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복 이스라엘, 보복 소비 광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전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부분의 일상을 회복한 이스라엘에서 `보복 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일간 하레츠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복 소비`란 질병이나 재난 등 외부 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스라엘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지난 1년간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속에 극심한 소비 정체를 겪었다.

감염병 장기화에 대한 우려와 3차례에 걸친 봉쇄조치 속에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 소비를 극도로 자제하면서 많은 상업시설이 영업을 중단했고 폐업도 속출했다.

그러나 백신 속도전의 효과로 감염 지표가 개선됐고, 정부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월부터 봉쇄 조치가 완화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도 풀리기 시작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경제 상황과 구매 의사 등을 반영한 이스라엘의 소비자신뢰지수는 팬데믹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유지하다가 봉쇄 조치 완화 두 달째를 맞은 이달 들어 플러스로 돌아섰다.

하레츠는 "쇼핑몰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식당 테이블은 붐비며, 소비재 업체들은 새로운 브랜드와 점포 개설 발표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최대 쇼핑몰인 오퍼 몰스의 모셰 로센블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쇼핑몰과 상점들이 최근 몇 년간 보지 못했던 매출을 기록했다. 일부 체인점은 사상 최고 매출을 보고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봉쇄 완화가 시작된 이후 카드 지출액 그래프는 2016∼2019년의 추세선을 상향 돌파했다고 이스라엘 중앙은행이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의 최상단인 6.3%로 예측했다.

중앙은행은 "이스라엘의 경제는 3차 봉쇄 완화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3월의 지표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역동성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갑작스러운 소비 폭발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보복 소비`다. 팬데믹 이전에 해외여행과 쇼핑에 돈을 쓰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해소하지 못한 소비 욕구를 국내에서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더 마커(The Marker)에 따르면 2019년 이스라엘 국민이 해외에서 지출한 비식품 구매액은 62억 셰켈(약 2조1천억 원)에 달했으나, 지난해에는 그 액수가 15억 셰켈(약 5천100억 원)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런 국내에서의 폭발적인 소비재 구매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제한이 풀리면 소비처가 해외로 분산되는 것은 물론, 실업 보조금 등으로 소비 욕구를 푸는 상황도 머잖아 사라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더 마커의 타미르 벤-샤하르 최고경영자는 "만약 여행의 제약이 없어진다면 그들은 두바이나 런던의 가게를 내일이 없는 것처럼 덮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보조금을 받는 젊은이들이 줄어들고, 해외여행 제한이 풀릴 것을 고려하면 오는 6월께면 국내에서의 보복 소비는 끝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매 의류업체 경영진은 "하늘길이 다시 열리면 시장은 무방비상태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 쓰이는 돈이 줄어들고 회복세로 보이는 사업도 시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백신 접종을 진행해온 이스라엘은 지난 2월 7일 거주지 1㎞ 밖 이동 제한을 푼 데 이어, 같은 달 21일부터는 쇼핑몰과 시장, 상점 운영도 전면 정상화하는 등 지금까지 단계적으로 봉쇄 조치를 대부분 완화했다.

또 봉쇄 조치 완화에도 감염 지표가 악화하지 않자 지난 18일부터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했다.

(사진=연합뉴스)

장진아기자 janga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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