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스크린이 운전자 반겨… 계기반·인포테인먼트·디지털 사이드 미러
공기저항·중량 최소화 달성, 실내공간 ‘그랜저급’
70~80% 충전 제한 아쉬움, 충전 인프라 확대 시급

[시승기]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아이오닉5./ 사진=현대차
“가볍게, 더 멀리.” 전기자동차 생산업체는 이 두 가지 특명을 달성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한다. 차체를 가볍게 하고 공기저항을 줄여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춘다. 아이오닉5를 시승하면서 현대차가 이 두 가지 과제에 대한 해답으로 내놓은 차량이라고 생각했다.

21일 경기 하남 스타필드에서 강동 현대 EV스테이션을 거쳐 남양주까지 약 80km를 아이오닉으로 주행했다. 시승 차량은 프레스티지 트림으로 가격은 5900만원 대다. 에너지 소비효율(연비)은 복합 4.9km/kWh다.

아이오닉5로부터 처음 받은 인상은 ‘예상 보다 크다’는 느낌이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분류기준으로 크로스오버 형태의 SUV(CUV)에 해당한다. 같은 브랜드의 투싼 만큼의 크기다.

놀라움은 차량에 탑승하기 전부터 시작됐다. 경쟁차종인 테슬라처럼 문 손잡이가 내장돼 있어 탑승할 때만 뾰족하게 튀어나온다. 운전석으로 들어서니 4개의 스크린이 탑승자를 반겼다.
[시승기] “가볍게, 더 멀리”… 아이오닉5, 현대차가 내놓은 전기차 해답
먼저 12인치 계기반(클러스터)과 같은 사이즈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이 눈에 띈다.
또 운전·조수석 창문에 스크린이 있어 사이드미러를 대신한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 최초로 사이드미러 자리에 카메라를 탑재했다. 사이드미러로 공기저항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크기가 작은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사이드 스크린이 낯설었지만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촬영 각도가 넓어 옆차뿐만 아니라 뒷차까지 보인다. 시승을 마치고 본인 차를 탔을 때는 기존 사이드 미러에 아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시승기] “가볍게, 더 멀리”… 아이오닉5, 현대차가 내놓은 전기차 해답
변속기어는 지금은 단종된 ‘트라제XG’처럼 핸들 오른쪽에 위치해있다. 위아래로 돌리는 다이얼 타입으로 주행 초기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금세 적응할 수 있었다. 다른 차량처럼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기어박스가 설치되지 않은 것은 차체를 가볍게 하고 실내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해답으로 풀이된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암레스트는 단어 그대로 ‘팔걸이’다. 일반적인 암레스트는 위로 열면 안에 수납공간이 있다. 그러나 아이오닉5는 영화관 팔걸이처럼 팔만 걸치는 용도다. 수납할 곳은 없다. 이 역시 차체를 가볍게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차체가 가벼울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나서다.

차량의 앞바퀴 차축과 뒷바퀴 차축 간의 거리인 ‘휠베이스’는 3m에 달한다. 배터리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차를 올린 ‘스케이트보드 방식’이어서 휠베이스가 길다. 투싼의 휠베이스는 2m70cm다. 휠베이스가 길어 만들어진 실내 공간은 최근 시승한 K8과 비슷했다. 준대형세단이 주는 느낌이 구현된 셈이다.
[시승기] “가볍게, 더 멀리”… 아이오닉5, 현대차가 내놓은 전기차 해답
빠른 충전은 장점, 과열 방지한 80% 충전은 ‘글쎄’

강동 현대EV스테이션에서 고속충전을 했다. 54%에서 70% 충전까지 5분, 충전요금은 4093원이 나왔다. 빠른 충전 속도에는 만족했지만 100% 충전이 되지 않는 것에는 아쉬움을 느꼈다.

현대차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통해 70~80%까지만 충전하도록 설정했다. 다수의 전기차 업체들은 화재를 대비해 100% 충전이 되지 않도록 설정한다. 현대차 역시 이 흐름을 따른 것이다.

70% 충전시 주행가능거리는 약 300km다. 단,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연료가 바닥나기 직전까지 주행을 하지 않는다. 가능거리가 50~100km 남았을 때 충전을 한다고 가정하면 실제 운행은 200~250km로 줄어든다. 충전소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장거리 주행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주행시 정숙성, 에코·노멀·스포츠 등으로 모드를 설정할 수 있는 장점 등을 갖췄지만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는 아이오닉5의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까지 4만여 대가 사전 계약되며 전기차 시장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아이오닉5. 현재 보다 전력 충전이 조금만 더 수월해진다면 운전자에게 충분한 만족도와 재미를 선사할 차량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