각 9분의 2씩이다.

삼성 일가는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을 신청하면서도 개인별 지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또한 "생전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 노력`을 거듭 강조한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다양한 사회환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동진기자 djlim@wowtv.co.kr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