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함정 39% 확진…첫 대규모 집단감염 비상
밀폐된 공간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해군 함정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미 최근 지역사회 재확산 여파로 군내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데다 2분기로 예정된 장병들의 백신 접종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군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집단 감염이 경계 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

국방부와 해군에 따르면 23일 오후 5시 현재 84명이 탑승해 있던 해군 상륙함 `고준봉함`에서 3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체 승선 인원의 39%가 확진자다.

함정은 지난 20일 진해항에서 출항한 다음 날인 21일 승선 간부 A씨의 자녀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방역당국 통보를 받고 22일 평택항으로 입항했다.

방역당국 통보 직후 A씨는 함정 내에서 1인 격리 조치된 채 입항해 인근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후 추가 검사에서 32명이 확진됐다.

이와 별개로 접촉자 승선 통보를 받고 긴급 회항했던 해군 3함대 소속 호위함인 `전북함` 승조원 113명은 전수검사 결과 전원 음성으로 확인됐지만, 해군은 만약에 대비해 2주간 예방적 격리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군에서 최초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함정 집단감염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비슷한 사례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정은 밀폐된 공간에서 장병들이 단체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해외에서는 지난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프랑스 항모인 `샤를 드골호`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함정은 해상에서 임무 수행중 코로나19 의심 증상자가 나오더라도 현실적으로 즉각적인 검사가 이뤄지기 힘들고 격리 시설도 여의치 않다.

최근 군내 확진자 상당수가 가족이나 지인 등 민간인과 접촉 후 양성 판정을 받았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날 제주 해군 부대와 경기 양주·강원 화천 육군, 원주 공군 등 다른 군부대에서 5명의 신규 확진자가 산발적으로 나왔는데, 이 가운데 4명이 휴가 중 확진된 사례였다.

고준봉함 최초 확진자 역시 자녀 어린이집의 확진 상황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현재까지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욱 국방부 장관도 이날 오전 긴급 주요지휘관회의를 열어 "최근 군내 확진자 증가 등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은 만큼, 지휘관 주도로 인원·장비·시설에 대한 방역실태를 단기간 내 전수조사하고 취약점을 보완하라"라고 지시했다.

서 장관은 또 "출타 간부에 대한 선제적 PCR 검사 강화, GP·GOP, 함정, 관제대대 등 취약시설에 대한 주기적 선제검사 강화 등 부대별 특성에 맞게 방역 대책을 수립해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진아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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