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열풍` 속 금융당국, 가상화폐 규제 가이드라인 검토
지난 16일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은 비대면 방식으로 시중은행 외환담당 부서장급들을 모아 `가상화폐 외환 송금`을 주제로 회의를 열었다.

최근 급증한 해외 송금액의 상당 부분이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내·외국인이 국내보다 싼값에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돈을 보내거나 들여온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차액을 남긴 뒤 해외로 빼내는 행위가 늘어난 것으로 의심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지난 9일 이후 일선 창구에 해당 은행과 거래가 없던 개인 고객(외국인 포함)이 갑자기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최대금액인 미화 5만달러 상당의 송금을 요청하거나 외국인이 여권상 국적과 다른 국가로 송금을 요청하는 경우 거래 등을 거절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관련 법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은행권은 일반 자금세탁 등 불법거래를 위한 분산·차명 송금 관련 규제를 동원해 관리에 나선 상태다.

이번 회의에서 당국은 이런 조치에 대해 "각 은행이 발 빠르게 대응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당국은 "가상화폐에 대한 외국환법령상 정의가 불명확하고 관련 송금에 대해 제도적 허점이 있는 부분을 인지하고 있다"며 "정부 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나 이른 시일 내 제도를 시행하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현장에서 고객의 요구와 법적 근거가 충돌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업무 처리 방법에 대한 금융감독원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공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국환거래법상 건당 5천달러, 연간 5만달러까지는 송금 사유 등에 대한 증빙서류 없이 해외송금이 가능하지만, 현재 은행들은 임의로 건당 5천달러, 연간 5만달러 미만 송금이라도 일단 가상화폐 관련 건으로 의심이 되면 막고 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최근 해외 송금을 놓고 고객들과의 실랑이도 잦아지고 있다.

당국은 "창구 민원 급증에 대해서는 평가 부서에 전달하겠다"며 특수한 상황에 따른 민원 증가라는 점을 참작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동시에 "현행 자금세탁방지 관련 제도 안에서 (가상화폐 송금 관련) 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달라"고 다시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7일에는 기재부, 금융위원회, 법무부, 경찰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무조정실 주재 가상자산 관련 관계부처 회의도 열렸다.

회의 후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과도한 가상자산 투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가상자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투자자 피해 예방에 노력하겠다"며 "서민경제 침해사범 근절 추진단 등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 관련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인터폴 등 국제기구와 공조해 해외거래소를 통한 불법행위 등에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에 따른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폐업으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회의를 주재한 당시 문승욱 국무2차장은 "가상자산은 법정화폐·금융투자상품이 아니고, 어느 누구도 가치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불법행위·투기적 수요, 국내외 규제환경 변화 등에 따라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며 "가상자산 채굴, 투자, 매매 등 일련의 행위는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과 가상화폐 업계는 이를 화폐나 투자상품으로서 가상화폐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원칙적으로 가상화폐 투자는 투자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부의 공식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